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165)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빔밥 외교와 양푼 비빔밥 비빔밥의 레시피는 1800년대 말엽의 음식조리서인 에서 처음 등장한다. “밥에 고기를 부쳐 썰고, 각색의 채소와 다시마 튀각을 부셔 놓고…깨소금·기름을 넣어 비벼서…위에는 계란을 부쳐…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비빔밥의 유래가 뿌리가 깊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이런저런 재료를 다 넣어 비비기만 하는데 번듯한 레시피를 남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아야 할 섣달 그믐날에 부엌 찬간에 남은 반찬을 어떻게 처리했겠는가. 농사철 아낙들이 이고간 새참을 어떻게 먹었겠는가. 아마도 큰 그릇에 밥(잿메)과 갖가지 반찬(혹은 제사음식)을 넣고 그냥 썩썩 비벼먹었을 것이다. 비빔밥은 얼마 전까지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 흥부는 연흥부도 박흥부도 아닌 장흥부였다? 은 판소리 ‘흥부가’에서 비롯된 판소리계 고전소설이다. 정·순조 시대의 명창인 권삼득(1771~1841)이 이 판소리 ‘흥부가’를 장기로 삼았다는 것으로 볼 때 18세기 이전부터 존재했음이 분명하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 맺은 그물을 에후리쳐 둘러메고 망당산(방장산의 잘못, 지리산)으로 나간다.…후여 떳다 저 제비야…보물 박씨 물어다 천하부자 되어보자. 허허 저 제비.’ 권삼득의 제비몰이는 ‘흥부가’의 사설과 더늠(판소리 명창이 새롭게 만들거나 다듬은 소리대목)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흥부가’와 의 발상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져왔다. 1860년대 간행된 경판본과 1870~73년작인 신재효(1812~1884)의 개작본은 경상·전라 혹은 충청·전라·경상도의 접도지역이라.. 부메랑 되어 돌아온 쓰레기섬 '헨더슨' 헨더슨섬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영국령 무인도다. 뉴질랜드, 칠레와도 5000㎞ 이상,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193㎞나 떨어져 있다. 1606년 스페인 탐험대의 발견 이후 종종 조난자나 탐험가의 발길이 있었다. 1820년 길이 20m인 초대형 향유고래에 받혀 난파된 포경선의 선원들이 이 섬에 닿은 적이 있다. 그러나 마실 물이라고는 염분 섞인 샘물이 한 곳 뿐이었다. 일주일도 못버티고 선원 대부분이 탈출했다. 정착을 택한 3명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구조됐다. 화장품 용기에 집을 짓고 사는 오막손참집게. 1851년 이 섬의 동굴에서 인골이 확인된 적이 있다. 그러나 방치되다 100년도 넘은 1958년에야 정밀 조사가 이루어졌다. 3~5살의 어린이를 포함한 서양인 5~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난 당한.. 미2사단 100주년을 위한 콘서트 유감 주한미군 2사단을 가리켜 ‘인계철선(引繼鐵線·클레모어 같은 폭발물과 연결되어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철선)’이라 했다.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미2사단이 자동으로 개입하게 된다는 의미였다. 1917년 창설된 미2사단은 100년 동안 미 본토에서 40년, 유럽에서 4년, 한국에서 56년간 주둔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맨먼저 도착했고, 유엔군 가운데 맨처음으로 평양에 입성했다. 군우리 전투 때는 사단병력의 3분의 1을 잃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2만400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소속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과는 유독 인연이 깊은 한·미 동맹의 상징부대라 할 수 있겠다. 2002년 효순 미선양이 미군 장갑체에 깔려 숨진 뒤 사고현장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눈물(최루탄)을 수출하는 나라 1960년 4월11일 정오 무렵 마산 앞바다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3·15 부정선거 시위에 참가했다가 행방불명된 김주열군(당시 17살)이었다. 오른쪽 눈에는 최루탄이 박혀 있었다. 이 끔찍한 사건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27년 뒤인 1987년 6월9일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던 연세대생 이한열씨(당시 22살)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뒤통수를 맞고 세상을 떠났다. 6·29 항쟁의 뇌관을 터뜨린 사건이다. 이 두 발의 최루탄은 독재시절 그 지난했던 민주화의 쓰라린 역정을 상징하는 ‘눈물탄’이었다. 1960년 3 15 부정선거 시위 때 행방불명된 마산상고 입학예정생 김주열군이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진은 김주열 열사의 묘소를 찾은 어.. 세계대통령과의 '악수배틀' "두 정상이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입을 악문 굳은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한 트럼프가 손을 빼려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6초간이나 놔주지 않았다.”(사진)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의 악수 장면이 화제를 뿌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를 ‘흰 손마디 외교(white knuckle diplomacy)’라 했다. 손가락 관절에 하얀 뼈가 보일 정도로 ‘악수배틀’을 벌인 것이다. 첫 해외순방에 나선 트럼프를 만나야 했던 각국 정상들이 바싹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때로는 손아귀 힘으로 상대의 기를 죽이고, 때로는 갑자기 몸을 확 끌어당겨 포옹하고, 또 때로는 손을 토닥토닥거리고…. 악수 뿐이 아니다. 지난번 .. 영부인, 여사, 씨… 1932년 동아일보에 실린 춘원 이광수의 소설 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어른은 변호사 허숭씨 영부인, 이화의 천재시오. 미인이시죠.” 영부인의 영(令)자는 ‘남을 높인다’는 의미의 접두어다. 영부인은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호칭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게 됐을까.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를 ‘영부인’으로 지칭하는 기사가 1949년 11월 5일 동아일보에 실린다. “푸랑체스카 여사는 ‘더 초우즌 우-먼(선택된 부인)’으로서 최대최고의 희망인 일국 대통령의 영부인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요즘의 관점이라면 엄청 시대착오적인 기사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기사의 부제는 ‘이 대통령 부인의 근황’이었다. 그때까지도 영부인 호칭은 대통령 부인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 '청와대 f4'… '미남이시네요' 심리학 용어 중에 ‘블링크(blink)’가 있다.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판단’을 일컫는데, 직관이나 통찰의 능력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순간판단이 틀릴 때가 있다. 편견과 차별이 눈 앞을 가릴 때이다. 이것을 ‘워런 하딩의 오류’라 한다. 미국 제29대 대통령인 하딩(1865~1923)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미남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1899년 미정가의 막후 실력자인 해리 도허티는 오하이오주의 지역신문 ‘더 매리언 스타’의 편집장이던 하딩을 처음 보자마자 홀딱 빠졌다. ‘미국 역사를 바꿀 인물’로 여겼다. 능력과 자질 때문이 아니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듯한 신체와 남자다운 인상, 경쾌한 걸음걸이와 꼿꼿한 자세, 그리고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의 정중함까지…. 조각미남이라는 뜻.. 이전 1 2 3 4 5 6 7 8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