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를 믿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준다는 미라는 언제나 신비로운 유물이다. 그런데 실제 미라와 미라 목관을 2년 가까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토티르데스의 미라. 사후세계에 대한 바람을 화려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3층 아시아관을 개편해 이집트실,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로 구성된 ‘세계문화관’을 공개하면서 16일부터 443건 531점의 유물을 무료로 전시한다. 이중 눈에 띄는 유물은 역시 언제나 인기를 끄는 미라를 포함한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중인 고대 이집트 문화재 94건·94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부터 브루클린박물관 한국실을 지원한 바 있고,2016년 12월부터는 이중 이집트 자료 230여점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3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이집트 유물들이다.
전시품 중에는 2700년 전에 제작한 것으로 전하는 토티르데스 관과 미라,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 금·은·수정으로 장식한 따오기 관 등을 선보인다. 이중 기원전 700년 무렵의 인물인 토티르데스의 미라와 목관이 눈길을 끈다. 목관에는 사후세계에 대한 바람을 화려한 그림으로 표현했다.
뚜껑에는 토티르데스가 심장 무게를 재는 심판을 통과한 장면과, 오시리스의 부인인 이시스가 죽은 이를 애도하는 모습을 그렸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도 관심을 끈다. 기원전 1세기의 작품이다. 프톨레마이오스 11세(기원전 115?-기원전 80년)는 불행한 임금이었다. 기원전 80년 프톨레마이오스 9세가 후계자 없이 사거한 뒤 이른바 괴뢰 왕으로 파라오의 자리에 앉았지만 나름 정권을 독차지 하려고 애쓰다가 암살당했고, 이에 따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혈통이 끊겼다. 전시품 중에는 이집트 고대왕국의 전성기를 이끈 람세즈 2세(기원전 1279?~1213)의 유물도 있고, 금·은·수정으로 장식한 따오기 관 등도 선보인다.
프톨레마이오스 12세로 추정되는 ‘왕의 머리’.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이다.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윤상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서양 문화의 근간을 형성한 이집트는 그리스, 로마와 영향력을 주고받았고, 세계사 교육할 때 빠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연구관은 “과거 2차례(2009·2016년)에 열린 이집트 특별전은 기간이 짧고 유료였다”며 “이번 전시는 2021년 11월 7일까지 2년간 이어지는 무료 상설전이라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 유물 뿐이 아니다. 창조신 복희와 여와 등 중앙아시아실 81건·154점, 간다라 불상 등 인도·동남아시아실 51건·51점, 백자 쌍봉무늬 접시 등 중국실 217건·232점이다. 전시 환경도 개선했다. 박물관측은 향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협력해 메소포타미아 문명 유물을 소개하고, 이후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이슬람 문화 전시를 열 계획이다. 저반사 유리를 설치하고, 조명은 대부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했다. 박물관은 내년에 신안선 유물을 진열한 신안실을 세계도자실로 바꾸고, 일본실도 개편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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