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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 해인사 폭격을 거부하다 이런 말 들어봤는지요. 해인사와 해인사 안에 있는 고려대장경판이 한국전쟁 때 잿더미로 사라질 뻔했다가 겨우 모면했다는 소리 말입니다. 어렴풋 접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공군 조종사를 우리가 ‘빨간마후라’로 일컫고 있는데, 그 유래가 어떠했는지 들어보셨는지요. 저는 두가지 사례를 공부하면서 역사를 제대로 쓰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 잘못 알려진 것을 올바로 고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해인사와 고려대장경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해인사와 고려대장경을 지킨 주인공임을 자처하는 일대기가 등장하고, 정부기관인 문화재청은 그 일대기를 아무런 거름장치없이 받아들여 곧이곧대로 기술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진실과 다르다는 것이 한국전쟁에 ..
우르남무 법전인가 함무라비 법전인가 기원전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왕이 공포한 법전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유명하다. 단적인 예로 부모를 구타한 아들의 손목도 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똑같은 행동으로 보복을 허용하는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이다. 1901년 프랑스 탐험대가 페르시아의 고도 수사에서 발견한 이 법전은 현전하는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뭇사람들의 뇌리에 깊숙히 박혔다. 하지만 1952년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 가량 앞선 법전이 이스탄불 박물관의 수장고에서 확인됐다. 터키 이스탄불 박물관에 소장된 우르남무 법전.|위키피디아에서 당시 박물관측은 고대도시 니푸르(이라크 남동부)에서 발견된 두 조각의 점토판을 접합시키는 작업을 마쳤다. 그 소식을 들은 저명한 수메르 학자인 사무엘 크레이머..
해상왕 장보고의 야망과 좌절이 깃든 청해진 본영 “아아, 원한으로 질투하지 않고 나라의 우환을 걱정한 이는 진(晋)의 기해가 있고, 당에는 곽분양과 장보고가 있었으니 누가 동이(東夷)에 사람이 없다고 할 것인가.” 이는 두목(杜牧·803~852년)이 지은 ‘번천문집(樊川文集)’의 ‘장보고·정년전’을 전재한 송기(宋祁)의 역사서 ‘신당서(新唐書)’에 적힌 내용이다. 이 평가는 장보고와 쌍벽을 이룬 정년(鄭年)의 일화에서 비롯된다. 청해진 본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장도. ◇나라를 위해선 원수의 손도 잡는다 장보고와 정년은 서로 힘을 자랑했던 라이벌이었다. 정년과 견줘 나이는 10년 많았으나 힘에서는 다소 밀렸던 장보고는 ‘나이’로 누르려 했고, 정년은 ‘기예’로 대들며 앙앙불락했다. 둘은 당나라에 가서 무령군 소장(武寧軍 小將)이 됐는데 대적할 자가 ..
851년 봄 장보고 세력의 슬픈 강제이주 1996년, 발굴단은 장도의 성 내부 무너진 석축 안쪽에서 둥그런 구덩이 유구를 발견했다. 당시 발굴단 학예사 김성배의 회고. “석축이 무너져 내린 부분이 있었어요. 무슨 건물지가 있는 줄 알고 조사했는데 건물임을 입증하는 초석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너진 석축내부를 정리하다보니 둥그런 윤곽이 보였어요. 잘 들어내니까 철로 만든 유물의 끝이 보였어요.” 김성배의 말이 이어진다. 청해진 주민들은 장보고를 잃은 뒤 서둘러 제사용기 및 생활용품을 묻고 강제이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유구에서 세발 달린 정(鼎·철솥)과 함께 사각형 철제 소반, 편병, 청동병, 저장용 토기 등 범상치 않은 유물들이 나왔어요. 얼마나 놀랐는지….” 세발솥은 알려진 대로 고대 제사용으로 쓰인 대표유물. ‘..
쓰레기통 속 박근혜 ‘위인전’ “아이들이 읽었을까봐 겁이 나 버렸습니다.” 한 주부가 경향신문 기자에 한 말이 쓴웃음을 자아낸다. 집에 ‘박근혜 위인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는 것이다. 2007년 출간된 박대통령의 자서전() 서평의 댓글에는 ‘하야는 나를 단련시키고, 순실은 나를 움직인다’는 등의 조롱섞인 패러디가 달리고 있다. 내친 김에 도서관을 찾아 박 대통령 관련 도서들을 찾아보았다. 특히나 ‘박근혜 자서전’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읽었는지 너덜너덜해졌다. 책장이 떨어져 강력한 ‘스테이플러’로 찝어놓았다. 우선 박대통령의 과거 언행을 읽어봤다. “‘쌩얼’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원래 화장 안한 얼굴이 더 예쁘다는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2007년 방송기자클럽 강연)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많다면..
"하늘이 버린 지도자는 죽여도 된다" 요즘 온 나라가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또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터질지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역사입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3000년 전이나 20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역사를 읽으면 어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민심을 잃은 지도자를 과연 어찌 해야 할지 찾아봤습니다. 흔히 성선설과 성악설로만 알려진 맹자와 순자, 두 분의 사상을 접하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두 분은 ‘민심과 천심을 잃은 지도자는 쫓아내도 되며, 수틀리면 죽여도 좋다’고 했습니다. 맹자와 순자, 두 분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두 사..
호킹 박사의 1000년과 대한민국의 하루 올 초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을 앞둔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5판중) 한판을 지느냐 마냐 정도일 것”이라 자신했다. 덧붙여 “(나와) 기력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라 큰소리 쳤다. 그러나 결과는 1승4패로 이 9단의 참패. 기현상이 벌어졌다. 수능만점자과 퀴즈왕 등 인류 대표와 장학퀴즈 대결을 벌인 한국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엑소브레인'. 실수도 몇번 저질렀지만 2등을 150점차로 따똘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패배자인 이 9단은 외려 전지전능한 기계와 맞짱을 떠 1판이라도 따낸 인류 최후의 전사같이 추앙됐다. 관전자들은 상상을 초월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직접 목도하고는 경외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 대 인류’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일본의 인공지능로봇 ‘도로보쿤..
석굴암 약탈사건의 전모 한 2년 전인가. 석굴암에서 20여 곳의 균열이 보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안전진단이 펼쳐졌고, 유네스코 전문가까지 와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보고 돌아갔습니다. 결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소동을 보면서 옛 기록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석굴암은 창건당시부터 부실공사였다는 것입니다. 에 분명히 나오는 기록입니다. 천장 덮개돌을 올릴 때 그 엄청난 무게의 돌을 9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려 삼등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삼등분 난 돌을 그대로 덮개돌로 마무리하고는 공사를 끝냈다는 것입니다. 이 무슨 일일까요. 전문가들은 석굴암 공사의 총책임자인 김대성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부실공사의 결과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