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아주 특별한 의미의 단일팀’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귀화인 3명 및 입양아 출신 1명과, 여기에 분단으로 찢긴 한국과 북한(12명) 선수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룬, 결코 단일하지 않은 연합팀이다.
북핵 위기에 따른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원팀’이 구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물론 북한 선수 12명이 뒤늦게 합류한 단일팀의 구성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계 귀화 및 입양아 출신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기’ 또한 파란만장했다.
사실 남녀를 통틀어 한국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개최국임에도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확보할 수 없었다. 세계수준과 실력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미국 아이스하키 전문기자인 그렉 위신스키는 “만약 북미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총출동하면 한국 남자는 캐나다에 0-162로 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회장은 한국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외국 선수들의 귀화’와 ‘외국인 지도자 영입’, ‘톱 디비전(세계랭킹 18~20위권) 진입’ 등이었다.
이것이 지금 남자대표팀에 7명, 여자팀에 4명의 외국 출신 선수가 등장한 불가피한 이유이다.
이미 일본 아이스하키팀도 1998년 나가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8명의 귀화선수를 투입했고, 이탈리아 아이스하키팀도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11명의 귀화선수를 받아들인 바 있다.
올림픽 개최국이 망신당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오로지 성적을 위해 외국인까지 귀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일각의 못마땅한 시선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오해임을 알 수 있다.
남자의 경우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야 북미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푸른 눈의 외국인을 귀화시켰다. 여자의 경우는 달랐다. 한국아이스하키연맹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뛰는 선수명단 중에서 박(Park) 김(Kim) 이(Lee) 임(Im)씨 등의 성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계라는 확신이 들면 “한국대표팀에 합류할 생각이 있느냐”는 내용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모가 캐나다 이민자인 박은정(캐럴라인·29)과 임진경(대넬·25), 어머니가 한국인 이민자인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들 3명은 ‘체육 등 특정 분야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된 자’의 자격으로 특별귀화했다. 생후 4개월 때 미국으로 입양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26)은 ‘국적회복’으로 다시 한국인이 됐다.
정치색이 다른 남북한과 미국·캐나다 출신 한국계 선수들까지 모였으니 얼마나 어색했을까.
그러나 퍽과 스틱으로 소통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원팀’으로 어느새 녹아들었단다. 섞이기 전에는 따로’지만 잘 비비면 맛깔나는 ‘비빔밥’처럼….
보면 볼수록 대견한 선수들이다. 이제는 다시 시민들의 몫이다. 어쨌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든 한가지 목표를 위해 군말없이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야 할 때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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