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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1971년 인류 최초의 월상 골프

ㆍ비거리 짧았지만 ‘굿샷’

2006년 11월23일. 러시아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은 북서태평양 220마일 상공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다. 그는 우주복 냉각장치 때문에 예정된 티오프 시간에 무려 77분이나 늦었다. 

또 우주선 밖 사다리에 발을 걸친 채 한 손으로 샷을 날렸으니 ‘생크’가 날 수밖에…. 여하튼 튜린은 역사상 최장타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무중력 상태를 훨훨 난 공은 대기권에 진입해 타 버릴 때까지 지구를 48바퀴(약 200만㎞)를 돈다고 전망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2년간 16억㎞를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튜린이 첫번째 우주골퍼는 아니다. 

1971년 2월6일 사상 두번째로 달표면에 착륙한 아폴로 14호 선장인 앨런 셰퍼드가 첫번째였다. ‘핸디캡 12’였던 셰퍼드는 손수레 손잡이에 6번 아이언 헤드를 연결했다. 가져간 골프공은 2개. 그는 흙을 쌓아 티를 만들고 힘껏 티샷을 날렸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달 표면이기에 비거리에 대한 셰퍼드 선장의 기대는 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인류 최초의 ‘월상(月上) 티샷’의 비거리는 고작 200야드였다. 지구였다면 35야드도 채 안되는 거리였다. 설상가상으로 두번째 샷은 생크가 나서 고작 50야드를 날아갔다. 지구였다면 8야드 정도? 하기야 엄청난 부피의 우주복과 두꺼운 장갑 때문에 제대로 된 샷을 날릴 수 없었을 터다. ‘월상 골프’ 소식이 전해지자 셰퍼드에게는 축하 메시지가 쇄도했다. 그중 영국왕립골프협회(Royal & Ancient Golf Club)가 보냈다는 메시지 한 통은 요절복통이다.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축하드리지만 당신의 골프 에티켓은 유감입니다. 당신은 ‘골프매너룰 6’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벙커를 떠날 때에는 샷한 자국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는 룰 말입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61년 “지구는 푸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나 69년 달 표면에 처음으로 착륙한 닐 암스트롱에 비한다면 셰퍼드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셰퍼드는 인류 최초의 ‘월상골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