“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꼬부랑….”

 지난 6일 향년 87세로 별세한 작곡가 한태근씨(사진)의 유명한 ‘꼬부랑 할머니’ 동요이다. 작곡가는 생전의 언론 인터뷰에서 동요 ‘꼬부랑 할머니’를 짓게 된 비화를 이야기해주었다.

 “제가 칭얼댈 때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셨던 어머니가 어느새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꼬부랑 할머니’를 주제로 한 설화는 지방마다 다양하게 전해진다. 동요의 모티브는 ‘꼬부랑 할머니가 길을 가다가 일어난 재미있는 사건’이다. 각 지방의 설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꼬부랑’이라는 어휘를 첫말에 이어가며 재미있는 사건들을 계속 보태고 있는 것이다. 

 “꼬부랑 할머니가~꼬부랑 똥을 누다가~꼬부랑 강아지가 날름 먹으니까~꼬부랑 할머니가~꼬부랑 지팡이로 딱 때리니까~꼬부랑 깽깽 꼬부랑 깽깽.”

 

 반복 사용되는 ‘꼬부랑’은 구수한 리듬감을 주어 민요의 흥을 고조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꼬부랑’이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언어유희담에 속하는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짧고 반복된 가사로 흥을 돋우는 ‘후크(Hook)송’이라 할 수 있겠다. ‘Gee-gee-gee’를 반복하는 소녀시대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되뇌는 2NE1, ‘Nobody’를 줄기차게 노래한 원더걸스의 곡들에서 ‘꼬부랑 할머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하지만 ‘꼬부랑 할머니’의 진짜 모습을 떠올린다면 마냥 흥겨울 수만은 없을 듯싶다. 의학용어로 ‘척추관협착증’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엄연한 병이니까 말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 주변의 퇴행으로 신경이 눌려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다소 줄어들어 자세가 구부정하게 된다. 특히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량이 남성에 비해 적은데, 아이를 주렁주렁 낳고 평생 쭈그려 앉아 농사일과 가사에 매달렸던 할머니들이 아닌가.

  그래서 ‘농부병’에 ‘꼬부랑 할머니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순간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로 자식·손자들의 손을 꼭 잡아주던 ‘꼬부랑 할머니들’의 깊게 팬 주름이 떠오른다.(끝) 경향신문 논설위원

Posted by 이기환기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