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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장에 듣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ㆍ“지역주의 뛰어넘어 ‘충청 대표주자’로 선택해 주신 것”
ㆍ“원칙·상식 통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공직자 되겠다


-“처음이니까 그런 겁니다.”

지난 8일 저녁 대전 중구 선화동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사무실을 찾았을 때 사무실은 업무보고를 하려는 충남도 공무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중앙일간지로는 처음으로 경향신문과 만난 안희정 당선자는 “사인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들었다”는 말에 무척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스스로를 ‘폐족’으로 지칭한 안 당선자는 “원칙과 상식 그리고 지역주의 타파에 전력을 다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 즉 민주정부 10년의 유업을 충남도를 이끌면서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통해 40대 기수로서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등장한 안 당선자는 4대강 사업과 관련, “(인수위 성격인) ‘새로운 충남위원회’ 안에 TF팀을 구성, 4대강 사업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가 8일 대전 중구 선화동 당선자 사무실에서 향후 도정 운영 방향과 정치 철학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번 선거에 대해 평가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신의없는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정치의 망국병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주의를 충청도에서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의 지역구도에서 충청도는 영원한 3등지역일 수밖에 없잖아요. 집권세력에 협조해서 2인자 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그런 줏대없는 정치노선…. 지역주의 정치를 하는 이상 우리는 그 좌절과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지역주의 구도를 걷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충청도민들이 새로운 ‘충청도 대표선수’로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충남지사를 선택한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라 들었는데….

“권하신 것은 아니고요. 2008년 7월이었나요.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고 봉하마을을 방문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 안 최고(안희정)가 나가서 국회의원 배지라도 다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대통령께서 ‘그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닐 거야. 지역구 정치인이 지역구를 옮긴다면…. 지역 내에서 도지사에 도전해본다는 것은 가능한 얘기지만…’이라고 말씀하신 적은 있어요.”

-당선 후 봉하마을을 찾았는데….

“원래는 승리해서 대통령을 찾아가 위로를 해드리려고 했는데요. 막상 찾아뵈니 드릴 말씀이 없더라고요. 옆에서 모셨던 저로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고…. 그래서 민주정부 10년간 이끌어오며 했던 국민과의 약속들을 꼭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선거는 결국 ‘폐족의 복권’인가요.

“다산(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 나오는 ‘폐족’이라는 단어를 썼는데요. 이것은 죄짓고 귀향간 가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다산 선생이 후손들에게 ‘아버지의 자부심과 긍지를 살려달라’는 뜻에서 쓴 굉장히 역설적인 표현이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시나요.

“민주정치 10년 동안 해왔던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 건설, 지방재정의 확충,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수도권 규제정책 추진, 양극화 시대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복지재정 확충 등 민주정부의 정책이 이명박 대통령 들어서는 모두 다 거꾸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민주정부 10년에 대해, 민주정부 10년을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그들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비교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당선자가 따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계승하실 계획입니까.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바로 노무현 정신입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봅시다. (현) 정부는 전공노(전국공무원노조)를 법외단체로 만들어가면서 지금 그렇게 싸움을 붙여야 합니까. 또 서울과 지방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균형발전전략에 합의해놓고도 지금 그 약속을 깨버리지 않습니까.”

-젊은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되면서 40대 기수론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켰던 세대, 보릿고개를 넘겼던 세대가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입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리더십이 ‘박정희식 리더십’이었습니다. 이제 40대 중후반, 50대 초반에 진입한 산업화 세대의 후예들이 대한민국 전면에 나서서 새로운 21세기 대한민국 리더십을 형성해야 하고, 그게 바로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국민들께서 우리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으로 봅니다.”

-40대 지도자들의 특징이 이른바 ‘박정희 리더십’과 다르다면.

“부끄러움을 아는 세대라고 할까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산업화와 전쟁을 겪으면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어쩔 수 없는 생존의 세대였잖아요. 총알이 빗발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겪은 그런 세대에게 예의염치와 시민의식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들은 그런 부모님 세대가 형성시켜준 물질적인 기반 위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입니다. 자기가 한 말을 뒤집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세대라는 말입니다. 그런 바탕 위에 룰을 만들고 그 룰을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이야기를 바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선거과정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그 사업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종교지도자까지 나서서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집권여당과 대통령이 나서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집권여당과 중앙정부가 4대강 사업을 놓고 재검토 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이 되는 게 바로 보와 준설 공사인데 이것에 대해 정부의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있어야 합니다. 저의 4대강에 대한 입장이 그러한 우려에 대해 서로 대화하고 이해를 높이는 쪽으로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지천과 소하천에 대한 정비나 수질 개선을 위한 사업들은 좋다고 봅니다.”

