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떠나갔네. 바람 끝 닿~지~않은~밤과~낮~저~편에…. 내가 불~빛 속을 서둘러 밤길~달렸을 때~내 가~슴 두드리던 아득~한 그 종소리.”
28일 아침 ‘노래하는 음유시인’ 조동진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맨먼저 떠오른 노래는 ‘겨울비’(1979년)였다.
그 한폭의 수채화 같은 서정적인,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겨울비~’하고 운을 뗄 때 일시에 숨이 멎고 온몸에 짜릿하게 흘렀던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새삼 휴대폰으로 재생해보니 38년 전처럼 또한번 소름이 돋았다. 그 뿐이 아니다. 다음 곡, 그 다음 곡이 절로 귓전을 떠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제비꽃)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작은 배)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아~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행복한 사람)
시인의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노랫말의 백미가 또 있다.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이 정도의 곡과 가사라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이 남부럽지 않다는 문학평론가의 찬사도 있다.
사실 고 조동진씨는 김민기·한대수·양병집씨 등과 함께 포크음악의 4대가로 꼽힌다.
그러나 앞선 김민기(아침이슬 등)·한대수(물좀주소)·양병집(역·逆) 등이 저항을 택했다면 조동진씨는 포크의 서정을 만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인생을 노래하는 음유 시인에서 1996년 내놓은 음반에서는 철학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밤새 뒤척이던 이 혼란의 새벽, 그대 거짓 웃음과 내 짧은 입맞춤…오 친구 난 길을 잃었네, 나는 어느새 안개 속에 갇혀버렸네.”(새벽안개)
조동진씨는 방광암 투병 중에도 다음달 콘서트(9월 16일)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가 노래를 만들고 노래가 또 나를 만들고. 그렇게 노래와 내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는데….
그러나 ‘조동진의 노래’를 듣고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고달픈 삶의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루종일 ‘겨울비’ 가사가 입가에 맴돈다.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방안가득 하~얗게 촛불~밝혀두고, 내가 하~늘 보며 천천히~밤길~ 걸었을 때 내 마~른 이마~위엔 차~가운 빗방울이….”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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