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2사단을 가리켜 ‘인계철선(引繼鐵線·클레모어 같은 폭발물과 연결되어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철선)’이라 했다.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미2사단이 자동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1917년 창설된 미2사단은 100년 동안 미 본토에서 40년, 유럽에서 4년, 한국에서 56년간 주둔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맨먼저 도착했고, 유엔군 가운데 맨처음으로 평양에 입성했다. 군우리 전투 때는 사단병력의 3분의 1을 잃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2만400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소속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과는 유독 인연이 깊은 한·미 동맹의 상징부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 시민들에게 남긴 상처도 컸다.
1992년 술집종업원 윤금이씨의 온몸에 우산대와 콜라병, 성냥개비를 쑤셔넣어 무참히 살해한 케네스 상병의 잔혹한 성범죄가 맨먼저 떠오른다.
2000년 술집 여종업원을 목졸라 살해한 매카시 상병도 미2사단 소속이었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13일 벌어진 신효순·심미선양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56번 지방도로를 지나던 미2사단소속 장갑차가 두 여중생을 밟고 지나갔다. 주한 미군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한국민의 공분을 사기 일쑤였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이 도마에 올랐고, 주한 미군 측의 불성실한 태도와 한국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등이 반복되었다. 효순·미선양 사건의 경우도 관제병과 운전병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미군의 공무집행중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재판권을 갖는다’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의 조항에 따른 판결이었다. 시민들의 무너진 자존감이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주한미군 사건은 여전히 한국민의 가슴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지난 주말 경기 의정부시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주최하려다가 초대가수들의 잇단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50여 년 간 ‘주둔해준’ 미군이 아무리 고맙기로서니 생때같은 14살 여중생 둘을 비명에 보낸 기일(13일)을 코앞에 두고 미군 잔치를 벌일 생각을 했다니 기가 막힌다.
더구나 경전철 파산으로 수천억원을 투입해야 할 의정부시가 무려 4억5000만원을 썼단다. 미군 부대 창설 100주년을 의정부시가 앞장서서 기념해준다는 것 자체도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백번 양보해서 정 미군을 위한 행사를 벌이고 싶었다면 행사 규모도 이모저모 따져보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했다. 지자체장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 오히려 갈등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을 해쳤다.
경향신문 논설위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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