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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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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납세자' 예수와 로마 교황 가이사 이탈리아 피렌체 브랑카치 예배당에 마사치오(1401~1428)의 ‘성전세(聖殿稅)’ 벽화가 있다. ‘세금내는 예수’(마태복음 17장)를 그린 작품이다. 성전세는 성전을 관리하는 자들이 받는 일종의 인두세였다. 물론 세속의 왕과 왕자들은 성전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예수 일행을 시험하려고 “너희 선생은 성전세를 내지 않느냐”고 도발했다. 하나님의 아들이자 성전의 주인인 예수더러 세금을 내라 하다니…. 예수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려고 시비를 건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의 브랑카치 예배당에 있는 마사치오의 ‘성전세’ 벽화. 세금을 내는 예수님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반응은 뜻밖에도 ‘쿨’했다. “베드로야. 바다에 낚시를 던져 먼저 잡힌 고기의 입을 열면..
'검은개 증후군'과 청와대 퍼스트도그 [여적] ‘검은개 증후군’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1874~1965)은 평생 우울증과 싸웠다. 1965년 9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도 “정말 지루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처칠이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표현한 말이 있다. “평생 나를 따라다닌 검은개(블랙독)가 있다.” 1911년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도 “내 블랙독(우울증)이 다시 날 찾아오면…”이라고 했다. 인류가 ‘검은개’를 터부시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검은개와 그 새끼들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는 신화를 소개했다. 켈트족 속담에도 “검은 개나 검은 안개가 나타나면 겁에 질린다”고 했다. 개를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여긴 이슬람에서 검은개는 반드시 죽여야 할 악마로 간주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청와대 관..
유전자 가위, 선한 가위일까 악한 가위일끼 2004년 10월 30살에 불과한 브라질 축구선수 세르지뉴가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심장이 정상인의 2배 이상 컸고, 심장벽도 매우 두꺼웠다. 시쳇말로 ‘강심장’이란 얘기인데 왜 사망에 이르렀을까.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좁아진다. 심장은 그 좁은 구멍으로 혈액을 보내려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고 호흡곤란과 흉통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돌연사하고 만다. 비후성심근증이다. 놀랍게도 이 병은 인구 500명당 1명 꼴로 일어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11번째 염색체에 존재하는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천성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사슬을 싹둑 잘라버린다면 어떨까. 기초과학연구원의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팀이 그걸 해냈다...
'군함도', 영화가 실화를 능가할 수 없는 이유 일본 나가사키에서 남서로 20여㎞ 떨어진 곳에 섬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무인도가 있었다. 하시마(端島)였다. 1810년 무렵 부근의 어민이 이 섬의 표면에 노출된 석탄층을 발견했다. 이후 어민들은 석탄캐기를 부업으로 삼았다. 그러다 1869년 나가사키의 업자가 채탄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만에 문을 닫았다. 그후에도 계속해서 3개 회사가 1~3년 정도 탄광을 운용하다가 큰 태풍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1886년 처음으로 36m에 달하는 지하수직갱도를 파고 채굴을 시작했다. 그러다 1890년 ‘전범기업’ 미쓰비시(三菱)가 소유자인 나베시마 손타로(鍋島孫太郞)에게 10만엔을 주고 탄광을 구입한다. 탄광은 곧 ‘노다지’가 되어 일본 제국주의 근대화의 축을 담당하게 된다. 미쓰비시는 6차례에 걸쳐 매립공사로 섬을 ..
'주개총' 고고학, '쓰레기' 특별전 1971년 미국의 고고학자 윌리엄 랏제가 애리조나주 투손의 쓰레기 매립지를 발굴했다. 랏제는 출토된 기저귀·신문·플라스틱 등을 분석해서 이 지역의 생활상을 복원했다. ‘쓰레기 고고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6년 전 한국에서 이미 ‘쓰레기 고고학’의 개념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1965년 김원룡 교수가 이끈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업반 학생들의 ‘신앙촌’ 발굴이었다. 1957년 박태선 장로 일파가 설립한 신앙촌에는 65년 당시 1만 6000여명이 집단거주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신앙촌의 쓰레기 더미에서 ‘신앙촌 8년사(1957~65)’를 복원했다. 이들은 발굴결과를 토대로 ‘주개총(廚芥塚) 발굴을 통한 신앙촌의 문화복원’이라는 공동졸업논문을 발표했다. ‘주..
노벨의 질투심과 '수학상'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부로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하나 있다.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같은 기초 분야에 상을 주면서 왜 수학상은 없을까. ‘노벨상은 반드시 발명이나 발견을 통해 실질적으로 인류 복지에 기여한 자’라는 조건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란 신문들이 16일 요절한 천재 여성 수학자의 소식을 전하며 히잡을 쓰지 않은 그의 얼굴을 크게 실었다. 수학은 당시 실용성과는 관계없는 학문으로 꼽혔기에 노벨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사가들이 수근거렸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노벨이 당시 스웨덴의 여성 수학자를 사랑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저명한 수학자인 미타그 레플레르(1848~1927)를 좋아했다. 결국 노벨은 이 삼각관계에서 패배자..
트럼프의 골프와 카터의 집짓기 [여적] 트럼프의 골프와 카터의 집 짓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대회를 즐기는 동안 92살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짓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지난주 목요일 US 여자 오픈 골프 대회를 참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하루를 카터 전 대통령의 하루와 비교하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트럼프가 재임 176일 동안 36번이나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면 92살 고령인 카터는 89살의 로잘린 여사와 함께 안전모를 쓰고 34번째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했다.” 지난 2001년 8월 충남 아산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여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얼핏 트럼프를 폄훼하려는 비아냥 기사로 읽힐 수 있겠다. ..
훈민정음 '낙장' 미스터리 은 예의와 해례로 나뉜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되는 ‘예의’는 한글을 만든 이유와 한글의 사용법을 설명한 것이다. 이나 등에도 실려 있다. 그러나 1930년대 말까지 한글 창제의 원리와 용법을 설명한 ‘해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대 및 범자, 혹은 몽골문자 기원설은 물론이고, 어이없게도 화장실 창살 기원설까지 등장했다. 1940년 간송 전형필(1906~1962)이 경북 안동에서 기와집 10채값을 주고 ‘예의’와 ‘해례’가 모두 실려있는 원본(사진)을 구입했다. 원본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세종의 한글 창제 신화는 자칫 물거품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간송은 500년 만에 찾아낸 기화(奇貨)를 얼마나 아꼈던지 한국전쟁 중에도 품에 안고 다녔고, 잘 때도 배개속에 넣었다. 이렇게 극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