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향녀’를 아십니까.
혹시 ‘화냥년’이라는 욕을 연상하십니까. 호로자식이라는 욕과 함께? 그러나 이 ‘환향녀’의 단어 속에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뭐 다 아시는 얘기겠지요. 그러나 막연하게 아시는 분들을 위해 ‘환향녀’에 담긴 여인들의 슬픈 역사를 풀어보려 합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강화도가 함락되자 뭇여인들이 오랑캐에게 절개를 잃지 않으려 강화해협의 차디찬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연려실기술>은 “몸을 던진 여인들의 머릿수건이 연못에 떠있는 낙엽이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남자들은 어땠을까요. ‘적병에게 욕을 보느니 빨리 죽으라’고 다그쳐 자진하게 만들고, 혼자 살아남은 남정네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옵니다. <인조실록>과 <연려실기술> 같은 기록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용케 살아남아 청나라군에게 붙잡혀 인질로 잡혀가던 여인들은 어땠을까요, “차마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옷으로 머리를 덮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른바 ‘환향녀’들을 어떻게 대했을까요. “청나라에 사로잡힌 부녀들은 본심은 아니었다 해도 변을 만났는데도 죽지 않았다. 절의를 잃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답니다. 죽었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한가지 묻겠습니다. 오랑캐로 손가락질한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을 꿇고, 이른바 삼배구고두의 치욕을 당한 임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제 절대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될 아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것은 환향녀, 그 녀들을 위한 변명, 뭐 그 정도가 아닙니다. 못난 임금, 못난 남편, 못난 아비를 향한 그녀들의 당당한 외침입니다.
이기환 사회에디터
<관련 포스팅>
환향녀, 화냥년, 호로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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