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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루트를 찾아서

웅녀와 호녀의 ‘사랑싸움’ 이야기

코리안루트 1만㎞ 대장정
툰드라 지역 순록치기 곰 토템족의 사냥꾼 범토템족 정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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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루트 탐사에서 단(檀)족 군장들인 단군의 족적을 추적하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한반도 사관에 고착된 우리의 시각과 시야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이렇게 살고 있으니 단군도 한반도에서 경영형 부농으로 입신한 인물쯤으로 상정하고 한민족의 창세기를 서술해내는 이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군이 기원전 2000~ 3000년 전에도 고온다습한 태평양 중 한반도에서만 농사를 지어먹고 산 청동기인이라고 못박아놓아야 주체적이라며 안심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 같다.

5000~600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은 많게든 적게든 움직이게 마련이다. 생업이 유목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튀어나온 광대뼈며 째진 눈과 염소 수염, 그리고 성형이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콧날이 거의 서지 않았던 많은 납작코 유형은 오랜 툰드라 생활사를 겪지 않고는 한반도나 발해 연안에서만 설계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신체 유형을 디자인해준 툰드라와 삼림 툰드라 태반사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신석기시대 이래 순록치기 천하
 

시베리아 전도. 순록 유목 문화권인 오비·예니세이·레나 강은 북극해로 흐르고, 몽골고원에서 발원한 케룰렌강은 아무르 강과 연결돼 태평양으로 흐른다.
물이 북극해로 흘러드는, 만주의 북쪽에 있는 사하의 툰드라와 삼림 툰드라는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대만주 권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광활하고, 순록의 먹이인 이끼(蘚)가 눈처럼 지천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놀랍게도 다른 식량 생산업과는 달리 본격적인 유목의 태초라 할 특수 목축인 순록 유목이 극북지역에서 대규모로 먼저 이루어졌다. 그곳은 너무 추워서 호랑이도 양도 거북이도 못 산다. 숫수달인 ‘부이르(Buir)’-예(濊)도 산달인 ‘너구리’-맥(貊)도 못 사는 그 동토지대에서 순록치기의 천하가 이미 신석기시대 이래로 경영돼왔다는 사실은 지금의 한반도 한국인이 보기에는 참으로 기상천외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예니세이 강의 ‘예니세이’는 원주민의 이름이다. 레나 강의 ‘레나’는 원주민어로 ‘큰 물’이라는 뜻이며 대만주권과 대사하권을 남북으로 가르는 장대한 스타노보이 산맥에서 아무르 강으로 흘러든 제야 강의 ‘제야’는 에벵키어로 ‘칼날’이라는 뜻이다. ‘아무르’는 에벵키 청년의 이름이다. 이를 아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흥안령에서 흐르는 눈 강과 백두산에서 기원하는 송화 강이 칭기즈칸이 마시고 자란 케룰렌 강을 발원지로 하는 아무르 강으로 유입해 마침내 한반도의 동해-태평양으로 흘러든다는 지리적 초보 지식을 익힌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케룰렌 강에서 종이배를 띄우면 한국의 동남해안 삼척이나 부산에도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2005년에 사하를 답사해 관계 정보들을 수집하고 나서는, 2006년 여름엔 마침내 툰드라~수림 툰드라 지역인 한디가 압기다 에벤족 순록 유목지를 답사하며 아주 놀라운 체험을 했다. 7월 11일에 연해주에서 출발해 스타노보이 산록을 돌아 바이칼 호수에 오는 동안 그간의 북극권 답사 기억들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정리해 이야기들을 나눠보았지만, 코리안루트 탐사대원들과 함께는 그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바이칼호 알혼섬의 부르칸 바위에 코리족 족조 탄생 설화가 서려 있는 것은, 순록이라는 뜻인 ‘코리(槁離)’의 유라시아 최대 유목지대가 앙가라 강을 통해 예니세이 강으로 이어지는 지대와 전에는 물길이 열려 있는 흔적이 보이는 카축 일대를 통해 레나 강으로 이어지는 지대 사이의 북극해권이기 때문이다. 고원 건조지대 바이칼 호수면에 비친 따가운 햇볕이 반사돼 천상의 구름을 소멸시키기 때문에 거대한 호수지대이면서도 건조하고 하늘이 유난히 맑아 이곳에 제천단이 많이 세워지고 천문 관측이 잘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어느 천문기상학자의 견해가 새삼 생각난다.

