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가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송인범 문화재청 차장은 15일 문화재청이 서울 태릉사격장에 조성된 88서울올림픽 기념 조형물에까지 사격장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을 거느라 콘크리트 못을 박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렇게 코멘트 했다. “지혜롭지 못한 대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담당자의 단순 실수일까. 기자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문화재청 직원들의 기본 마인드를 지적해두고 싶다.
우선 태릉사격장만 해도 그렇다. 40개 조선왕릉 전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오는 9월 실사단이 방한하기 때문에 태릉사격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태릉사격장이 지니는 역사적인 의미는 한번이라도 따져 보았는지 묻고 싶다. 태릉사격장은 1978년 제4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린 곳이다.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세계 대회였으니 우리나라 세계 대회 개최의 효시가 되었다. 이 대회에는 68개국 1102명의 각국 선수단이 참가했다. 정부는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크게 고무되어 88서울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한다. 사격장은 또한 역사적인 서울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의 말마따나 국유재산인 데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어쩔수 없이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역사적인 의미를 찾아 일부 현장에서 보존하거나 이전 보존할 방법을 한번쯤은 찾아 보아야 하는 게 문화재청의 책무이다. 문화재청 스스로 등록문화재라 해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들을 보존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화재청 고위관계자는 “태릉사격장은 훈련시설일 뿐이며 보존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므로 완전히 철거할 방침”이라면서 “사격장은 국유재산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유재산이니 문화재청 마음대로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정 보존할 가치가 있다면 (사격연맹 측이)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러니 올림픽 기념 조형물이라는 상징물에 대못질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다.
다른 예 하나. 최근 한성백제 궁실 혹은 신전 유적으로 평가되는 경당지구에 드라마 촬영팀 30여명이 마구 들어가 북새통을 이루며 드라마를 찍은 일이 있었다. (경향신문 7월5일자 보도) 문화재청은 “사전교육이 없었다는 것이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장훼손도 없었고, 발굴 현장의 공개원칙에 따라 했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요지로 강변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꼭 무슨 유구와 유물이 무너지고 파괴되는 등의 사고가 나야 잘못이라는 뜻인가. 풍납토성은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인정된 성스러운 곳이다. 발굴이 끝나지도 않은 데다 보상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접근도 엄격히 불허하는 미묘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곳에 30여명이나 되는 스태프가 투입된 것. 간이의자가 설치되고, 유구에 앉거나 하이힐을 신은 여배우가 돌아다니도록 허용한 문화재청의 처사에 과연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뜻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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