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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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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태양풍의 침공에 짓밟히다 “화성의 대기는 지금도 1분당 100g씩 사라진다. 태양풍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이 불모지로 변한 이유가 ‘태양풍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가 강력한 태양풍을 뚫고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모두 지구 자기장 덕분이었다. 이미 죽은 행성인화성에는 자기장이 없다. 중대발표를 예고하는 등 호들갑을 떤 것 치고는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NASA의 발표는 잊고 있던 인류의 궁금증을 새삼 자극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태양이 내뿜는 강력한 에너지(양성자+전자)는 시간당 140만㎞의 속도로 46억㎞까지 내달린다. 10만도에 이르는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 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행성은 없다. 그 태양풍이 초속 400㎞ 속도로 지나치면서 화성의..
중국의 바둑외교가 던진 화두 바둑을 다른 말로 난가(爛柯)라 한다. ‘기원전 700년 무렵 진(晋)나라 사람 왕질이 나무 하러 갔다가 두 동자의 바둑을 넋놓고 관전한 뒤 돌아가려 했는데, 들고 있던 도끼자루(柯)가 폭싹 썩었다(爛)’는 고사에서 나왔다. 맹자는 “술 마시고 박혁(바둑과 장기)을 하며 부모를 돌보지 않은 것이 두번째 불효”( ‘이루 하’)라 했다. 물론 요 임금이 ‘못난 아들(단주)의 어리석음을 바둑으로 가르쳤다’()는 전설도 있다. 바둑이 중독성 강한 오락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절친인 네웨이핑(섭衛平) 9단에게 바둑을 배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바둑에서 치국(治國)의 도리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 경제를 바둑에 비유하면서 “두 눈(眼)이 나야 바둑돌이 사는데 안정적인 ..
지구인 바이러스의 화성 침공 알다시피 화성의 영어이름(Mars)은 로마 신화 속 전쟁의 신인 ‘마르스’에서 따왔다. 화성이 마치 전쟁의 불길처럼 붉은 빛을 띠었기 때문이다. 철이 산소와 결합, 즉 산화해서 녹이 슨 붉은 빛의 산화철이 화성 표면에 가득한 탓인지를 예전 사람들이 알리 만무했다. 기괴스럽기까지 한 붉은 화성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정서는 같았지만, 동양인들의 표현이 좀 더 심오했다. 형혹(熒惑)이라 했으니까…. 미항공우주국(NASA)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모습. 과학자들 일각에서는 지구의 세균이 오히려 화성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형(熒)은 등불이라는 뜻도 있지만 현혹시키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동양에서 화성(형혹)은 전란의 조짐을 뜻하기도 했지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기분 나쁜 ..
죽음의 섬이 된 '레즈비언' 섬 “제발 레스보스 섬 주민들에게만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쓰게 해달라.” 2008년 에게해의 레스보스(Lesbos) 섬주민들이 그리스의 동성애 단체인 레즈비언 협회를 상대로 ‘레즈비언’ 단어의 사용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레스보스 주민을 뜻하는 ‘레즈비언(Lesbian)’ 용어를 동성애자들에게 빼앗겨 정신적·도덕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송은 아테네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영국의 더타임스도 이 사건을 그해 ‘세계 10대 황당·엽기 소송’에 등재했다. 주민들 스스로를 ‘난 레즈비언입니다’라 소개해야 했던 게 불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유럽행 난민들의 첫 기착지인 그리스 레스보스 섬을 출발해 아테네 피레우스 항구로 향하는 배 위에서 한 소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해를 지켜보고..
'코드 애덤' 사건을 아십니까 1981년 7월 27일 6살 꼬마 애덤 월시(사진)는 엄마를 따라 미국 플로리다 주 헐리우드의 시어스 백화점을 찾았다. 꼬마는 엄마가 계산하는 사이 비디오 게임방에서 놀고 있었다. 마침 비디오게임방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보안요원은 그 안에 있던 아이들을 모두 내보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엉겁결에 게임방을 나온 애덤이 실종되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창졸 간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가 애타게 찾았지만 소용 없었다. 사건발생 14일 후인 8월10일 백화점에서 190㎞나 떨어진 수로에서 심하게 훼손된 꼬마의 시신이 발견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오티스 툴이라는 인물이었다. 그의 캐딜락 승용차에서 피묻은 카펫 등을 발견했다. 그러나 경찰은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다. 카펫은 물론 승용차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19..
지뢰, 눈없는 초병, 침묵의 살인자 ‘비무장지대 일대의 땅을 사려면 지뢰 표지판이 붙은 땅을 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뢰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쉬운, 목 좋은 곳에 매설하기 마련이기에 통일 후의 땅 가치가 그만큼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객적인 소리지만 그만큼 인명살상에 안성맞춤인 곳에 뿌려졌다는 이야기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을 답사한 바 있는 필자가 미확인지뢰지대에 빠진 적이 있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10여 년 전에 개척된 코스를 밟다가 길을 잃었던 탓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지뢰가 쓸려내려온다는 계곡의 수풀을 헤맸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지뢰는 흔히 ‘눈없는 초병’이라 한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지뢰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제1차 대전 때 매..
2028년 평양올림픽 “2028 평양올림픽은 어떨까.” 미국의 빅터 매서슨(Matheson) 홀리크로스대 교수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뜬금없이 ‘평양 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유치의 ‘유’자도 꺼내지 않은 평양을 거론한 까닭은 뭘까. 앞으로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여론 때문에 더이상 올림픽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매서슨의 주장이다.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혈세를 펑펑 쓸 수 있는 독재국가의 홍보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평양은 어떠냐’는 냉소적인 농담을 던진 것이다. 스키를 탄 학생들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은 카자흐의 알마티와 유치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매서슨은 최근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한 미국 보스턴을 예로 꼽았다. 3주간..
태릉선수촌도 문화재다 중종의 둘째 계비인 문정왕후는 아들(명종) 대신 8년이나 수렴청정하며 권세를 휘둘렀다. ‘여주(女主·여왕)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는 대자보까지 시중에 나붙었다. 왕후의 소원은 남편(중종) 곁에 묻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첫째 계비(장경왕후)와 합장한 남편(서삼릉 소재)을 정릉(강남구 삼성동)으로 옮기는 무리수를 뒀다. 하지만 1565년 승하한 왕후는 끝내 남편 곁에 가지 못한 채 태릉(노원구 공릉동)에 안장됐다. 중종 능의 지대가 너무 낮아 물이 스몄기 때문이다. 문정왕후로서는 아들(명종)과 며느리(인순왕후)가 태릉과 이웃한 강릉에 나란히 묻힌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을까. 태릉선수촌의 로프클라이밍 훈련은 대표선수들의 지옥훈련의 상징이었다. 2004년 선수촌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프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