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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잘두는 신라공주가 중국의 기성 '마랑'을 만났다면… 황남대총은 신라의 왕과 왕비, 왕·귀족이 묻혀있는 경주 대릉원에서도 초대형 고분에 속한다. 표주박 모양으로 조성된 이 고분은 내물(356~402) 혹은 눌지마립간(417~457) 부부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분이 왕(마립간), 북분이 왕비 무덤으로 보인다. 1973~75년 대대적인 발굴 결과 금관과 금동관 등 7만 여 점의 유물이 쏟아졌다. 그런데 1993~94년 황남대총(남분) 보고서를 쓰던 이은석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의 눈에 유독 밟히는 유물이 있었다. 주인공(60대 남성)이 묻힌 주곽(으뜸덧널)에 딸린 부장품 공간의 청동시루에서 출토된 칠기 2점이었다. 이중 1점(남분)의 바닥에서 확인된 ‘마랑(馬朗)’이라는 붉은 글씨가 심상치 않았다. ■‘마랑’이 누구인가 ‘마랑’은 과연 무엇을..
경복궁 향원정이 '왕의 휴식처'라고?...명성황후의 눈물 담은 연못이다 얼마전 왕과 왕비의 휴식처인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가 3년만에 복원·공개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도하 각 언론은 ‘이곳이 고종이 거닐던 왕의 휴식처’이라는 이구동성의 제목으로 일제히 소개했습니다. 복원의 전 과정을 풀어준 친절한 기사와 함께 단풍으로 물든 정취어린 늦가을 향원정의 사진과 영상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해체 및 복원과정에서 1881년과 84년 벌채된 목재가 확인되면서 향원정의 조성시기가 1885년 무렵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정자 안을 따뜻하게 데웠을 온돌시설의 전모도 파악했답니다. 기울어지고 침하되는 위험한 상태였기에 완전해체 후 복원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네요. 무엇보다 공간이 협소한 섬에서 작업이다 보니까 크레인 없이 모든 공사를 사람 손으로 해야 했답니다. ■왕의 휴식처에서 첫 선보인 빙족..
영영 미궁에 빠진 선화공주...서동왕자 곁에 묻힌 왕비는 누구? 얼마전 전북 익산 쌍릉에서 심상치않은 용도의 대형건물지 2동이 확인됐습니다. 쌍릉과 연접한 구릉의 동쪽에서 찾았는데요. 30m 안팎에 이르는 대형건물지 2동의 흔적이었습니다. 기둥을 이용한 건물 안에서는 역시 벼루조각, 대형 토기편, 인장이 찍힌 기와 등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80~117평 정도의 만만치 않은 건물터에는 부뚜막 시설은 없었습니다. 발굴단은 그래서 이 건물 2동은 일반거주시설이 아니라 쌍릉과 연관된 제사시설이 아닐까 추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묻힌 무덤 주인공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 분은 누구일까요. 부모인 무왕(재위 600~641) 부부를 기리는 아들(의자왕)일 수도 있겠네요. 의자왕(641~660)은 효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증자(춘추시대 유학자)에 빗대 ‘해동의 증자’라는 칭송을..
가야연맹의 '큰형님'이 따로 있었나…1인자 꿈꾸는 아라가야 “마치 쌍둥이 같네요.” 얼마전 가야연맹체 중에서도 아라가야의 중심지인 경남 함안 말이산 75호분에서 발견된 중국제 청자에 필자의 눈길을 확 잡아 끌었다. 5세기 중국 남조에서 제작된 완형의 연꽃무늬 청자그릇이었다. 발굴단(경남연구원 역사문화센터)은 5세기 중국 유송(420~479) 연간에 제작된 청자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사 사례로 소개한 천안 용원리 출토품을 제시했다. 그러나 곰곰이 살펴보면 용원리 뿐이 아니다. 한성백제의 왕성인 풍납토성(미래마을)에서 출토된 대옹(큰 항아리) 속에서 확인된 중국제 청자그릇과도 흡사하다. 4개(+중국제)의 청자 사진을 비교해보면 약간 초를 쳐서 ‘쌍둥이’ 같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라도에서도 비슷한 청자가 출토된 적이 있다는 연구자들의 증..
