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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래자 思來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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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선수들의 '눈물바다' 이별 1월 중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추진 방침을 들은 세라 머리 감독은 “충격적”이라 했다. 선수들 역시 북한선수들을 ‘다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찾아온 밉상 형제’ 쯤으로 여겼다. 북한 선수들 역시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모를리 없었다. 경계의 눈빛이 역력했다. 게다가 훈련과 경기 출전만 ‘함께’ 였고, 숙소와 이동은 ‘따로’ 였으니 실상은 ‘반쪽 단일팀’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훈련 첫날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만 남고 관계자 여러분은 모두 나가라”고 쫓아냈다. 외부요소를 배제시키자 선수와 코칭스태프만 남았다. 정치는 사라졌고, 아이스하키만 남았다. 선수들은 자기소개시간으로 잔뜩 얼어있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머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그동안 연습해온..
아이스하키에도 골품제도가 있다 골품제도가 있는 스포츠라면 아이스하키를 꼽을 수 있겠다. 나라별 실력차에 따라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축구에서는 동남아국가와 브라질이 하다못해 친선경기라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에서는 있을 수 없다. 세계수준의 팀 16강(여자는 8강)은 톱디비전에, 2부리그격인 디비전 1그룹 A와 3부리그격인 디비전 1그룹 B에 각각 12팀(여자는 6팀)씩이 소속돼있다. 신분은 디비전별 세계선수권대회의 결과로만 뒤바뀔 수 있다. 해마다 상위그룹의 꼴찌 2팀과 하위그룹 상위 2팀이 자리를 맞바꾼다.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는 몇 팀을 빼면 캐나다·미국·러시아·핀란드·스웨덴·체코 같은 팀은 아이스하키의 성골계급이다. ‘성골’의 팀들은 하위계급 팀과 친선경기조차 벌이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
귀화 골리 맷 달튼의 '이순신 마스크'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불쌍한 포지션이라면 역시 ‘골리(골키퍼)’를 꼽을 수 있다. 두께 2.54cm, 지름 7.62cm의 원형압축고무를 얼려 만든 무게 150~170g의 퍽이 시속 160~180㎞의 총알속도로 날아오는데, 이것을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이스하키 골리는 맨 얼굴로 경기에 나섰다. 1927년 여자선수인 엘리자베스 타일러(퀸즈대)가 치아보호를 위해, 1930년 클린트 베네딕트가 부러진 코를 보호하려고 각각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된 후에는 곧바로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시야를 가리는 그 무엇을 얼굴에 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와 당당히 맞서야 할 선수가 얼굴을 가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거야말로 불성실한 겁쟁이 아닌가. 그러던..
아주 특별한 아이스하키 단일팀…무엇이 특별한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아주 특별한 의미의 단일팀’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귀화인 3명 및 입양아 출신 1명과, 여기에 분단으로 찢긴 한국과 북한(12명) 선수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룬, 결코 단일하지 않은 연합팀이다. 북핵 위기에 따른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원팀’이 구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관중석에 '우리는 하나다'라고 쓰인 응원 대자보가 걸려 있다. 물론 북한 선수 12명이 뒤늦게 합류한 단일팀의 구성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계 귀화 및 입양아 출신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기’ 또한 파란만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