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읽었을까봐 겁이 나 버렸습니다.”
한 주부가 경향신문 기자에 한 말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집에 ‘박근혜 위인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는 것이다.
2007년 출간된 박대통령의 자서전(<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서평의 댓글에는 ‘하야는 나를 단련시키고, 순실은 나를 움직인다’는 등의 조롱섞인 패러디가 달리고 있다.
내친 김에 도서관을 찾아 박 대통령 관련 도서들을 찾아보았다.
특히나 ‘박근혜 자서전’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읽었는지 너덜너덜해졌다. 책장이 떨어져 강력한 ‘스테이플러’로 찝어놓았다.
우선 박대통령의 과거 언행을 읽어봤다.
“‘쌩얼’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원래 화장 안한 얼굴이 더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2007년 방송기자클럽 강연)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많다면 정치 사회 안보 등 모든 분야가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가 엄청난 피해를 봅니다.”(2001년 이화여대 특강)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입니다. 국민의 뜻이 중요한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2005년 9월7일 영수회담)
“제 이름 ‘Geun Hye’의 이니셜이 GH인데 저는 이것을 ‘Great Harmony’라는 뜻으로 마음 속에 새기고 있습니다.”(2001년 12월 외신기자 간담회)
나아가 저자들의 ‘말말말’도 되돌아봤다. 박대통령을 향한 공통의 헌사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천영식 청와대홍보기획비서관이 기자시절 쓴 <인간 박근혜의 60년 고독의 리더십>을 보라.
“박근혜는 어떤 경우든 국가를 우선시하는 대원칙이 있고…손해보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평소 철학이 리더십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남자의 스캔들 한번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이보다 더한 절제가 어디 있냐”고도 했다.
이밖에 ‘선덕여왕의 화신’이란 부제를 단 책도 있었고, 아예 ‘대한민국과 결혼한 박근혜’를 제목으로 단 책도 있다.
다른 저자는 “책을 집필하면서 느낀 점을 한마디에 응축한다면…‘박근혜는 진짜 거인’이라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안경을 벗고 한웅큼의 눈물을 훔쳐야 했고, 코가 막혀 엉엉 소리가 날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쓴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고백했다.
또 다른 저자는 “국민과의 약속을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박근혜를 가리켜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왠지 이 책들을 읽어보는 필자의 얼굴이 되레 빨개진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새삼 말과 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어느 누구를 평가함에 있어 함부로 손들고 나서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글쓴이가 출세를 위한 아첨의 수단으로든, 순전히 선의의 감정으로든 책을 썼던 간에 후세에 받는 역사의 평가는 엄중한 것이니까…. 쓰레기 통에 버려진다는 ‘박근혜 자서전’의 프롤로그를 읽어본다.
“나(박근혜)는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 모든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땀 흘린만큼 보상받고 노력한만큼 성공하는 나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에서 살기를 소망한다. 그런 나라를 만드는 길에 나의 역할이 있기에….”
억장이 무너진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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