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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자 思來者

한국의 정원과 중국의 정원, 무엇이 다를까

아름다운 대비미와 자연순응적 단순미…. 중국의 원림(정원)과 한국의 정원을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창덕궁 선정전 뒤뜰에서 한·중 전통정원 사진전(‘옛 뜰을 거닐다’)을 5월28일부터 6월16일까지 개최한다.

중국 베이징의 황실 여름별궁이자 정원인 이화원(위 사진)과 조선의 창덕궁. 인공미가 돋보이는 이화원에 비해 창덕궁은 주변의 자연환경에 알맞게 설계하고 배치한 단순미가 특징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 사진전은 중국 원림(정원)의 가산(假山·정원을 꾸미기 위해 만든 산의 모형)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화면으로 보는 독특한 전시기획으로 꾸몄다. 국내에서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중국 전통정원 고유의 구조와 배치를 관람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정원의 풍취를 읊은 고전 원림시(員林詩)를 주제로 한 중국 이화원의 아름다운 대비미와 자연에 순응하는 한국 정원의 단순미(창덕궁 등)를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백거이(772~846)는 도시원림의 “깊은 산은 너무 쓸쓸하고, 요로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집안 연못가가 이보다 더 나은 것은(不如家池上) 숨어 즐기며 근심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까(樂逸無憂患)…”라 했다. 왕유(669~759)는 “나뭇가지 끝에 핀 부용화, 산중에서 붉은 꽃을 피웠다. 물가 집에는 사람조차 없는데 어지러이 피고 또 지는구나.(澗戶寂無人 紛紛開自落)”라 읊었다.

중국의 원림 ‘무당호운’(위)과  한국 사찰정원인 ‘해남 미황사’.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중국의 정원은 평면과 곡면, 직선과 곡선, 수평선과 수직선, 음과 양의 조화 등 전혀 상반된 요소를 대비시킨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는 인공미를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지형과 건물을 조화시켜 만든 한국의 정원과 사뭇 다르다”고 밝혔다.

전시회에서는 중국 황실의 원림(정원)부터 사가원림, 사찰원림 등을 소개하는 중국의 전통원림과 중국의 광활하고 수려한 산수에 걸쳐 형성된 풍경명승, 또한 도시건설과 더불어 형성되면서 중국인의 생활 속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은 현대 원림 등을 100여장의 사진으로 선보인다.

전시회는 반면 인공적인 손길을 최소한으로 절제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전통정원을 궁궐·왕릉·민간·별서·사찰·서원 등 세부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또 선조들이 풍류를 즐기던 아름다운 자연 속 명소인 명승과 자연경관을 마을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에 순용한 배치가 돋보이는 전통마을 등을 역시 100여장의 사진으로 소개한다. 경향신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