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1818~1832)가 11살에 쓴 한글 글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또 복온공주의 동생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정실 왕비가 낳은 딸)인 덕온공주(1822∼1844)가 정성스레 쓴 한글 ‘자경전기’도 첫선을 보였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최근 개막한 개관 5주년 특별전 ‘공쥬, 글시 적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에서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복온공주 글씨첩을 선보였다.
순조의 둘째 딸인 복온공주가 11살 때 쓴 한글글씨.|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복온공주가 창덕궁 옥화당에서 지낼 때 쓴 시를 모은 글씨첩은 한글 시 7편과 한문 시 3편으로 구성돼 있다. 아버지 순조가 ‘차상(次上)’이라는 점수와 상품 목록을 적었는데, 임금이 딸에게 직접 작문을 가르쳤음을 알려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복온공주는 익종(효명세자·1809~1830)의 누이동생이며, 창녕위 김병주와 혼인했지만 자식은 없다. 복온공주는 1832년(순조 32년) 5월12일 졸서(卒逝·갑자기 죽음)했는데, 아버지 순조가 “‘슬프고 서러워 견딜 수 없다’고 애달파했다”는 실록기사가 있다.
전시는 또 복온공주 동생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정실 왕비가 낳은 딸)인 덕온공주(1822∼1844)와 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이 남긴 자료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공개자료는 2016년부터 지난 1월까지 수집한 덕온공주 집안 자료 400여 점 중 200여 점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돌아온 덕온공주 한글 글씨 ‘자경전기’와 윤용구가 한글로 쓴 여성 전기 ‘동사기람’이 최초로 전시된다. ‘자경전기’는 덕온공주가 순조가 지은 한문 ‘자경전기’(慈慶殿記)를 5m가 넘는 종이에 정성스럽게 한글로 쓴 자료다.
“봄볕은 고요하고 맑은 기운이 밝게 비추며 돈다. 꽃이 비단 같은 동산에 함께 피며, 버들은 금당(金塘)에 가지런히 떨친다.”
덕온공주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쓴 한글자료.|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자경전은 덕온공주 할아버지인 정조가 모친 혜경궁 홍씨를 위해 1777년(정조 원년) 창경궁 안에 지은 건물이다. ‘자경전기’는 순조가 세상을 떠난 1834년 이후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순조는 정조 비인 효의왕후로부터 자경전 유래를 정리한 글을 지으라는 명령을 받고, 전각 위치와 사계절 경치를 소재로 삼아 ‘자경전기’를 완성했다. 그 건물은 없어지고 현재는 터만 남았다.
덕온공주가 한글 궁체로 쓴 ‘자경전기’는 순조가 지은 ‘자경전기’ 탁본첩과 나란히 전시됐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정조, 순조, 덕온공주로 이어지는 조선왕실 3대의 깊은 효심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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