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럼 장작 때구 냉수 먹세’ ‘하루종일 정거장’ ‘흐지부지 우편국’ ‘텅텅 비었다 배급소’ ‘먹자판 재판소’ ‘깜깜절벽 전기회사’ ‘삼팔 따라지’, ‘팔십오전’…. 해방 직후의 유행어들이다.
‘고두럼(고드름)…’은 불 피울 장작조차 마련하기 힘든 당대 농민들의 가난한 삶을 말해주고 있다. 고드름으로 장작을 지폈는지 엄청 찬방에서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다는 의미다.
‘하루종일 정거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는 정거장을, ‘흐지부지 우편국’은 전보 한 장 편지 한장 제때 전하지 못하는 한심한 우체국을 풍자한 말이다. ‘텅텅 비었다 배급소’는 나눠줄 게 없어 텅텅 빈 배급소를, ‘먹자판 재판소’는 ‘돈만 요구하고 판결은 제대로 하지 않은 재판소를, 깜깜절벽 전기회사’는 발전소가 집중된 북한에서 송전을 중단하면서 겪어야 했던 전력난을 일컫는 말이다.
이밖에도 화툿판에서 끗수가 가장 낮은 ‘38따라지’와, …당시 빈손으로 38도선을 넘어왔던 실향민을 ‘삼팔 따라지’라 비하했다. 또 국호를 두고 좌익은 ‘조선’을, 우익은 ‘대한’을, 중도는 ‘고려’를 선호했다고 해서 ‘좌조선 우대한 중도고려’라는 말도 나왔다. ‘팔십오전(八十五錢)’은 8·15해방을 의미하지만 돈으로 따지면 1원도 안된다. 1원도 안되는 보잘것 없는 자들이 활개치며, 친일파가 애국자가 되고, 우익이 좌익으로 변신하는 세태를 꼬집은 말이다.
이렇듯 유행어는 그 시대의 삶, 즉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열쇳말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27일 개막해 12월2일까지 여는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 특별전의 주제는 바로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생한 생각’이다. 해방공간에서 다양한 이념을 바탕으로 성장한 정치 세력들의 이야기가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만큼 특별전에서는 ‘보통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해방정국 3년을 일람할 수 있는 주요자료 2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해방공간의 주요 유행어를 담은 신문기사와 삽화 등이 전시되고, 1948년 당시 남조선 과도정부 사법부 법전 기초 분과위원으로 활동한 유진오가 작성한 헌법초안 원고(고려대박물관 소장)가 공개됐다.
또 히로히토(裕仁)일왕이 미·영·중·소 4개국에 포츠담선언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항복조서를 담은 매일신보 1945년 8월15일자도 선보인다.
1946년 3월15~1950년 6월22일까지 교환된 남북 우편물 중 강원 고성(당시 이북)에서 충남 천안으로 보낸 편지 한 통과 좌익단체인 산일기념전국준비위가 1946년 배포한 전단지도 공개한다.
이밖에 미곡 출하 명령서, 제헌 국회의원 사진첩, 인구조사 신고서 등의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주진오 박물관장은 “관람객들이 상설전시실에서는 정치세력들의 이야기를, 특별전시실에서는 갑남을녀의 이야기를 두루 관람한다면 해방이후~정부수립 사이 격동의 3년 역사를 종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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