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펠레는 오래전부터 ‘축알못’(축구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신조어)의 낙인이 찍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의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축구도 모르는 사람이 까분다’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브라질은 예선통과도 어려울 것”이라던 펠레의 예측과 달리 떡하니 우승을 차지했으니 큰소리 칠만 했다. 1990년대 스타 호마리우마저 “제발 입만 다물고 있으면 시인일텐데…”라며 “펠레의 입에 신발을 쳐넣어야 할 것”이라 욕할 정도였다. 둘 다 “우승팀을 꼽으려면 펠레의 예상과 반대로 걸면 된다”고 비아냥댔다.
이른바 ‘펠레의 저주’라 할만한데, 축구용어로는 없던 말이다.
‘펠레’는 원래 하와이 킬라웨이아산의 분화구에 사는 화산여신이다. 펠레 여신이 여행기념으로 하와이의 돌과 화산재를 가져가려는 관광객들을 막으려고 저주를 내린다는 뜻으로 ‘펠레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축구황제 펠레의 예언이 하는 족족 반대의 결과로 나타나자 축구계에서도 ‘펠레의 저주’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돌았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출전한 펠레가 “브라질이 우승할 것”이라 큰소리쳤다가 예선탈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독일·페루가 우승후보(78년 월드컵·두 팀 다 예선탈락)’, ‘브라질·아르헨티나·스페인이 유력후보’(82년 월드컵·세 팀 다 예선탈락), ‘프랑스·잉글랜드·이탈리아를 주목하라’(86월드컵·아르헨티나 우승)…. 펠레는 심지어 2006 독일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의 부활과 한국의 16강 진출’을 예견했지만 8강탈락(아르헨티나), 예선탈락(한국)으로 끝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비극이 일어났다.
펠레가 자신있게 우승후보로 점쳤던 콜롬비아가 예선탈락했다. 조기귀국한 콜롬비아 수비수 에스코바르는 분노한 시민의 총격을 받아 피살됐다. 웃지못할 입방앗거리도 있다.
펠레가 2002년 월드컵 주제가를 부른 팝가수 아나스타샤의 가슴을 마치 ‘나쁜 눈으로’ 훔쳐보는 듯한 사진이 보도됐다. 그런데 1년 뒤인 2003년 아나스타샤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소름끼칠 정도의 우연이 아닌가.
오죽했으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7번의 승부예측을 연달아 맞춘 문어 ‘파울’보다 못한 펠레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기야 파울은 독일의 7번 경기 승패를 100% 맞췄으니 펠레와 견줄 수 없는 예측력을 과시했다. 0.781%의 확률을 뚫고 족집게 처럼 맞췄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펠레의 저주는 어제 끝난 유로 2016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절대 4강 이상 갈 수 없다’던 포르투갈이 보란 듯 우승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런 펠레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한참 남긴 2년 전인 2014년 ‘러시아에서는 브라질이 우승할 것’이라 했다. 가뜩이나 의기소침한 브라질 사람들로서는 질색팔색할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브라질은 최근 끝난 코파 2016에서 예선탈락했다. 세계최강 브라질 축구가 요즘 왜 이렇게 흐느적 흐느적 하는가 했더니 역시 펠레의 저주 때문인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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