수분 친화적 토템족 정착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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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BT 시대에 ‘단군고기(檀君古記)’는 세계사적인 시각에서 세계 각지의 관계 정보를 충분히 소화하는 터전 위에 과학 언어로 그 순록 유목 태반사를 본격적으로 복원하는 차원에서 해독해야 한다. 어느 시대, 어떤 생태에서 뭘 해 먹고 살아왔느냐에 관한 엄밀한 논증 과정을 거쳐 논리 정연하게 사람 생명 살이 얘기로 다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그 ‘게놈’에 주목하며 조선 태반사를 복원해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랄 산맥 중에 대통령이 집정하고 쿠마(錦: 熊) 강이 흐르는 ‘고미’ 공화국-곰 나라-이 있다. 요즈음도 일부 투르크계 종족이 살고 있지만 고대에는 주로 황인종이 원주민으로 살았는데 그 신화 내용이 ‘삼국유사’나 ‘제왕운기’에 기록된 것과 매우 비슷하다. 또한 시리아의 다마스커스 박물관에는 아예 아기를 안은 청동 곰녀상까지 진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민족 동류 루트 답사를 이끌고 있는 김영우 교수의 조언이다.

박정학 치우학회장은 환인에 대해 황의돈·송석하 소장본 ‘삼국유사’ 및 1902년 도쿄대 발행 활자본 등에는 분명히 모두 ‘환국(桓國)’으로 쓰여 있는데 1921년 교토대학의 영인본에만 ‘환인(桓因)’으로 되어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웅은 환인의 아들이 아니라 북방 몽골로이드의 호칭 관행을 따라 환국(Khan ulus)의 서자라는 관직을 가진 칸(桓: Khan) 바아타르(雄: Baatar)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같은 동굴에 사는 웅녀와 호녀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함은, 식량 생산 기원지인 서아시아에서 알타이 산을 넘어 사얀 산맥을 타고 동래한 선진 환웅족이 곰 토템족과 범 토템족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그들 자신이 식량 생산 단계로 진입하려는 경쟁을 벌였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그이들이 식량 채집자 사냥꾼만으로가 아니라 좀 더 편안하게 사람답게 사는 식량 생산자 순록치기가 되는 길을 모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실은 전래하는 단군의 영정대로라면 그 긴 수염은 혹한지대인 극북의 몽골로이드의 것일 수 없고 따라서 그 혈통에는 당시의 선진 서아시아인적 요소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동굴 근거지 쟁탈전서 곰토템족 승리
 

다마스커스 박물관의 아기를 안은 곰녀상.

마늘과 쑥을 먹고 햇빛을 안 보고 100일간 견디기를, 사냥꾼의 식량 채집 단계에서 순록치기의 식량 생산 단계로 나아가는 시련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본 것으로 풀이해볼 수는 없을까. 물고기도 잡아먹는 수분 친연적인 곰 토템족이 이와 유사한 북극 생태 환경에 익숙한 순록을 유목 가축화하는 데 성공한 반면 북극의 혹한 생태 속에서 못 견디고 덜 수분 친연적인 범 토템족이 이에 적응해내지 못하는 과정을 설화로 만든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서 단군왕검이 다스리는 나라를 조선(朝鮮)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곧 그 생업을 지칭해 ‘순록치기의 나라’라고 했음을 말해준다.

