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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돌고래 스트레스와 인간의 탐욕

2013년 1월 하와이 해안에서 가오리떼를 촬영하던 스쿠버다이버에게 돌고래 한마리가 다가왔다.

 

다이버가 돌고래의 접근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돌고래는 다이버에게 몸을 돌려 왼쪽 지느러미를 둘러싼 낚시줄과 입에 걸린 낚시바늘을 보여주었다. ‘치료해달라’는 구조신호 같았다.

 

2014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조에 갇힌 돌고래 모습. 서식범위가 300㎞ 정도인 돌고래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이버가 조심스레 돌고래의 몸에서 낚시줄과 바늘을 제거했다. 돌고래는 다이버가 작업하기 쉽게 몸을 돌려주었다.

 

호흡이 필요하면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수중으로 들어와 다이버에게 몸을 맡겼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큰 화제를 뿌렸다.

 

돌고래가 위험에 빠진 자기 몸을 사람에게 맡길 만한 지능과 자아의식까지 갖고 있는 영물임을 인식시킨 것이다.

돌고래의 서식범위는 300㎞ 이상이다. 20일 동안 최대 1000㎞ 넘는 거리를 이동한다.

 

게다가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100마리씩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다양한 소리를 내어 소통함으로써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를 유지한다.

 

낳아준 어미와 4년 이상 함께 살며, 심지어는 평생을 동거동락하는 고래도 있다.

 

돌고래 한마리를 잡으면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의 말처럼 ‘한 가족을 해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잡은 돌고래를 좁디좁은 수족관에 가둬놓으면 어찌 되겠는가.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서 냉장된 죽은 생선을 먹으며 공연을 강요당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족아닌 다른 돌고래와의 소통도 문제지만 설령 대화를 나누려 소리를 낸다치자. 소통은커녕 소리의 초음파가 수족관 벽에 부딪혀 되돌아 온다.

제주 앞바다에서 마음껏 유영하는 돌고래 가족. 적게는 2~3 마리, 많게는 100마리 넘게 한 무리를 이루며 살아간다.

 

방안에서 메아리가 맴돈다고 생각해보라. 미칠 노릇이 아닌가. 여기에 수족관의 음악과 관람객의 환호와 박수….

 

스트레스에 시달린 돌고래는 수족관안을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벽을 때리거나 관객에게 이빨을 보이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스트레스성 위장약과 항생제, 면역강화제를 달고 산다. 야생 돌고래의 수명이 30~50년인데 반해 제주의 어느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수명은 단 4.33년에 불과했다는 비극적인 통계가 있다.

 

울산 남구가 고래생태체험관에 들여온 돌고래 한마리가 이송과정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폐사했다. 2009년 개관 이후 벌써 6마리째다.

 

‘생태체험’이니 뭐니 하는 말로 포장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빚어낸 동물학살극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헝가리, 인도, 칠레, 코스타리카, 미국 등이 돌고래 쇼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어디 돌고래 뿐이겠는가. 유럽연합은 1997년 암스테르담 조약에서 ‘동물은 지각이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 규정한 바 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살고 죽은 것이 동물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윤리는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새삼 마하트마 간디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참고자료>

조희경, '돌고래 전시금지를 위한 시민운동에 관한 연구:남방큰돌고래 야생 복귀 사례를 중심으로', 경희대 석사논문, 2014

변태섭, '수족관의 돌고래가 위험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과학칼럼,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