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년 7월16일 교황 레오 9세가 파견한 사절단이 콘스탄티노플의 하기아 대성당에 들이닥쳤다.
사절단을 이끈 훔베르토 추기경은 케로라리우스 총대주교좌가 보는 앞에서 중앙 제단 위에 파문교서를 올려놓고는 외쳤다.
“하느님께서 심판하실지어다(Videt Deus et judicet).”
파문 당한 케로라리우스 역시 “이단자여, 주님의 포도밭의 파괴자”라고 받아쳐 교황사절단을 맞파문했다. 로마가톨릭 교회와 동방정교회의 대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동서 교회의 분열은 395년 로마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기반으로 한 동로마와 로마를 축으로 한 서로마로 갈라지면서 잉태됐다. 교황 다마수스 1세(366~384)는 라틴어를 공식언어로 지정해버렸다.
그러나 동방교회는 서방의 압박에도 희랍어를 고수했다. 동서방 교회간 언어의 장벽이 생겼다. 382년 ‘성부(하느님)·성자(그리스도)·성령’ 등 삼위일체에 대한 교리법령이 반포됐다.
이 교리는 교인들이 미사나 세례 때 쓰이는 신경(신조 혹은 신앙고백)에 쓰였다. 한데 해석상에 차이가 생겼다. 동방교회는 ‘성령’이 ‘성자를 통해 성부에게서 발한다(qui ex Patre per filium)’고 해석했다.
그러나 서방교회는 ‘성령은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한다(qui ex Patre Filioque)’면서 ‘필리오케(Filioque·성자에게서)’를 덧붙여 해석했다.
이 라틴어의 문구 중 등장하는 ‘필리오케’가 동서방 교회의 균열에 불쏘시개 노릇을 한 것이다. 서방교회는 1014년 이 ‘필리오케’ 문구를 공식 인정했지만 동방교회는 ‘성령은 성부(아버지)에게서만 발출(發出)한다’면서 서방교회를 맹비난했다.
이로써 양 교회는 볼썽 사나운 ‘맞파문 사태’를 빚고 결별했다. 라틴어(서방교회)와 희랍어(동방교회)라는 언어 차이 때문에 생긴 신학적인 오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사소한 오해 때문이었다면 1000년의 분열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가.
그렇게 갈라진 동서교회의 수장인 프란시츠코 교황과 키릴 러시아정교 총대주교가 만나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일이다.
단순히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화합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종교 간의 벽을 넘어선 사랑과 용서, 이해의 메시지였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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