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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조약 1조가 뭔데…배신과 조롱으로 끝난 고종의 미국 짝사랑 “제3국이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 다른 한쪽 정부가 원만한 타결을 위해 주선한다.” 1882년 5월22일 제물포 바닷가의 임시장막에서 조선과 미국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열렸습니다. 조약에 서명한 이들은 조선의 전권대사 신헌(1810~1888)과 미국전권대표인 해군제독 로버트 슈펠트(1822~1895)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해괴한 국가간 수교협정이었습니다. 1882년 조선과 미국이 맺은 수호통상조약문. 제1조는 3국이 조선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면 미국이 자동개입해서 조선을 도울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조미수호통상 조약 1조 도장은 신헌에 찍었지만 조약의 교섭권은 청나라 북양대신 이홍장(1823~1901)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체결된 조미수호통상 조약의 제1조 또한 흥..
청와대터는 임금 측근들의 충성서약을 받은 회맹터였다 ‘회맹(會盟)의식’이 있었다. 중국 춘추시대(기원전 770~403)의 산물이었다.천자국인 주나라가 힘을 잃은 뒤부터 시작됐다. 강대한 제후국 군주는 이름 뿐인 주나라왕을 대신하여 천하를 주물렀다. ‘회(會)’는 일정한 의제와 장소, 시간을 정해 다른 제후국 군주들이 모이는 것을 이른다. ‘맹(盟)’은 회맹에 참여한 제후들이 차례로 제물의 피를 입술에 바르는 의식을 말한다. 이를 ‘삽혈(삽血)’이라 한다. 국보로 승격되는 ‘보물 제1513호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숙종 때까지 20여차례에 걸쳐 공신이 된 인물들의 후손이 모여 충성서약을 맺은 결과물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입술에 피 바르는 의식회맹을 주도한 제후가 가장 먼저 삽혈했다. 이 제후는 다른 제후들에 의해 패자(覇者)로 추대됐..
불에 타 그을린 임금 초상화는 왜 보물 문화재 되었나 지난해 8월 아주 특이한 문화재 4점이 국가등록문화재 제792호로 등록되었습니다. 조선 임금 4명의 초상화, 즉 어진이었는데요. 등록문화재란 개화기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건설·제작·형성된 이른바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조선 임금의 초상화가 근대유산이라는 것도 그렇고, 또 그렇게 등록문화재가 된 4점의 임금 초상화를 보면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는 것도 그랬습니다. 예를 들자면 태조의 어진은 매서운 눈과 귀만 보이고, 원종(인조의 아버지·추존왕)은 왼쪽 뺨과 귀 부분이 없어졌으며, 순조는 귀밑머리와 귀만 보이고, 순종은 왼쪽 뺨과 코, 눈이 싹 다 날아가습니다. 뭐 이렇게 불에 타버린 어진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문화재로 대접해주었을까요. 1954년 한국전쟁 직후 부..
최치원 초상화 속 '숨은그림'…두 동자승은 누가 왜 지워졌을까 예전엔 마산이었지만 지금은 경남 창원시 합포구로 행정지명이 바뀐 ‘월영대’를 얼마 전에 찾았다. 그곳에는 통일신라말 대문장가인 최치원(857~?)이 ‘월영대’라는 친필 글씨를 대자로 새긴 것으로 유명한 2m가 넘는 각석이 우뚝 서있다. 최치원이 가야산에 입산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머물러 ‘노닐며’ 대를 쌓아두고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유서깊은 곳이다. 최치원의 초상화인 ‘운암영당고운선생 진영’(경남 유형문화재 187호). 의자에 앉아 화면 왼쪽을 응시하고 있는 전신상의 최치원을 그렸다. 2009년 국립진주박물관의 X선 촬영결과 이 영정의 제작시기·장소를 알리는 화기(畵記)와 함께 두 동자승의 모습이 나타났다. |최현욱·곽홍인·신용비의 논문에서■고려·조선문인의 순례성지 ‘아득히 푸른 물결 위에 우뚝 솟은 바위…..
