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랑하는 술이라면 역시 마오타이주(茅臺酒)다.
‘기원전 135년 한무제가 파견한 당몽이 촉 지방의 소국 야랑에서 맛본 구장이라는 술’(<사기> ‘서남이열전’ 등)을 기원으로 삼으니 21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술이다.
수수를 주원료로 누룩과 함께 향과 맛을 내는 수십종의 원료를 배합해서 오랫동안 숙성과정을 거친 술이다. 예부터 ‘색을 보고(看香), 향을 맡은 뒤(聞香), 맛을 보는(品味) 술’이라 했다. 마오타이주를 둘러싼 전설의 일화가 많다.
19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마오타이주’가 출품됐다. 그러나 아무도 이 볼품없는 병에 든 술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전시관의 누군가가 술병을 고의로 깨뜨렸다. 마오타이주의 향기를 맡은 관람객이 몰려들었고, 마침내 많은 출품작 가운데 금상을 차지했다.
국민당군의 포위를 뚫고 대장정길에 오른 홍군(중국 공산당군)이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茅臺)진의 주민들이 건네준 마오타이주를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일화도 있다.
마오타이주는 1949년 신중국 출범 이후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술(國酒)’이 되었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의 일도 인구에 회자된다.
즉 닉슨 방중의 사전작업을 벌이던 보좌관이 닉슨에게 “아무리 (중국측이) 건배를 제의한다 해도 술잔을 입에만 갖대대야지 제발 들이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전문을 보냈다. 50도가 넘는 독주에 취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닉슨은 만찬장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건배 제의에 따라 홀짝홀짝 잔을 비웠다. 중국의 ‘첨잔’ 풍습에 따라 닉슨의 주변에는 잔이 빌 때를 기다려 채워주려는 웨이터 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닉슨뿐이 아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방중 때도 국빈주로 대접한 것도, 때때로 김주석의 생일선물로 보낸 것도 마오타이주였다.
중국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만찬 때도 마오타이주를 내놨다는 소식이 들린다. 마오타이주 중에서도 최고라는 아이쭈이(矮嘴·작은 주둥이) 장핑(醬甁) 브랜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산이며, 한병에 무려 126만위안(약 2억원)짜리 초호화 마오타이주란다. 보통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국빈을 맞을 때 4000위안(약 67만원)짜리 마오타이주(2015~2016년산)를 내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16년간이나 숙성된 술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특별접대인 셈이다.
‘금 술독에 가득 찬 맛 좋은 술은 백성의 피(金樽美酒千人血)’라는 <춘향전> 구절이 퍼뜩 떠오른다.
역시 “부패척결을 외치는 정부가 웬 호화접대냐”고 비판한 중국인들이 있는 모양이다. 한잔에 대체 얼마란 말인가.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교행위가 아닌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배려한 중국의 속내가 2억원짜리 마오타이주에 담겨있다.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닉슨과 할아버지 김일성’의 접대를 받았다는 소득을 올렸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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