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입을 악문 굳은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한 트럼프가 손을 빼려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6초간이나 놔주지 않았다.”(사진)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의 악수 장면이 화제를 뿌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를 ‘흰 손마디 외교(white knuckle diplomacy)’라 했다. 손가락 관절에 하얀 뼈가 보일 정도로 ‘악수배틀’을 벌인 것이다.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를 만나야 했던 각국 정상들이 바싹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때로는 손아귀 힘으로 상대의 기를 죽이고, 때로는 갑자기 몸을 확 끌어당겨 포옹하고, 또 때로는 손을 토닥토닥거리고….
악수 뿐이 아니다. 지난번 미국 대선토론회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포옹을 피하는 연습까지 했을 정도였다.
때문에 나토 정상들은 ‘나쁜 사례’와 ‘좋은 사례’를 꼽아놓고는 예행연습까지 펼쳤다.
대놓고 무시당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19초나 악수폭격을 당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대표적인 실패사례였다. 반면 트럼프의 포옹을 끝까지 잘 버텨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성공사례로 꼽혔다.
트럼프의 손아귀를 하얗게 질리게 만든 마크롱은 “절대 양보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악수와 바디랭귀지는 그 자체가 정치적 언어이자 외교적 수사이다.
예컨대 메르켈 총리의 악수요청을 모른 채 했을 때 양국간에는 불편한 무역·이민·환율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 1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을 만났을 때는 내편이 되어달라는 의미로 ‘악수+잡아당기기 콤보’를 보여줬다. 하지만 러시아 내통의혹 수사를 강행한 코미는 전격경질됐다.
행동분석가들의 분석도 흥미롭다. 어렸을 때부터 남의 이목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과시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어렵게 얻은 권력, 즉 ‘세계최강의 수컷’임을 과시하는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단체사진을 찍을 때 도스코 마르코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치고 앞자리로 나섰으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와의 악수 연습을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 참 피곤한 ‘세계대통령’을 만났다.
정상회담 하기도 힘든데, 악수방법까지 따로 챙겨야 한다니 이 또한 만국의 스트레스가 아닌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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