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R D 존슨과 L L 다우닝이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여학생 60명에게 한번은 간호사 제복을, 한번은 백인우월단체인 KKK 복장(사진)을 입혔다. 그런 다음 문제를 냈다. 상대방이 틀린 답을 말하면 여학생들이 6단계의 버튼 중 하나를 골라 전기쇼크를 가하도록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간호사복을 입었을 때는 비교적 약한 충격의 버튼을 눌렀던 여학생들이 KKK 복장을 입자 강한 쇼크의 버튼을 힘껏 누르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옷에 따라 천사가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 이 현상을 ‘제복효과’라 한다. 가만 생각하면 다른 데서 찾을 필요도 없다. 사회에서는 더할 수 없는 신사들에게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공중도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매너남’으로 표변하기 일쑤가 아닌가.
KKK단은 실제로 이 ‘제복효과’ 때문에 악마로 변했다. KKK단은 1865년 남북전쟁에서 패한 뒤 돌아온 남부군 병사 6명이 테네시 주 펄래스키에서 장난삼아 만든 모임이었다.
KKK(Ku Klux Klan)는 희랍어로 단체를 뜻하는 kyklos와 씨·가족을 뜻하는 clan을 klan으로 바꿔 지은 이름이다.
처음엔 악의없이 시골을 요란스럽게 떠돌아다닌데 불과했지만 이내 재미를 붙였다. 점차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뾰족한 두건, 하얀색 가운을 맞춰 입고 흰천으로 덮은 말을 달렸다.
야밤에 유령처럼 출몰하는 백의의 기수는 온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놓었다. 북부에 패했다는 증오심은 급기야 희생양을 찾게 된다. 흑인들이었다.
투표장에 나오는 흑인들에게 잔혹한 보복을 가했고, 심지어 흑인해방에 동조하는 백인들까지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집까지 불태웠다.
흑인들에게는 “너희(흑인)는 구두딱이나 청소부 노릇이나 하고 쥐고기나 먹으면 돼. 분수를 지키면 우리가 사랑해줄게”라고 경고했다. 나중엔 유대인과 가톨릭 교인들에게까지 혐오의 대상을 늘렸다.
중세 암흑시대의 비적떼를 연상케하는 ‘백색 제복’의 공포가 미국남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졌다. 한때 400만명이 KKK단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1925년 8월9일 흰색 옷과 두건을 입은 KKK 단원 5만명이 워싱턴 중심가를 4시간이나 행진하기도 했다.
그 KKK단의 악령이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주자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KKK 지도자를 역임한 데이빗 듀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여기에 트럼트의 아버지가 1927년 일어난 KKK단 폭동 가담자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로 치면 친일행각과 다름없는 심각한 사안이다. 안하무인,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트럼프는 과연 이 백색제복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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