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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1945년 드레스덴 융단폭격

ㆍ전쟁의 ‘악마성’

“소돔과 고모라의 하늘에는 유황비가 쏟아졌다. 롯의 아내는 집에 두고 온 재산이 아까워 천사의 당부를 잊고 소돔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롯의 아내는 그 자리에 선 채 소금기둥이 되어버렸다. 소돔과 고모라성의 연기가 용광로처럼 치솟았다.”(구약성서 창세기)
 
음란함과 죄악으로 가득찬 소돔과 고모라성은 이렇게 하나님의 유황불 세례에 멸망했다. 1945년 2월13일 밤. 소돔과 고모라성이 아닌, 바로크 문화의 본산인 독일 드레스덴이 불바다로 변했다. 응징자는 하나님이 아니었다. “적국의 민간인도 적이니, 그런 적을 위해 눈물 흘릴 필요 없다”며 공습을 지시한 아서 T 해리스 영국 공군 총사령관이었다.

800대의 폭격기가 2차에 걸쳐 65만명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중세도시에 쏟아부은 폭탄은 4000t에 달했다. 폭격으로 인한 고열 때문에 발생한 불기둥은 블랙홀처럼 공기를 빨아들였다. 불기둥은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마구 빨아들였다. 폭격 이후에 찍은 사진을 보면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롯의 아내처럼 선 채로 녹아버린 시신더미가 당시의 참상을 증언해준다. 

3만5000명 설과 25만명 설 등 사망자에 대한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했을 정도의 참사였다. 희생자들은 거의 민간인이었다. 해리스의 무자비한 폭격작전은 처음은 아니었다. 쾰른(1942년)-함부르크(1943년)-드레스덴(1945년) 등에 뿌려댄 폭탄만 해도 85만t이었다.

이때 ‘융단폭격(Carpet bombing)’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흥행대박을 터뜨린 영화를 가리키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라는 용어는 바로 드레스덴 공습 때 영국 공군이 투하한 4~5t짜리 폭탄 이름에서 비롯됐다. 도시의 한 구역(Block)을 날려(bust)버릴 만큼 엄청난 위력의 폭탄이라는 뜻이다.

민간인 60만명을 죽인 해리스는 전공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불평을 터뜨리며 남아공으로 이주한다. 그러곤 천수를 다한 뒤 1984년 91세를 일기로 죽는다. 죽은 뒤에는 ‘전쟁영웅’이라는 이유로 동상이 건립된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편이라고는 하지만 ‘민간인 60만명’을 죽인 자가 ‘영웅’이라니…. 사마천(司馬遷)의 한탄처럼 과연 ‘하늘의 뜻이라는 게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天道是耶非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