-인수위원회에서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게 됩니까.

“우리는 ‘인수위’가 아니라 ‘새로운 충남기획위원회’를 만들 작정입니다. 이 위원회 안에 당장 4대강 관련 TF팀을 구성해서 시민사회단체·환경단체 등과 함께 공사 진척도, 환경 지표조사 방식 등을 통해 철저하게 재점검해 나갈 계획입니다. TF팀은 환경운동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꼼꼼히 따져나갈 작정입니다. 일단은 중앙정부에 4대강과 관련해서 재점검과 재협의를 요청했는데요. 중앙정부가 이를 계속 무시한다면 다시 대응책을 마련해야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이미 수조원이 들어간 사업이므로 여기서 중단할 수 없다는 논리도 있는데요.

“실질적인 공기를 치면 많이 진척된 것은 아닙니다. 상당히 진척됐으니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이냐고 하면 그건 무책임한 답변입니다. 우리는 환경전문가들의 말을 들어가면서 대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현재 ‘기획위’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도 마찬가지인가요.

“세종시 관련 TF팀도 만들 작정입니다. 국회에 정부 수정안이 올라와 있는데, 일단은 국회에서 수정안에 대한 폐기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데요.

“솔직히 그건 참 분노스럽습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개인의 밥그릇을 갖고 목을 조르면 안되거든요. 자기 스스로에게 엄격히 해야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추상처럼 목을 조여 사람을 쫓아내고 핍박하는 것은 정의관에 맞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고비가 많았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입니까.

“충청도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게 사람 도리에 맞느냐’고 스스로 질문해 봅니다. 강자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용감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고, 약자의 어려움에 대해 내가 조금이라도 형편이 되면 도와주는 게 보편적 정의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가정책도 이런 마음으로 다 풀어낼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정의관을 갖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이익과 우리 모두의 이익이 부딪쳤을 때 어떻게 할까. 그때는 ‘그럼 내것 버리고 말지’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정리 | 정혁수 기자
overall@kyunghyang.com >
 

트위터로 들여다 보니…
철물집 아들답게 아이디도 ‘steelroot’

안희정 당선자의 트위터 아이디는 ‘steelroot(철근)’이다. “어떤 뜻인가요?”라고 묻자 안 당선자는 “제가 철물점집 아들이라 철근에 대해 친근감이 있어요. 비오는 날 가게에 앉아 있으면 철물들의 향기(?)가 기억나요. 그래서 철근입니다”라며 웃었다.

그의 트윗질에는 교사, 대학생, 가정주부,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다. 초등학생들의 바람도 글로 올라온다. “RTㅠㅠ..ㅎㅎ..공감!! @teachermee: @steelroot (충남 서산 대산초 4학년 2반 학생들입니다. 사회시간에 올려요.) 축하드립니다... 화이팅. 나쁜 일 하지 마세요. 돈을 아껴 써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건강하세요. 10:53 PM Jun 3rd via 파랑새.”

당선자로서의 자세도 엿볼 수 있다. “@steelroot 첫 업무보고 날…한국을 이끌어 온 공직사회의 역량을 믿고 존중합니다. 근거없이 모욕주고 망신주기는 군기잡기는,,,구태 리더십, 다만 저출산고령화, 세계화 파고, 양극화…수많은 시대과제를 뚫고 나가기 위해 우리 모두 변화해야 합니다.” 선거때는 ‘절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를 위해 응원의 글도 남겼다. “@steelroot 이광재도 화이팅! 광재야, 이기자, 꼭 이기자.” 안 당선자의 팔로워들은 약 6000명. 당선후 3일 사이에 3000여명이 늘어나는 등 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안희정 당선자 10대 공약

● 행복도시 원안 추진

● 금강 정비사업 재검토

● 중학교까지 친환경 무상 급식

● 유아~노인 생애주기별 맞춤 복지

● 혁신형 행복학교 지원·육성

● 21세기 혁신농정

● 충청 광역경제권 추진

● 환경과 문화, 역사가 흐르는 충남

● 중산층과 서민이 따뜻한 충남

● 공정하고 투명한 지방정부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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