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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없는 나라 '몰타기사단', 교황과 싸우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면적 0.44㎢(13만3000평)에, 1000명도 안되는 시민이 살고 있는 바티칸시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티칸시국은 양반이다. 아예 ‘영토없는 국가’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몰타 기사단(Knights of Malta)’이다. 국가의 3요소인 영토·주권·국민 중 영토가 없는데도 국가일까. 그러나 세계 106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헌법과 여권, 화폐, 우표는 물론 차량번호판까지 있다. 게다가 유엔의 항구적인 옵저버로 인정받고 있다. 로마의 한 건물을 ‘영토’로 하는 ‘사실상의 주권국’인 셈이다. 물론 기사단장은 로마 교황청이 임명하는 당연직 추기경이 맡고 있다. 몰타 기사단은 예루살렘 성지의 순례자들을 위한 진료소에서 시작됐다. 로마 시내에 붙은 교황비방 벽보. ..
제퍼슨-존슨…. 200년 정교분리의 전통 허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늘 성경이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링컨 대통령의 성경과 트럼프 어머니가 준 성경 등 두 권의 성경을 올려놓고 헌법에 규정된 취임선서를 했다. 그런 뒤 뒤 “주여, 날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는 기도문으로 끝냈다. 역시 ‘기독교의 나라답다’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취임선서 때 성경을 올려놓으라는 법도, 기도문을 외우라는 법도 없다. 1954년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비영리단체의 정치관여를 막는 수정헌법을 발의한 린든 존슨. 당시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상대후보 진영을 돕는 후원단체를 겨냥했다는 후문이다. 취임선서문에는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할 것을…맹세한다”는 내용 뿐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 굳어진 관행일 뿐이다. 사실..
명문가로 거듭난 신라 최고의 재벌 김유신 가문 신라 전성기에 경주엔 무려 39곳의 호화저택이 있었다. 이른바 금테두른 저택, 즉 금입택(金入宅)이다. 그 금입택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김유신의 재매정(財買井)이다. 를 쓴 일연 스님은 39금입택 명단을 정리하면서 ‘재매정’ 기사에 ‘이곳은 김유신공의 조종(祖宗·종가)’라는 각주를 달아놓았다. ‘재매정’은 집 안에 있는 우물을 근거로 붙인 이름임이 틀림없다. 39개 금입택 중에서 물과 관련된 집이름은 지상택(池上宅), 천택(泉宅), 수망택(水望宅), 곡수택(曲水宅), 정상택(井上宅), 지택(池宅), 정하택(井下宅) 등 여러 곳이다. 특히 우물과 관련된 이름만 3곳(재매정·정상택·정하택)이나 된다. 그런데 김유신 장군의 우물과 관련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김유신 가문의 종가터인 재매정택터..
신라엔 금테 두른 집이 39채나 있었다 얼마전 흥미로운 발굴기사가 떴습니다. 김유신 장군의 집터(종택)인 재매정지(財買井址·사적 246호)에서 갑옷이 출토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김유신 장군이 입었던 갑옷은 아니었으므로 호사가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발굴을 보면서 새삼 김유신 가문의 종가인 ‘재매정택’을 떠올리게 됩니다. 재매정택은 최전성기 신라를 대표하는 가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친다면 권력형 축재로 성공한 제벌가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한마디로 신라 최고의 재벌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돈만 좇는 탐욕의 재벌은 아니었습니다.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던 가문이고자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명문가였습니다. 김유신의 '재매..
한국인의 게놈과 ‘멜팅포트’ 한국의 건국신화는 천손신화와 난생신화로 나눌 수 있다. 백성 3000명을 이끌고 태백산으로 내려온 고조선 단군의 아버지 환웅과, 오룡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북부여왕 해모수는 대표적인 천손신화의 주인공들이다. 반면 고구려의 주몽, 신라의 박혁거세, 가락국의 김수로왕 등 6가야 임금은 모두 알(卵)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천손신화와 난생신화의 교묘한 융합이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 천전리에 있는 고인돌. 남방계 문화를 대표하는 청동기 시대의 산물이다. 주몽은 천손신화의 주인공인 해모수와 정을 통한 어머니(유화부인)이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 하늘의 빛이 자꾸만 유화부인에게 비치면서 주몽(알)을 임신했다. 또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의 옆에서 기다리던 천마는 사람들이 다가오자 ..
조작된 영웅과 심일 소령의 무용담 데이비드 크로켓(1786~1836)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이끈 전쟁영웅이다. 크로켓은 1836년 벌어진 멕시코군과의 알라모 요새 전투에서 일약 미국의 레전드로 발돋움했다. 멕시코군 7000명의 포위 공격에 텍사스군 187명이 13일간이나 저항했는데, 최후의 1인으로 버티다 쓰러진 영웅이 바로 크로켓이었다는 것이다. 크로켓의 이야기는 존 웨인의 ‘알라모’(1960) 등 6번이나 영화로 제작됐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1968년 “나의 고조할아버지가 알라모 요새에서 전사했으며, 베트남 전쟁에서 꼭 필요한 모범적인 군인상은 바로 크로켓 같은 영웅”이라고 추앙했다. 그러나 ‘고조 할아버지 운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고, 크로켓의 영웅담 또한 ‘조작’이었다. 존슨 대통 멕시코와의 알라모 전투에서 최후까지..
미국의 77대성인 '김씨'와 9848위 성인 '트럼프'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전체 성씨는 5582개 정도다. 그 중 4075개가 한자 성씨가 아니니 단일 민족이니 뭐니 하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씨와 비교해보면 새발의 피다. 지난해 말 미 연방 센서스국이 분석한 미국인의 전체 성씨(2010년 기준)는 무려 630만개였다. 이 가운데 390만개의 성씨는 단 한 사람씩이다. 작성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성씨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의 최대 성씨인 스미스(244만명)의 비율이 전체인구(2억9500만명)의 0.82%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체 성씨 중 김씨는 콕스와 워드, 리처드슨을 제치고 77위에 올랐다. 박씨는 289위에 랭크됐다. 2~4위인 존슨(193만명)과 윌리엄스(163만명), 브라운(144만명..
고려 조선의 '덕후', 그 기묘한 '덕질' 요즘 ‘덕후’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우리 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라는데요. 원래는 집이나 댁의 높임말인데 그 뜻이 바뀌어 집안에 틀어박혀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했답니다. 요즘엔 특정 분야에 몰두해서 취미생활을 하는, 좋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런 ‘덕후’들은 왕조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괴상한 취미라는 의미에서 ‘벽(癖)’이라 했습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땅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을 ‘전벽(田癖)’ ‘지벽(地癖)’이라 했고, 남을 고소 고발하는 게 취미인 자를 ‘소벽(疏癖)’ 이라고 했습니다. 책을 너무 좋아하면 ‘전벽(傳癖)’ 혹은 ‘서음(書淫)’ 이라 했으며, 술과 시에 탐익하는 사람을 ‘주벽’ ‘시마(詩魔)’라 했습니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