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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 년의 야욕'…일본인들은 조선의 국보 석탑을 통째로 뜯어갔다. 원주-서울(명동)-서울(남창동)-오사카-서울(경복궁)-대전(국립문화재연구원)-원주. 무려 1975㎞를 떠돌다가 ‘112년 만의 귀향’을 이룬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강원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인데요. 예전엔 ‘미인박명’ 소리를 들었던 문화유산입니다. 탑이 지극히 아름다워 ‘미인’이라 했습니다. 고려 문종(재위 1046~1083) 시대에 활약한 왕사인 지광(해린·984~1070)의 사리와 유골을 봉안한 승탑인데요.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장식 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죠. 그러나 이 탑은 ‘박명’ 소리도 들었습니다. 일본인에 의해 오사카로 밀반출된 이후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된 것은 물론이고요. 한국전쟁 때는 미군의 폭격으로 무려 1만2000조각으로 박살나는 비운을 맞거든요. 그래서 ..
물체질로 찾아낸 1600년전 월성의 ‘사계’…한쪽에선 ‘사람제사’ 살풍경 25t트럭 100대 분량의 흙을 물체질로 걸러낸 끈기와 집중력의 개가…. 얼마전부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월성 해자와 그 주변의 고환경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실감:월성 해자’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경주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 전시동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데요. 월성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에 판 물도랑 혹은 연못)에서 출토된 동물 유체는 물론이고요. 작은 씨앗과 미세한 꽃가루 같은 식물자료까지 학제간 연구를 통해 분석해서 당대(5세기)의 환경을 복원해낸 건데요. 복사나무(복숭아나무), 잣나무, 가시연꽃, 밀 등의 식물과 각종 곡식이 자라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개, 돼지, 곰이 뛰노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방영하고 있답니다. 그런 영상을 만들어내기까지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
'고려양. 마미군, 상의노출'…시대의 '핫템' 된 고려·조선의 깜짝 패션 ‘고려양, 마미군(말총 속치마), 하후상박 노출패션…’. 최근 ‘한복과 갓 등 한국의 복식(옷 꾸밈새)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중국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바 있다. 참일까, 거짓일까. 지난 21일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한국복식문화사-한국의 옷과 멋’)가 그 논쟁의 해법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결론은 참도 거짓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문화는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역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버전으로 창조된다. 그와 같은 사실을 간파하면 굳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학술대회 발표문 중 ‘고려~구한말’ 원(몽골)-중국 대륙에 전파되고, 혹은 ‘비너스 보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은 고려~조선의..
'휴전선이 사라졌다'… 정전협정 첨부 지도 '빗금, 점선, 각주'의 정체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임진강과 한강의 합수부에 파주 통일전망대가 서있죠. 그 쯤에서 한 5㎞ 정도 더 달리면 임진강변을 따라 설치되어 있던 철책이 갑자기 강 건너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누가 “저 철책이 뭐냐”고 물으면 전 “아마 군사분계선(휴전선)의 남방한계선(휴전선에서 2㎞ 남쪽선)을 표시한 철책일 걸?”하고 대답합니다. 100%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럼 통일전망대에서 여기까지 오는 자유로의 맞은 편 지역은 뭐냐. 북한땅이냐”고요. 묻는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를 검색해보세요. ‘군사분계선(휴전선)=서해안 강화 북방(예성강 및 교동도)~동해안 간성 사이 155마일(250㎞)’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군사분계선이 임진강 하구..
"5살 왕자는 낙마사, 10살 공주는 병사"…금령총·쪽샘 44호 주인공의 사인 ‘쪽샘 44호분=10살 소지왕대의 공주, 금령총=5살 지증왕대의 왕자?’ 얼마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쪽샘 44호분의 10년 발굴성과를 정리한 시사회를 열었는데요. 2014년 시작된 발굴은 황남대총 조사(1973~75) 이후 40여년만에 진행된 장기프로젝트였죠. 신라의 독특한 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완전해체하고 그 전모를 밝혀보겠다는 야심찬 학술조사였습니다. 한 고분을 10년간 발굴한 것도, 발굴현장을 돔으로 씌워 현장을 보호하고, 일반 공개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신라 공주의 현현 발굴이 진행되면서 노출유구와 출토유물은 건건이 화제를 뿌렸습니다. 2019년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안악3호분·무용총)을 연상케하는 행렬도가 새겨진 도기가 출토되었습니다. 1년 뒤(2020)에는 더욱 엄청..
고구려 고분벽화 속 ‘글쓰는 사람’…최초의 스포츠기자? 사관? 흔히들 조선을 ‘기록에 진심인 나라’라 평한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하다. 1대(태조)~25대(철종) 472년 간의 역사를 기록한 만 888책에 4770만자에 이른다. 더 기막힌 기록물이 있다.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일기체로 정리한 이다. 임진왜란(1592)와 이괄의 난(1624) 등을 겪으면서 앞부분이 전부 소실됐다. 그래도 인조(1623)~순종4년(1910)의 기록(3245책)이 남아있다. 글자수는 자그만치 2억2650만자에 달한다. 중국이 자랑하는 (3996만자)와 (1600만자)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두 역사서를 기록한 이들이 누구일까. 지금으로 치면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었다. 은 예문관 소속 봉교(7품) 2명·대교(8품) 2명·검열(9품) 4명 등 8명이, 는 주서(7품) 2명이 교대로 ..
"스님들이 묻어놓고 도망갔다"고?…'신라의 미소' 출토지에 무슨 일? “절과 절들은 별처럼 벌여 있고, 탑과 탑들은 기러기 행렬인양 늘어섰다.(寺寺星張塔塔안行)” 서라벌을 중심으로 번성한 신라 불교의 위용을 표현할 때 흔히 이 ‘원종흥법 염촉멸신’조의 멋들어진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렇게 ‘별처럼, 기러기처럼’ 늘어선 사찰 가운데서도 ‘빅3’(통일기 이전)가 있죠. 흥륜사(527~544)와 영묘사(536년), 황룡사(553~566) 등입니다. 아무래도 그 중에는 황룡사가 대중적으로는 가장 유명하죠. 누란의 위기에 빠진 신라 왕조를 불심에 기대 지키려고 높이 80m가 넘는 9층 목탑을 세운 스토리가 심금을 울리고요. 무엇보다 절터와 함께 목탑터가 남아있으니 보는 이들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 수가 있습니다. ■왕까지 출가한 흥륜사 그러나 흥륜사와 영묘사 역시 둘째, 셋째 가라면 ..
1500년전 인골 DNA 분석했더니 출산 중 숨진 산모와 태아였다 먼저 대략 1500년 전 어린이·청소년·성인 남녀의 얼굴 좀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죠. 근자에 영남지역에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는 연구과제가 있습니다. 경북 경산 임당유적(임당동·조영동·부적리)에서 나온 인골 및 동물뼈 연구입니다. 2019년부터 10년 장기 계획으로 연구·활용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며칠전 ‘임당유적 출토 인골의 최신 연구성과와 과제’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그중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온 얼굴 복원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눈에 띄더군요. 귀족 여성(2019)-여성 순장자 및 귀족 남성(이상 2020)에 이어 순장 청소년(2021)과 순장 어린이(2022)까지 복원했습니다. 머리뼈 분석과 얼굴 근육층과 형태소 형성, 피부층 완성 등의 기법으로 되살려놓고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