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왕이 공포한 법전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유명하다.
단적인 예로 부모를 구타한 아들의 손목도 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똑같은 행동으로 보복을 허용하는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이다.
1901년 프랑스 탐험대가 페르시아의 고도 수사에서 발견한 이 법전은 현전하는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뭇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혔다.
하지만 1952년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 가량 앞선 법전이 이스탄불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확인됐다.
당시 박물관측은 고대도시 니푸르(이라크 남동부)에서 발견된 두 조각의 점토판을 접합시키는 작업을 마쳤다.
그 소식을 들은 저명한 수메르 학자인 사무엘 크레이머가 판독에 도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수메르의 도시국가인 우르의 3왕조를 연 우르-남무 시기(기원전 2115~2095)에 제정한 법령을 설형문자로 기록한 것이었다.
당시 수메르는 200년간 사르곤 왕조의 지배를 받다가 해방된 시기였다. 우르남무(Ur Nammu) 법전은 수메르 문화의 부흥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법전을 새긴 주인공이 우르 남무 본인인지, 아들인 슐기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보존상태도 좋지 않아서 크레이머가 판독한 것은 우루 남무의 업적을 정리한 서문과 5개항의 법령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후 우르 유적에서 상태가 좋은 법전이 추가로 확인됐다. 점토판에 적힌 57개항 가운데 40개항이 판독됐다.
그 중 ‘살인자와 절도범은 죽인다’는 제1·2조 등 몇몇 조항은 300년 후에 제정되는 함무라비 법전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르남무’ 법전의 정신은 ‘탈리오의 법칙’을 따른 함무라비 법전과 사뭇 다르다. 주로 금전적인 배상과 벌금형을 위주로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유아납치범은 수감과 동시에 은 15쉐켈(1쉐켈은 8.3g)을 물어야 하고(3조), 남자가 첫 아내와 이혼하면 1미나(1달란트 60㎏의 60분의 1)를 내야 한다.(9조)
이밖에도 다른 이의 눈을 상해하면 은 0.5미나를(16조), 다리를 해치면 10쉐켈(17조)을 물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역사교과서에서 함무라비 법전과 우루남무 법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류 최초의 법전을 우루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중학교 교과서에만 400~500건의 오류가 지적됐다.
사관의 차이라면 그래도 논란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역사적 사실까지 틀렸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국정교과서 때문에 그야말로 혼이 비정상으로 돌아갈 판이다. 당장 폐기해야 한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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