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당신,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의 엔딩이다. 레트(클락 게이블)가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증오와 경멸을 담아 쏘아붙인다. 마지막까지 레트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스칼렛도 의연함을 되찾고 홀로 다짐한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거야.(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2014년 이 영화의 또다른 결말을 담은 시나리오가 발견돼 경매시장에 나왔다. 레트의 이별통보에 스칼렛이 “레트! 돌아올거지! 돌아올거지!”하며 매달리는 대본이다.
만약 이 대본이 채택됐다면 어땠을까. 이별의 아픔을 삭이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스칼렛은 남자의 바짓가랑이나 잡고 늘어진 구질구질한 여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뿐인가. 필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명작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레트와 스칼렛이 나눈 영화속 대화는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100대 명대사 가운데 1위(레트)와 31위(스칼렛)에 올랐다. 국내영화팬들에게는 아마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희망을 담은 스칼렛의 대사가 더 뇌리에 남아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정서상, 번역상의 차이 때
문이니 어쩔 수 없다.
예를들어 명대사 5위는 1942년작 ‘카사블랑카’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Here’s looking at you, kid!)”이다. 릭(험프리 보가트)이 일자(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다. ‘당신을 위해 건배!’ 정도인 번역이 국내팬들에게는 ‘눈동자’라는 멋들어진 의역까지 가미되면서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러브스토리’(1970년)의 남녀주인공(라이언 오닐, 알리 맥그로)이 46년 만에 영화속 무대인 하버드대를 방문했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올린 대사가 있다.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이다.
교정의 눈싸움, 애틋한 선율의 주제곡과 함께 70년대 뭇청춘의 심금을 울린 불멸의 명대사다.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외워서 한번쯤 써먹었을 법한 영어문장이었다. AFI 선정 명대사 순위가 역대 13위란다.
그러나 순위가 무슨 상관인가. 사람마다 각자의 마음을 적신 명대사 한두마디쯤 간직하고 있으면 그만일테니까….
국내 영화 속 명대사는 어떤가. ‘나 돌아갈래’(박하사탕), ‘너나 잘하세요’(친절한 금자씨),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봄날은 간다), ‘누구냐 넌?’(올드보이), ‘살아있네’(범죄와의 전쟁), ‘내가 니 시다바리가. 고마해라. 니가 가라 하와이’(친구),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말아톤),‘나 이대 나온 여자야’(타짜)….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한마디,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명량)라는 대사도 심금을 울린다. 따지고보니 40년도 넘은 전설의 명대사도 있다. ‘별들의 고향’(1974년)이다. “오랜만에 누워보는군! 경아” “추워요!”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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