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즐거운 야동 어린이…어디서나 떳떳한 야동 어린이…”
충북 충주에 있는 야동 초등학교의 교가이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작사곡이니 남부러울게 없는 교가다.
이 지역에 솥을 만드는 풀무가 있어 풀무골이라 했는데, 1914년 주변의 마을을 통폐합해서 풀무, 혹은 대장간을 뜻하는 야동리(冶洞里)로 거듭났다.
이 유서깊은 동네가 요즘 심심찮게 참새들의 입방앗거리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신조어가 된 ‘야동’(야한 동영상)을 뜻한다는 것이다.
본의 아닌 피해도 발생한다. 야동초등학교 학생이나 교직원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위해 소속학교 이름을 입력할 때 금지어인 ‘야동’ 때문에 불편한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러나 학교나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야동’이라는 신조어 때문에 100년 역사의 마을 및 학교 이름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것도 일리있는 이야기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엔 대변항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가장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꼽을만큼 전통을 자랑하는 어항이다.
조선시대부터 공물창고인 대동고(大同庫)가 있었고, 대동고가 있는 갯가라 해서 대동고변포(大同庫邊浦)라 해서 줄임말인 ‘대변포’가 되었다.
그러나 학교 이름이 ‘대변초등학교’라는 것이 어지간히 동심을 어지럽힌 모양이다. 올해초 이 학교 부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5학년 하준석군이 ‘교명 변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하군 등은 학부모와 동문, 지역민을 설득하여 4000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50년 전통의 학교명을 쉽게 바꿀 수 있느냐”는 반대도 있었다.
그러나 “‘너희는 똥학교냐’는 놀림감이 되기 싫다”는 어린 후배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었다. 이제 행정절차만 남았으므로 ‘해파랑’ ‘차성’ ‘도담’ 등 교명후보 3개 중에서 하나를 선정하면 된다.
내년 3월이면 새로운 학교명이 탄생한다.
이외에도 대마초와 정관초, 정자초, 물건중 등 얼핏 듣기에 남우세스런 학교명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름에 깃든 역사성을 헤아리지 않고 바꾸려고 하는 것도 마냥 찬성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제잔재가 역력하거나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이름이라면 어떨까. 숙의의 과정을 거쳐 깊게 논의해 보는 것도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대변초 학생들처럼….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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