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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의 사찰에서 사지가 찢긴 불상이 널브러져 있었다 경기 양주 천보산(423m) 자락에 고색창연한 절터가 버티고 있다. 회암사터이다. 산의 아래쪽 계곡에 차곡차곡 쌓은 8개의 석축 위에 그대로 노출된 70여기의 건물터와 함께 그곳에서 활약한 고승들의 기념물까지…. 사적으로 지정된 구역만 1만여평(3만3391㎡)에 이르는 절터에 서면 600년의 시공을 초월한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회암사 하면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는 일화가 떠오른다. 양녕대군의 ‘살아서는 임금의 형, 죽어서는 부처의 형’ 이야기다. 1446년(세종 28) 4월23일 효령대군(1395~1486)이 회암사에서 법회를 열고 있었다. 그때 양녕대군(1394~1462)이 들판에서 사냥해온 짐승으로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형이 신성한 절간에서 고기를 굽자 효령대군은 못마땅한 표정으..
3000년전 청동기 나라 고인돌 48기, 해체 철거후 '잡석'으로 취급됐다 최근 문화유산과 관련해서 모종의 사건이 터졌죠.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개발사업을 벌이던 중에 윗돌의 무게가 350t이나 되는 고인돌을 확인하죠. 김해시가 급기야 2020년 예산 16억여원을 확보, 고인돌 정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적(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염두에 두고 정비계획을 세운겁니다. ■의욕과잉과 무지의 소치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고인돌을 제대로 복원하겠다면서 박석을 빼내어 세척하고 강화처리 후 다시 박아넣었다는 겁니다. ‘박석(薄石)’은 ‘얇고 넓적한 돌’입니다.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무덤의 묘역을 표시하려고 이런 돌을 깔아놓은 겁니다. 이 박석 밑에는 문화유물이 존재할 수가 있습니다. ‘구산동 고인돌’은 도(경남) 지정문화재여서 유적 및 유구에 손을 ..
명품으로 치장한 '금수저' 신라공주 곁에 바둑돌 863개가 보였다 최근들어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서는 때아닌 바둑 관련 이벤트가 잇달아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쪽샘 44호 발굴현장에서 아마 바둑기사 두 사람이 참여한 ‘천년수담-신라바둑 대국’ 행사가 열렸구요. 지난 11일에는 경주 시민들을 위한 ‘대담 신라-신라 바둑, 바둑돌’ 행사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쪽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구요. 이상한 일 아닙니까. 신라 유적의 발굴과 조사,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왜 이런 뜬금없는 ‘바둑행사’를 벌인단말입니까. 왜 그런건지 시계를 2019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쪽빛 샘 동네의 비밀 경주 시내 한복판에 ‘쪽샘’이라는 지명이 있습니다. 쪽빛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샘이 있다고 해서 이름 붙은 곳인데요. 그런데 이 쪽샘 지구는 4~6세기에 살..
부실한 훈민정음 '상주본'이 1조원?…꽁꽁 숨겨도 1원도 안된다 며칠전 무더위에 고구마처럼 답답한 소식이 전해졌죠. 문화재청 사범 단속반이 지난 5월 (이하 상주본)의 강제회수를 위해 불법소장자인 배익기씨의 집과 사무실 지인의 다방 금고 등 3곳을 수색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데요. 단속반은 “유력한 제보전화를 받고 한층 기대를 안고 수색했는데 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분명히 집이나 사무실 등 본인의 통제가 가능한 곳에 숨겨 놓았을 것 같은데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는 겁니다. 2015년 배씨 집에 난 화재로 불에 그을린 일부가 공개(2017년)된 이후 5년 이상 행방이 묘연한데요. 제대로 남아있기는 한지 어떤지 도통 알 수 없으니 정말 속터져 죽을 노릇입니다. ■1조원 가치라고… 이 즈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배익기씨는 “의 ..
선덕여왕이 '신이 노니는 신유림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그곳은?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를 대표하는 산으로는 토함산(해발 745m)과 남산(468m)이 먼저 떠오른다. 토함산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안고 있는 산이니 말할 것도 없다. 남산은 어떨까. 남산은 석가모니 부처가 하강해서 머무는 ‘영산(靈山)’으로 알려져왔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 두 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40여개의 계곡과 산줄기에 150여 곳의 절터, 120여 구의 석불, 100여 기의 석탑이 산재해있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남산의 오자가 아니다 지금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9월15일까지 ‘낭산, 도리천 가는 길’ 특별전을 열고 있다. 특별전에는 낭산의 주변인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나온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좌상’과 ‘금제여래입상’ 등 국보 2점을 포함해 총 389점이 전시되고 있다. 특..
"안중근 의사의 글씨 31점이나 보물입니다"…이의있습니까 “아니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며칠전 이주화 안중근의사기념관 학예팀장이 약간 곤혹스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얼마전 문화재청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5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거든요. 일종의 항의 전화 요점은 이겁니다. 역사상 3대 명필 중 두 분인 한호 석봉(1543~1605)이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도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예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두 분보다 결코 잘 썼다고 할 수 없는 안 의사의 유묵이 너무 많이 보물로 지정되는거 아니냐, 뭐 이런 문제제기 였습니다. ■개인최다 33점이 보물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5점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중국 뤼순(旅順)감옥에서 순국하기 전인 1910년 3월에 쓴 유묵입니다. 이중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는..
1437년 세종대왕이 관측한 그 별…579년후 알고보니 신성폭발이었다 2022년 6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안착한 날이죠. 이제 자력으로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700㎞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7번째 국가(러시아·미국·유럽·중국·일본·인도)가 되었는데요.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우주에 갈 수 있는 우주독립을 실현했다 할까요. 벌써 2030년이면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와 탐사선을 달에 보내고, 나아가서는 화성까지 탐사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답니다. ■“우주로 나가라”는 홍대용의 설파 명색이 ‘히스토리텔러’인 저는 몇몇 칼럼에 주목했어요. 과거 천문·우주를 향한 가없는 호기심과 관심을 쏟았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분은 원래 우리 조상들은 세계최고의 ..
“50억원 유혹도 ‘만장일치’로 뿌리쳤다”…겸재 정선 화첩의 ‘선한 귀환’ “뭔가를 주려면 기꺼이 줘야 합니다.” 2005년 10월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에레미아스 슈뢰더 아빠스(원장)가 (21점)을 기증하며 언급한 담화문 중 한 구절입니다. 슈뢰더 원장의 담화문을 더 볼까요. “우리는 한국인과 한국 역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겸재 정선 화첩’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12명으로 이뤄진 수도원 장로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반환결정은 올바른 것이며,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은 1911년과 1925년 한국을 방문한 노르베르트 베버(1780~1956) 신부가 가져간 그림첩이었습니다. 화첩은 ‘금강내산전도’와 ‘만폭동도’, ‘구룡폭도’ 등 금강산 그림 3폭과, 태조 이성계(재위 1392~1398)가 함흥의 고향집에 심었다는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도’ 등 18폭이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