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1월30일, 미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에티오피아 하다르 인근의 아와시 강가를 탐사하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요한슨은 섭씨 43도의 무더위를 뚫고 샅샅이 뒤진 끝에 강비탈에 박혀있는 수백개의 화석을 보았다.
“믿을 수 없어. 이건 호미니드(사람과 사람 가까운 종)가 분명해!”
정신없이 수습해보니 한 개체 분의 40%에 이르는 엄청난 화석이었다. 발굴단은 그날 밤 맥주를 마시며 자축연을 즐겼다. 그때 카세트테이프에서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화석의 주인공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분석결과 화석의 주인공은 지금부터 320만년 전에 살았던 여성으로 추정됐다. 골반과 엉치뼈를 분석하니 골반 둘레의 비율이 남자보다 컸던 것이다. 아기를 낳기 위한 여성 진화의 특징이다.
키 1m, 몸무게 25㎏, 나이 25~30살 정도였고, 뇌의 용적은 400㏄에 불과했다. 척추와 골반 뼈, 넓적다리 뼈 등을 정밀분석하자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두 발 보행을 했던 것이다. 즉 루시는 침팬지처럼 구부정하게 땅을 짚고 두 발로 곧게 서서 걸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루시가 발견된 하다르 근처에서 330만년 전 어린아이의 화석이 확인됐다. 이 화석에는 ‘루시의 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1978년 인근 탄자니아 라에톨리의 360만년 전 유적에서는 ‘직립보행’ 발자국들이 발견됐다. 역시 루시의 사촌들이었다.
물론 지금 루시는 ‘원시인류의 조상’이라는 지위를 잃었다. 더 오래된 화석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시는 여전히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류와 유인원의 중간단계)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두 발 보행의 증거가 확실한, 가장 완벽한 형태의 화석이라는 발견 당시의 인상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에티오피아 정부는 박물관에 고이 모셔둔 ‘루시’의 화석을 굳이 대통령궁까지 옮겨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였다. 한술 더 떠 오바마 대통령은 인류조상의 상징이라는 ‘루시 여인’을 만지기까지 했다. ‘특별한 사람에게 부여된 특별한 접근’이었다니….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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