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일본 통신사 NTT 도코모의 구리타 시게타카(栗田穰崇)가 200여개의 그림문자를 만들었다. 그림(え·繪)과 문자(もじ·文字)를 합성한 ‘이(에)모지’라 했다.
이모지는 컴퓨터 자판의 글자 및 부호로 감정을 표현한 이모티콘과 달랐다. 유니코드 시스템을 이용한 실제 그림이었다. 이모지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기 등에 도입되면서 삽시간에 퍼졌다.
최근 영국의 옥스포드 사전은 ‘이모지’ 가운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을 ‘2015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민(refugee) 등 쟁쟁한 후보를 제쳤다. 캐스퍼 그래스워홀(Grathwohl) 옥스포드 회장은 “알파벳 같은 기존문자가 강렬한 시각 효과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 고전하는 사이, 상형문자인 이모지가 그 틈새를 메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보면 웃는 얼굴, 화난 얼굴 등의 이모지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무력화시키는 만국공통의 언어이자 감정소통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올 한해만 60억건의 이모지를 주고 받았다니 ‘올해의 단어’로서 자격이 차고 넘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자회사인 매리엄-웹스터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ism’(주의)였다. 자사 웹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이 많이 찾은 단어였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때는 파시즘(fascism), 흑인교회 총격사건 등에서는 인종주의(racism),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 때는 사회주의(socialism), 파리 테러 때는 테러리즘(terrorism)이 검색됐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독일어 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난민들(Fluechtlinge)’이었다. 100만명이 몰려들어 이민을 신청한 ‘난민’ 이슈를 넘어서는 단어가 없었으리라.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에 맞서 연대와 저항을 뜻한 구호인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가 2위에 올랐다.
중국의 국가언어자원조사센터 등이 공개한 ‘올해의 한자’는 청렴사회를 염원한다는 뜻의 ‘청렴할 염(廉)’이었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10만명이 넘는 공직자가 부패혐의로 처벌됐으니 그럴만도 하다. 시 주석이 취임한 2012년에는 몽(夢)’, 부동산 과열에 사딜린 2013년에는 ‘방(房)’, 법치를 강조했던 2014년에는 ‘법(法)’이었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가 공모한 올해의 한자로는 ‘안(安)’이 꼽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안보법(安保法) 제개정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됐으며 종전 70주년을 맞아 나라의 안녕(安寧)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위안부(慰安婦) 문제를 거론하며 安자를 추천하기도 했다. 또 ‘아베 정치, 용서하지 않겠다(アベ政治を許さない)’는 구호는 ‘일본의 10대 유행어’로 꼽혔다. 아베 정권이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하자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가 짓고 전통시인인 가네코 도타(金子兜太)가 붓글씨로 옮겨 유명해진 구호였다. 전국적으로 일어난 반전시위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어리석고 무능한 지도자의 치하에서 1년을 버텨야 했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는 어떠한가. 좀더 좋은 단어를 찾고 싶지만 얼핏 떠오르지 않는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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