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현대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경북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 등 가야문화권에서 나온 유물 3건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19일 발굴경위와 출토지가 확실하고 함께 출토된 유물에 의해 5세기 대
가야 시기에 제작된 사실이 확인된 지산동 32호분 금동관과 ‘부산 복천동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 및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 등을 보물로 지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야 유물 3건은 ‘철의 왕국’으로 알려진 가야의 금속제련기술과 금속공예 기법을 웅변해주는 문화재들이다.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 매우 심플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신라 백제에 비해 금속공예기술이 뒤진 탓이라 하지만 오히려 현대적 관점에서는 매우 세련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문화재청 제공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은 1978년 발굴조사 때 출토됐다. 이 금동관은 매우 특이한 상태로 나왔다. 즉 주인공이 착용한 형태가 아니라 토기 2점의 위에 푸른 색 녹이 덮이고 여러 조각으로 깨진채 확인됐다. 원래는 토기 위에 살포시 얹어 놓았을 것이다.
발굴자들은 처음에 그저 녹슨 금속조각으로 판단했지만 보존처리 결과 금동관이었음을 확인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아마도 죽은 이에 대한 장례절차 중의 하나로 여러 부장품을 안장시키는 과정에서 누군가 죽은 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 금동관을 부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금동관은 얇은 동판을 두드려 판을 만들고 그 위에 도금했다. 삼국시대 금동관 형태인 ‘출(出)’자 형식에서 벗어나 중앙의 넓적한 판 위에 X자형의 문양을 점선으로 교차해 새긴 매우 독특한 양식이다. 특히 X자 문양은 매우 절묘한 황금분할의 비(比)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단조로움을 깨고 선과 면의 대칭미를 극대화 하고 있다.
부산 복천동 출토 칠두령. 가야의 수장급 인사가 신분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지녔던 위세품일 것이다.|문화재청 제공
특히 가야시대 금동관이 출토된 사례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 금동관은 희소가치가 탁월하다. 이 금동관의 디자인은 복잡하고 화려한 신라금동관에 비해 매우 단순한 게 특징이다. 신라·백제에 비해 금속 공예 기술이 다소 떨어진 이유가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 단순함이 오히려 세련된 감각으로 보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매우 현대적인 디자인이라는 평도 듣고 있다. 따라서 이 금동관은 5~6세기 대가야의 관모공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보물로서 지정가치가 충분하다.
‘부산 복천동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은 1980~82년 발굴 당시 발견한 7개의 방울이 달린 청동방울이다.
부산 복천동 38호고분에서 출토된 갑옷에서 보수한 흔적이 보인다.
고조선 시대 의례에 사용된 청동제 방울은 팔두령, 쌍두령 등 여러 점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삼국시대 유물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다. 이 유물은 4~5세기 가야의 최고 수장급이 사용한 유물이다. 청동을 녹여 속이 빈 상태로 본체와 방울을 주조했다. 둥근 본체의 자루 부분에 나무로 손잡이를 끼웠다.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함으로써 공예기술사적인 가치를 높인다.
‘부산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은 1994~1995년 제5차 발굴조사 때 출토된 4세기 철제 갑옷이다. 투구와 목가리개 등으로 구성되었으니 지금까지 출토된 유일한 일괄품이다. 출토지가 명확하고 제작시기 역시 뚜렷하여 삼국시대 갑옷의 편년에도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철제갑옷은 재료의 특성상 부식 때문에 원형파악이 힘든게 상례이지만 이 유물은 보존상태가 좋다. 철판을 두드려 가늘고 길게 만들었고 부재에 구멍을 뚫어 가죽으로 연결해 머리나 신체의 굴곡에 맞춰 제작하였다. 군데군데 보수해서 사용한 흔적도 있다. 가야 철기군의 생생한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경향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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