극한의 최고 경쟁률 50000대1…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비밀 바야흐로 대학입시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대학진학을 위한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들이 그야말로 살떨리는 겨울을 맞이하시겠죠. 입시철을 맞아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과거시험 하면 가장 극적인 이틀이 떠오르네요. 지금으로부터 221년 전인 1800년(정조 24) 3월21~22일의 일입니다. 당시 왕세자(순조)의 책봉을 기념하는 특별시험(경과·慶科)이 창경궁 춘당대에서 열렸는데요. 첫날(21일)엔 초시가, 둘째날(22일)에는 인일제(人日製·유생들을 대상으로 치른 특별과거)가 잇달아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이틀간의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얼마나 되는 지 아십니까. 자그만치 21만5417명이었답니다. “21일의 경과는 3곳으로 나누어 치렀는데 총 응시자는 11만1838명에 ..
죽을 때까지 탈탈 털린 신하들의 재능…천재 세종의 깜짝 용인술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아주 특별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세종 시대 등 조선 전기 금속활자와, 옥루(자격루)·일정정시의 같은 과학기구의 부품 등 금속유물 1775점 전부를 전시하고 있는데요. 12월 31일까지 특별공개하고 있으니 시간나면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가 지난 6월부터 인사동 출토 유물 기사를 준비하면서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으로 읽은 실록 기사가 있었습니다. ■임금의 ‘일성정시의’ 설명글 토씨 하나 고칠 수 없었다. 1437년 4월 15일자 인데요. 세종의 명을 받은 승지 김돈(1385~1440)이 천문기구 ‘일성정시의’의 발명 내력과 원리를 쓴 기록입니다.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는 말 그대로 낮에는 해, 밤에는 별자리의 운행으로 시각을 ..
신라 금관은 왜 순금(24K)이 아니라 19~21K일까…발굴 100년 맞아 분석해보니 올해는 한국고고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지 50년과 100년 되는 해다. 먼저 1971년 공주 송산리에서 “내가 무령왕이요”하고 손들고 나타난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되는 해다. 이 무령왕릉 50주년 관련 행사는 비교적 다채롭게 펼쳐졌다. 여기에 국립공주박물관이 특별전(~2022년 3월20일)까지 열고 있으니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발굴 100주년을 맞았는데도 별다른 행사없이 지나치는 유적과 유물이 있다. 1921년 경주에서 최초로 발굴된 금관총 금관이다. 상식적으로 금관 같은 중요 유물이 발굴된 지 100주년이 되었다면 기념식을 연다, 학술대회를 연다, 특별전을 연다 하고 떠들썩했을텐데 그렇지 않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무령왕릉의 경우도 하룻밤 사이에 유물을 쓸어담..
통째로 삭제된 이완용 부음기사…사망, 별세, 서거의 차이 얼마 전 노태우 전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죠. 저는 기자 시각에서 각 언론이 노 전대통령의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눈여겨 보았는데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사망’으로,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별세’라 했더군요. 조선일보는 작은 제목에서 ‘서거’라는 표현을 썼구요. 국립국어원의 표준대사전에서 검색해보니 ‘사망’은 그냥 ‘사람의 죽음’이고, ‘별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라고 풀이했더라구요. ‘서거(逝去)’는 ‘사거(死去·죽어서 세상을 떠남)’의 높임말이라고 했구요. 왕조시대에는 ‘붕(崩·천자), 훙(薨·제후), 졸(卒·대부), 불록(不祿·선비), 사(死·백성)’( 곡례)라 했습니다. 사실 기자 입장에서 부음만큼 쓰기 까다로운 기사가 없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어떤 인물의 삶을, 그것도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