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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자 思來者

아라가야 왕릉에서 발견된 ‘생명의 별자리’ 남두육성


아라가야인들이 바라본 봄철 남쪽 하늘의 별자리는 어땠을까. 

아라가야 왕릉급 고분으로 알려진 함안 말이산 13호분(사적 제515호)에서는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의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아라가야 왕릉 무덤으로 추정되는 함안 말이산 13호분 덮개돌에서 확인된 성혈. 궁수자리와 전갈자리 등의 별자리가 선명하게 확인됐다. 특히 궁수자리 안에 있는 남두육성이 눈에 띈다. 남두육성은 동양에서 생명과 태양을 의미한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이 고분을 발굴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18일 “붉게 채색된 구덩식 돌덧널 무덤(수혈식 석곽묘)의 벽면과 125개의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이산 고분은 이번에 부대시설이 확인된 왕성터에서 2㎞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100년 만에 재개된 말이산 13호분 발굴에서는 4개 벽면 전체를 점토로 바르고 그 위에 붉은 색안료로 칠한 흔적을 확인했다.

고분 덮개석에 새겨넣은 성혈. |연합뉴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무덤의 덮개돌 안쪽에 새겨진 성혈(星穴·별자리를 새긴 흔적)이다. 성혈은 일반적으로 청동기 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확인된다. 

물론 고령 지산동 30호분처럼 고분의 덮개돌 윗면에 표현된 것도 드물게 보인다. 그러나 지산동 30호분은 청동기 시대 암각화를 무덤의 덮개돌로 재사용한 것이다. 반면 말이산 13호분의 ‘별자리 덮개돌’은 무덤 주인공이 안치되는 공간인 매장주체부의 가운데 천장에 조성됐다. 

최경규 동아시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별자리가 무덤 안 천장에 잘 짜여져 흐트러짐없이 구현된 것으로 보아 무덤 축조 당시 기획되었을 가능성이 짙다”고 밝혔다.

무덤에 별자리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예는 각저총과 무용총 등 고구려 고분벽화를 들 수 있다.  새겨진 별자리 125개 중 한국천문연구원 등 전문기관을 통해 확인한 별자리는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이다. 

성혈, 즉 별자리를 새겨놓은 5번 덮개석.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제공

이중 눈길을 끄는 별자리는 남두육성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 속 켄타우로스의 활시위를 닮았다 해서 붙은 별자리가 궁수(사수)자리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서양의 궁수자리에 속한 6개의 별을 합쳐 일컫는 말로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해서 예부터 남두육성이라 했다. 

북두칠성이 하늘과 죽음을 의미한다면, 남두육성은 땅과 생명을 뜻한다. 동진 말기 양희(331~386)의 저작으로 알려진 <상청경(上淸經)>은 “남두육사(南斗六司)는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주관부서인데 남두육궁을 지칭한다”고 했다. 동진(東晋·4세기경)의 역사가 간보가 편찬한 <수신기>는 “남두육성은 탄생을 관장하며(南斗注生), 북두칠성은 죽음을 주관한다(北斗注死)”라 했다.  

고대 천문별자리 전문가인 김일권 한국학중양연구원 대학원 교수(민속학)는 “5~6세기 아라가야 사람들은 바로 생명이 만발하는 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전갈자리·동양에서는 청룡별자리라 한다)를 그린 것”이라면서 말했다. 

최경규 연구원 조사단장은 “속단할 수는 없지만 무덤 벽면의 붉은 채색과 태양, 생명을 뜻하는 남두육성이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면서 “이번에 확인된 별자리는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일권 교수는 “대구 진천동 선돌유적에서도 남두육성이 보이고, 고령가야 지역에서도 별자리가 그려진 암각화가 집중돼있다”면서 “가야문화권에서 이렇게 많은 별자리가 보인다는 것 또한 연구대상”이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