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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 여성 90살 시대의 개막

여성은 왜 남성보다 오래 살까.

 

갖가지 주장 중에 성염색체설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서로 다른 염색체를 지닌 남성(XY)에 비해 X염색체가 둘인 여성(XX)이 훨씬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 하나를 잃어도 남은 하나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짝을 이루지 못한 남성(XY)은 늘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호르몬의 차이도 거론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의 발생을 억제시키고 질병의 저항성을 높인다.

 

인간의 X염색체(왼쪽)와 Y염색체. 사람의 경우 X염색체가 둘인 여성(XX)에 비해 짝을 이루지 못한 남성(XY)은 늘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흥분과 공격성을 자극한다.

 

두터운 피하지방 덕분에 여성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남성이 돈과 명예를 다투는 경쟁사회에서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울면 안된다’는 사나이 강박 관념 때문에 눈물로 스트레스를 푸는 여성에 비해 빨리 죽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게 된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800년대 초에는 오히려 남성의 평균 수명이 여성보다 2살 정도 앞섰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다!’라는 세익스피어의 독백이 통했던 시대다.

 

1900년대에 들어서야 역전됐다.

 

여성이 평균 4살 정도 더 살게 됐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여성 1명당 출산률이 8.5명(1800년대초)에서 4.2명(1900년대초)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임신·출산·육아 스트레스가 여성의 수명을 결정짓는 으뜸요인이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TO) 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하니 의미심장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2030년 태어나는 한국 남녀의 기대수명(여성 90.82세, 남성 84.07세)이 독보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한국 여성의 수명이 프랑스(88.55세)·일본(88.41세)을 따돌리며 90살을 훌쩍 넘긴다는 예상이 눈에 띈다.

 

연구팀은 한국의 공평한 보건의료시스템과 경제발전 등을 으뜸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새삼 유타대의 연구결과가 눈에 밟힌다. 혹시 2016년 1.17명에 불과한 한국 여성의 합계 출산률(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통계에 반영된 것인가.

 

그렇다면 인구절벽 속에 맞이할 ‘기대수명 90세 시대’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기대수명 1위에 걸맞은 복지정책을 마련할 준비가 됐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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