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매는 몸통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균형있는 외모와, 빠르고 영리하며 결패(결기와 패기)있는 기질을 갖고 있다.”
2009년 1월10일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참매를 북한의 나라새, 즉 국조(國鳥)로 소개하고 있다.
<통일신보>는 “매로 꿩을 사냥하는 장면은 안악 3호분과 삼실총 등 고구려 고분 벽화에 예외없이 그려져 있고, 고려 시기에는 매를 기르는 관청(응방·鷹房)을 둘만큼 우리 민족의 생활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참매는 용맹스러운 새이며, 조선사람의 기질을 닮은 새”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빠른 속도로 하강해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한순간에 먹잇감을 확 낚아채는 참매의 기질을 일컬은 것이리라.
비단 북한 뿐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국조를 지정하지 않은 남한에서도 참매는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이자 천연기념물(제323-1호)로서 아주 귀한 대접받고 있다.
태어난지 1년도 안되는 참매를 흔히 보라매라 하는데, 아직 털갈이를 하지 않아 보랏빛을 띠고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보라매는 사냥에 적합하고 날렵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새이기도 하다.
눈을 부릅뜨고 날카롭게 먹잇감을 노려보는 것을 응시(鷹視)라고 하지 않던가. 따지고보면 참매는 남북한 양쪽에서 사랑받는 새임을 알 수 있다.
다음달 12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까지 태우고 갈 것으로 보이는 전용기 이름이 바로 ‘참매 1호’라 한다.
미국 언론들은 참매1호기를 두고,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에 빗대 ‘에어포스 은’(Air Force Un)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핵무기 폭발의 충격에도 견디도록 설계됐고, 첨단 미사일 요격 시스템까지 장착했다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에 견주다는 것은 어쩐지 남우세스럽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89~93)도 “퇴임 후 가장 그리운 것은 ‘에어포스 원’을 탈 수 있었다는 특전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반면 참매1호는 1960년대 처음 생산돼 1990년대 중반 단종된 노후 기종이 아닌가.
하지만 참매1호는 지난 2월9일 김여정 등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대표단 일행을 실어나른 바 있고, 5월8일 다롄(大連)에서 열린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을 태운 바 있다.
장거리 비행에 문제가 없는지 부디 잘 점검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세기의 담판장으로 든든히 실어나르는 ‘참매’가 되어주기 바란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단번에 낚아채는 참매는 어떤까. 그게 더 어울리는 역할이겠다.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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