"고려 임금 초상화, 싹 다 불태워라"…세종대왕의 '분영갱상' 만행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이 누구입니까. 중국 역사에는 요순이 있다면 한국 역사에는 바로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이 계시죠. 그 분의 업적을 언급하라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겠죠. ‘훈민정음 창제’, ‘대마도 정벌’, ‘4군6진 개척’,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측우기 등 과학기술의 발명, 신기전 등 각종 화약무기의 개량 개발, 조선의 풍토에 맞는 농서 편찬, 한양을 기준으로 한 역법 ‘칠정산’의 편찬, 17만명을 대상으로 한 백성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확립한 조세제도(공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죠.1992년 개성 왕건릉(현릉) 곁 땅밑에서 출토된 태조 왕건 동상의 출토당시(오른쪽)과 정비된 모스(왼쪽). 어진이라면 실물처럼 사실적으로 그렸을테지만 동상이기 때문에 출가자인 부처와..
고아원에서 살았던 독립투사의 증손들…일가족 망명한 임청각의 사연 얼마 전에 경북 안동 임청각이라는 유서깊은 가옥이 일제강점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보물 182호로 지정된 집인데요. 7년간 280억원을 들이는 사업이랍니다. 일제강점기에 중앙선 철도를 놓으면서 이 가옥의 앞마당을 관통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임청각은 80여 년 만에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셈이라고 하네요, 어떤 사연이 있는 지 알아봅니다. 석주 이상룡 선생. 일가족이 서간도로 망명하여 평생 독립운동을 펼친 분이다.문=임청각이 가옥이라고 했는데요, 보물로 지정될만큼 유서깊은 집인가보죠? 답=임청각은 경북 안동 낙동강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1515년(중종 10년) 지어진 가장 오래된 민가입니다. 고성 이씨 가문이 대대로 살았던 집이수요. 어느 방에서나 아침 저녁으로 ..
지렁이도 밟으면…홧김에 태종 임금을 때린 궁녀의 운명은? 태종 이방원(재위 1400~1418)이 어떤 사람인지 다들 아시죠.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죽이고 조선을 개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분이죠. 그 뿐인가요. 개국 후에도 1, 2차 왕자의 난을 통해 이복동생 둘(방석·방번)과 정도전·남은 같은 개국공신을 무참히 죽였으며(1398년 1차), 동복 형(방간)까지 쫓아낸(1400년 2차) 무시무시한 임금이죠. 게다가 외척의 발호가 염려된다면서 처남 4형제(민무구·민무질·민무회·민무휼)를 모조리 죽이고, 아들(세종)의 장인인 심온의 가문을 멸문의 지경까지 빠뜨린,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군주죠.1902년(순조 2년) 순조와 순원왕후의 혼인식을 기록한 의궤인 ‘순조순원왕후 가례도감’에 등장하는 내시, 별감, 궁녀를 재구성했다. 내시, 별감, 궁녀는 왕과 ..
백제 예술의 투톱, '8가지 무늬 전돌' 중 최초·최고의 산수인물화 있다 아니 금관이나 반가사유상이 아니었던가. 얼마 전 1960~2019년 사이 해외전시를 다녀온 한국문화재 순위를 집계한 자료를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에게서 받았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금관(국보 87호 금관총 출토·5회·1895일)은 8위, 금동반가사유상(국보 83호·7회 2255일)은 3위에 머무른 대신 ‘부여 외리 문양전’(보물 343호·22회·6408일)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위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국보 91호·8회·2650일)와 비교하면 회수로는 3배 가까이, 일수로는 2.4배나 많다. 59년 동안 22회였으니 사람으로 치면 그야말로 뻔질나게 ‘기내식’을 먹은 셈이다.1937년 충남 부여 규암면 외리에서 발견된 ‘문양전(무늬 전돌)’ 중 산수인물화의 시원으로 꼽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