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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박근핵닷컴과 닭그네닷컴

2011년 청와대가 ‘쥐박이.com’ 등 ‘안티 이명박’ 도메인들을 싹쓸이 선점한 것이 드러났다. 도메인을 통한 비판과 풍자의 목소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불통의 상징이었다. 자연히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더했다. 취임한 지 불과 2주 후인 2013년 3월11일부터 한 일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지칭할 수 있는 모든 도메인을 사재기한 것이었다.

 

antiparkgeunhye, antibakgeunhye, antigeunhyepark, antiparkgh 등 수십개의 영문 도메인을 등록했다. 대통령을 비판할 여지가 있는 도메인이라면 철자 하나하나까지 싹쓸이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인 2014년 5월부터는 한글 도메인에 눈길을 돌렸다. ‘닭그네.com’ ‘닭그네.net’ 등이 그것이다.

 

올해 8월부터 영문 도메인을 한글 도메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되자 ‘닭그네.닷컴’ ‘닭그네.닷넷’ 등을 구입했다.

 

해당 도메인의 등록인이 ‘대통령비서실’이고, 등록인 주소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이라 돼 있다. 한마디로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민심의 흐름을 막을 생각에만 골몰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막혔던 둑은 틈새를 비집고 터질 수밖에 없다. 예전 중국 주나라 여왕이 백성의 입을 꽁꽁 틀어막은 것을 자랑하자 재상 소공은 “만약 막혔던 둑이 터지면 어찌 되겠느냐”고 혀를 찼다.

과연 기원전 841년 백성들이 연합해서 난을 일으켰고 여왕은 왕위를 빼앗겼다.

지금이 그 짝이다. 한글·영문 도메인을 싹쓸이했다지만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어찌 막겠는가. 지난 2일 시민 4명이 만든 ‘박근핵닷컴(parkgeunhack.com)’에서 둑이 무너졌다.

 

‘박근핵닷컴’은 각 국회의원에게 e메일을 보내 탄핵을 요청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다. 개설 4일째인 5일 낮까지 벌써 75만명이 넘는 시민이 탄핵을 청원했다.

 

아무래도 탄핵투표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에게 청원이 몰리고 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는 4만3000여명의 민심이 전달되고 있다.

 

또 유승민·나경원 의원 등도 1만명을 넘었다. 어디 예뻐서 그런 것이겠는가.

 

민심의 쓰나미에 빠져 휩쓸려가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살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