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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이 사라졌다'… 정전협정 첨부 지도 '빗금, 점선, 각주'의 정체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임진강과 한강의 합수부에 파주 통일전망대가 서있죠. 그 쯤에서 한 5㎞ 정도 더 달리면 임진강변을 따라 설치되어 있던 철책이 갑자기 강 건너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누가 “저 철책이 뭐냐”고 물으면 전 “아마 군사분계선(휴전선)의 남방한계선(휴전선에서 2㎞ 남쪽선)을 표시한 철책일 걸?”하고 대답합니다. 100%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럼 통일전망대에서 여기까지 오는 자유로의 맞은 편 지역은 뭐냐. 북한땅이냐”고요. 묻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를 검색해보세요. ‘군사분계선(휴전선)=서해안 강화 북방(예성강 및 교동도)~동해안 간성 사이 155마일(250㎞)’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군사분계선이 임진강 하구..
"5살 왕자는 낙마사, 10살 공주는 병사"…금령총·쪽샘 44호 주인공의 사인 ‘쪽샘 44호분=10살 소지왕대의 공주, 금령총=5살 지증왕대의 왕자?’ 얼마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쪽샘 44호분의 10년 발굴성과를 정리한 시사회를 열었는데요. 2014년 시작된 발굴은 황남대총 조사(1973~75) 이후 40여년만에 진행된 장기프로젝트였죠. 신라의 독특한 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완전해체하고 그 전모를 밝혀보겠다는 야심찬 학술조사였습니다. 한 고분을 10년간 발굴한 것도, 발굴현장을 돔으로 씌워 현장을 보호하고, 일반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신라 공주의 현현 발굴이 진행되면서 노출유구와 출토유물은 건건이 화제를 뿌렸습니다. 2019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안악3호분·무용총)을 연상케하는 행렬도가 새겨진 도기가 출토되었습니다. 1년 뒤(2020)에는 더욱 엄청..
고구려 고분벽화 속 ‘글쓰는 사람’…최초의 스포츠기자? 사관? 흔히들 조선을 ‘기록에 진심인 나라’라 평한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하다. 1대(태조)~25대(철종) 472년 간의 역사를 기록한 만 888책에 4770만자에 이른다. 더 기막힌 기록물이 있다.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일기체로 정리한 이다. 임진왜란(1592)와 이괄의 난(1624) 등을 겪으면서 앞부분이 전부 소실됐다. 그래도 인조(1623)~순종4년(1910)의 기록(3245책)이 남아있다. 글자수는 자그만치 2억2650만자에 달한다. 중국이 자랑하는 (3996만자)와 (1600만자)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두 역사서를 기록한 이들이 누구일까. 지금으로 치면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었다. 은 예문관 소속 봉교(7품) 2명·대교(8품) 2명·검열(9품) 4명 등 8명이, 는 주서(7품) 2명이 교대로 ..
"스님들이 묻어놓고 도망갔다"고?…'신라의 미소' 출토지에 무슨 일? “절과 절들은 별처럼 벌여 있고, 탑과 탑들은 기러기 행렬인양 늘어섰다.(寺寺星張塔塔안行)” 서라벌을 중심으로 번성한 신라 불교의 위용을 표현할 때 흔히 이 ‘원종흥법 염촉멸신’조의 멋들어진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렇게 ‘별처럼, 기러기처럼’ 늘어선 사찰 가운데서도 ‘빅3’(통일기 이전)가 있죠. 흥륜사(527~544)와 영묘사(536년), 황룡사(553~566) 등입니다. 아무래도 그 중에는 황룡사가 대중적으로는 가장 유명하죠. 누란의 위기에 빠진 신라 왕조를 불심에 기대 지키려고 높이 80m가 넘는 9층 목탑을 세운 스토리가 심금을 울리고요. 무엇보다 절터와 함께 목탑터가 남아있으니 보는 이들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가 있습니다. ■왕까지 출가한 흥륜사 그러나 흥륜사와 영묘사 역시 둘째, 셋째 가라면 ..
