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중계캐스터는 숨 한 번 쉬지않고 “골~~~골!골!골!골…”을 포효한다.
그런데 지난 5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게 1-2로 끌려가던 시리아가 종료직전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캐스터의 맥없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시리아 오마르 알 소마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캐스터가 절규하기 시작했다.
‘골 골 골’이 아니었다. 유일신 ‘알라!’를 불러댔다.
“알라~알라~알라~알라~알라”를 반복하다가 “알랄라라~”로 바뀌어 잦아드는가 싶더니 흐느낌으로 변했다. “맙소사! 누가 넣었지? 아! 잊었습니다. 소마입니다.”
2분 이상 이어진 캐스터의 절규와 흐느낌은 트위터상에서 단박에 방문자 120만명을 모았다.
물론 본선진출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아시아의 강호 호주에 이어 북중미 4위와의 플레이오프전까지 잇달아 승리해야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소마의 동점골은 6년 이상 지속된 내전으로 47만명이 죽거나 쫓겨난 시리아인들에게 던져준 한가닥 희망의 끈이 됐다.
사실 이번 최종예선을 맞이한 시리아의 전력은 최약체로 평가됐다.
아사드 독재정권에게 축구선수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피살된 축구선수만 해도 50여명에 달했다. 시리아 국내의 축구장이 군사기지로 전락한지는 오래됐다. 능력있는 선수들은 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렸다.
이란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알 소마는 2012년 경기장에서 반군을 지지하는 깃발을 들었다.
더는 대표팀에 들어갈 수도, 들어가지도 않았다. 소마는 사우디 리그에서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아시아의 즐라탄(이브라히모비치)’이라는 별명을 자랑하는 골게터이다.
또 한 명의 핵심선수인 피라스 알 카티브도 반군을 지지하며 대표팀에서 사퇴했다.
이들이 이번에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아사드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희망을 잃고, 삶의 터전마저 빼앗긴 시리아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라고 생각했다.
“가족·국가·친구, 그리고 다름 아닌 나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서 대표팀에 복귀한 카티브의 다짐이 심금을 울린다.
그러나 시리아 축구팀의 선전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착잡하다. 아사드가 축구를 정권유지용으로 활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사드가 이렇게 떠버릴 것이다. ‘거봐라. 나는 정부를 반대하는 선수들까지 중용하지 않았느냐. 우리는 같은 편이다’라고…. 그럼에도 난 시리아 대표팀이 자랑스럽다. 다른 팀처럼 어떤 국가적인 도움없이 이만한 성적을 올렸지 않느냐.”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한 축구팬이 드러낸 복잡한 심경의 일단이다.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시리아 난민 600만명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시리아의 선전을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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