실은 웅녀 전설도 2000년대 지식 산업 시대에는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레나 강 북극해권에는 호랑이는 추워서 못 살고 곰은 잘 사는데 특수 목축인 유목의 경우에 순한 순록의 유목이 먼저 시작되고, 아무르 강 태평양권 몽골 스텝에서는 북극권에서 역시 추워서 못 사는 양의 유목이 사나운 말을 타고나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 말은 금속 재갈을 물려야 탈 수 있으므로 청동기~철기시대 이후에나 그것이 가능했다. 레나 강 북극해 권에서 유목 생산을 먼저 시작한 곰 토템족은 힘이 넘쳐 아무르 강 태평양 권으로 진출하게 됐는데, 여기서 호랑이 토템 부족과 대흥안령 북부 선비족의 갈선동이나 고구려 집안(輯安)의 국동대혈(國東大穴)과 같은 동굴 근거지 쟁탈전이 벌어졌다. 당연히 선진 곰 토템족이 범 토템족을 내쫓고 동굴을 독점해 살면서 환국의 서자 벼슬아치인 환웅과 결혼해 곰녀의 자손들을 낳게 됐는데, 그게 칸의 혈통을 타고난 알탄우룩(Altan urug: 黃金氏族=‘해’겨레)-천손족인 순록치기 한(韓: Khan) 민족일 수 있다.

사람이 다른 짐승과 달리 사람으로 다시 나게 된 것은 당연히 생명 생산과 사육의 원리를 터득해 식량 채집 단계에서 식량 생산 단계라는 생명 주관 과학 누리로 진입하면서다. 그래서 엔 베 아바예프 투바대학 교수는 “순록을 상징하는 젖을 주는 암사슴(Sugan-Soyon, 鮮)이라는 낱말에서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본다. 웅녀는 환웅과 결혼해 사람 곧 ‘순록치기’-선인(鮮人)을 낳았던 터다”라고 말한다.

나는 일찍이 현지 답사 중에 이런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 파이호(巴爾虎)로 음역되는 바르쿠족은 호랑이 토템일 가능성이 있다. ‘바르(Bar)’가 몽골어로 범-호랑이인데 ‘쿠’는 ‘~을 가진’이란 뜻이므로 그런 가능성이 높다. 한자 음역에 ‘호(虎)’자가 든 것도 음역(音譯)과 의역(意譯)을 동시에 추구하기를 좋아하는 한인(漢人)들의 음사(音寫) 전통으로 보아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예컨대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으로 음역하고 고려를 멋진 2개의 뿔이 달린 사슴이란 고려(高麗)로 음역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실제로 바르쿠진 분지를 따라 내려오며 범내, 범바위, 범고개와 범골과 같은 호랑이 관계 지명이 많은데 바르쿠족 원주민들과 함께 하는 구체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답사 중에 7월 17일에 놀랍게도 셀렝게 강변 샤먼산 게세르 100년 기념비 앞에서 현지 원주민에게 1905년에 마지막 호랑이가 총살되었다는 정보를 확보해 마침내 이를 입증할 수 있었다. 금번 답사가 이룩한 작은 기념비적 업적이라 하겠다. 그 결과 이런 유목형 몽골의 여(女)단군-몽골 여시조 알랑 고아 탄생 설화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몽골비사’에 실린, 코릴라르타이(순록치기: Qorichi 부족들)의 메르겐(麻立干: Mergen)과 바르쿠진 고아가 결혼해 몽골 여시조 알랑 고아를 낳는 이 탄생 설화는 실은, ‘코리(馴鹿)치’-순록치기가 돼 식량 생산 단계에 든 레나 강 북극해권의 선진 곰 토템족이 아직 식량 채집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무르 강 태평양권의 수렵민 후진 호랑이 토템족을 정복하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녕 이 몽골 여시조 탄생 설화는 단군 탄생 설화의 유목형 전개라고 하겠다.

<주채혁 :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몽골사>
<후원 : 대순진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