1500년전 인골 DNA 분석했더니 출산 중 숨진 산모와 태아였다 먼저 대략 1500년 전 어린이·청소년·성인 남녀의 얼굴 좀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죠. 근자에 영남지역에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과제가 있습니다. 경북 경산 임당유적(임당동·조영동·부적리)에서 나온 인골 및 동물뼈 연구입니다. 2019년부터 10년 장기 계획으로 연구·활용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며칠전 ‘임당유적 출토 인골의 최신 연구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중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얼굴 복원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눈에 띄더군요. 귀족 여성(2019)-여성 순장자 및 귀족 남성(이상 2020)에 이어 순장 청소년(2021)과 순장 어린이(2022)까지 복원했습니다. 머리뼈 분석과 얼굴 근육층과 형태소 형성, 피부층 완성 등의 기법으로 되살려놓고 있는 겁니다. ..
“고조선 준왕의 망명지인가”…2200년전 ‘세형동검 거푸집' 출현했다 1960년대초 한 골동품상이 국립박물관을 찾아와 유물 세트를 내놓으며 “사라”고 제안했다. 그것은 쇳물(청동물)을 부어 청동제품을 제작하는 틀인 ‘청동거푸집’이었다. 골동품상이 내놓은 거푸집 세트는 6쌍으로 된 12점과 한쪽만 남은 1점, 반쪽만 남은 1점 등 모두 14점으로 되어 있었다. 이 거푸집으로 세형단검·꺾창·창·낚시바늘·침·소형도끼·끌 등 8종 24점의 청동제품을 만들 수 있다. ■흠결이 있지만 국보 박물관 관계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학자들이 뭐라 강변했던가. “한반도에는 청동기시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원시적인 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다가 중국의 침략을 받아 청동기와 철기 같은 선진문물이 한꺼번에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석기와 금속기가 함께 쓰였다는 ‘금석병용기’ 용어..
‘조선판 전국노래자랑’과 18세기 가왕의 ‘게릴라콘서트’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이 뭔줄 아시죠. 1980년 11월 정규 편성된 KBS ‘전국노래자랑’입니다. ‘전국노래자랑’은 ‘최장수’ 타이틀도 갖고 있지만 이른바 ‘시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 수 있다는데요.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비조(鼻祖)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57년전 전국노래자랑 1466년(세조 12) 윤3월14일자 을 볼까요. 세조는 이 무렵 중창된 평창 상원사의 낙성식에 참석할 겸 금강산을 비롯한 강원도 지역을 방문하고 있었는데요. 강릉에 거둥한 세조가 특별한 영을 내립니다. “농가를 잘 부르는 농민들을 모아 장막 안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는 겁니다. 은 이때의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한 자는 강원도 양양의 관노 ‘동구리’였다고 전했습니다...
‘사형수' 들끓고 ‘당뇨합병증’ 시달린 세종이 내민 ‘비장의 카드’는? 세자(문종)는 반드시 나같은 임금이 되어야 한다.’ 세자를 당신 같은 성군으로 키우려 했던 세종대왕의 노심초사가 서려있는 경복궁 전각이 있습니다. 오는 8월31일 마무리를 목표로 복원공사 중인 ‘계조당’입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계조당 복원’을 기념해서 조선의 왕세자가 국왕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강좌를 개설했는데요. 그렇다면 ‘계조당’은 왕세자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맞습니다. ‘계조(繼照)’ 명칭은 ‘사방에 비치는 광명을 계승하여 비춰준다(以繼明照于四方)’는 ‘이괘·삼전’의 구절에서 따왔습니다. 따라서 ‘계조’은 왕위계승을 뜻합니다. ‘계조당’의 복원은 고종 연간에 재건하고(1866), 25년 뒤 보수된(1891) 전각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세종 코스프레한 고종 계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