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15회 주제는 ‘대장금’입니다.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조선 시대 최고의 커리어 우먼들의 이야기, 즉 <조선시대 여의사 열전>입니다.
조선에서 여자의사가 탄생한 배경이 재미있습니다. 태종·세종 때의 일인데, “남자 의사가 (진맥을 한다면서) 여인들의 살을 주무르게 되니 망측스럽다”는 상소가 올라왔습니다. 남자의사의 손길이 무서워 병을 감추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아녀자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전국 8도의 10~15살 관기들 가운데 영리한 여자아이들을 뽑아 서울로 유학시켰습니다.
이들은 3년간 혹독한 의학공부를 한 끝에 의녀가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의녀 가운데 대장금은 군계일학이었습니다.
사극 <대장금>에도 묘사됐듯이 사실상 중종 임금의 주치의 노릇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종 임금은 남자의사들을 내치고 대장금을 비롯한 의녀들에게 몸을 맡겼답니다. 물론 남자 의사들, 즉 어의들은 잔뜩 볼멘 소리를 해댔지만 중종의 대장금 사랑은 끔찍했습니다. 대장금 뿐이 아닙니다. <실록>에 등장하는 의녀 가운데 장덕과 귀금은 특히 이비인후과 및 치과전문의로 명성이 자자했답니다. 선조~광해군 때의 의녀 애종은 “끼가 많고 음란하다”는 악평을 들었지만 워낙 의술이 좋아서 등용됐습니다. 조선시대 의녀들은 팔방미인이기도 했지만, 너무나 할 일이 많았습니다. 왕실과 사대부의 술판에 끌려가 기생노릇도 해야 했으며, 왕명을 받아 수사관 노릇이나 법의학자 노릇도 해야 했습니다. 심지어는 사회복지사 노릇도 했고,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감사관 노릇까지 했답니다. 조선시대 의녀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요.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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