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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소동파도 낙방했다"…김홍도 풍속도가 고발한 과거시험 '난장판' 단원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인데,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다. 일산(혹은 우산)이 마당을 뒤덮었고, 일산마다 5명에서 6~7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뭔가를 작당하고 있다. 그 사이 어떤 이는 행담(行擔·책가방)에 기대어 쪽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그림 윗부분의 표암 강세황(1713~1791) 글이 흥미롭다.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전성기인 30대 작품으로 추정되는 ‘공원춘효도’. 조선 후기 과거제도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고발·풍자하는 풍속화이다. 1952년 미해군이 가져갔던 작품이며, 미국 개인소장가가 갖고 있던 것을 이번에 서울옥션이 구입환수해서 경매에 내놓았다. 표암 강세황의 제발이 눈에 띈다. 봄날 새벽(춘효·春曉)의 과거장(공원·貢院) 풍경이라는 글이다. |서울옥션 제공 “봄날 새벽 과거시험장..
엎어져있던 인수봉 계곡 바위, 뒤집어보니 고려 불상이었네 2015년 5월 북한산 인수봉이 빤히 올려다보이는 계곡에서 희한한 바위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자원봉사자와 북한산 구조대 사이에서 돌았다. 그냥 돌 같은데 누군가 정교하게 깎은 흔적이 역력했다. 석불 같기는 한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측이 고양시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수봉 계곡에 엎어져있던 바위를 뒤집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2015년 발견되었던 인수봉 석불입상. 그러나 그때는 몸통이 엎어져 있어서 불상인지 확인하지 못했다.|수도문물연구원 제공북한산국립공원측은 올해 북한산 지역의 비지정문화재 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구조대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산에서 금석문이 새겨진 ..
"저 자 땜에 담뱃대를 뺄까"…명재상 채제공을 충격에 빠뜨린 두 학생의 비아냥 역사를 이야기로 만나보는 이기환의 ‘Hi-story’입니다. 지난주 1618년(광해군 10년) 무렵 조선에 들어온 담배가 요원의 불길처럼 퍼졌다고 했는데요. 최초의 흡연가인 계곡 장유(1587~1636)라는 분을 소개해드렸지만 이 분은 새발의 피라고 했죠. 누구냐. 다름아닌 조선의 중흥군주라는 정조(재위 1776~1800)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혜원 신윤복의 ‘연못가의 여인’. 기녀가 한 손엔 장죽을 다른 한 손엔 생황을 들고 연꽃을 감상하고 있다. 담배는 시름을 달래주는 묘약으로도 알려졌다.|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담배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했냐 하면 담배 전래 후 50년 정도가 지난 1668년(현종 9년)의 기록인 헨드릭 하멜(1630~1692)의 ‘부록·조선국기’는 “조선의 아이들은 4, 5세만 되면 담..
금은동 명품으로 치장한 1500년전 신라인…170cm 장신 여성이었다 피장자가 누구인가. 금동관을 펴서 얼굴을 덮고, 또 키가 170㎝ 내외에 달하는 장신이며, 금은장도까지 착장한 6세기초 신라 최상위 귀족 여성이 아닌가.지난 6월2일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을 발굴하던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금동신발이 노출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급히 공개했다. 금동신발이 발굴된 것은 1977년 인왕동 고분 발굴 이후 43년 만의 일이라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발굴을 책임진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의 김권일 선임연구원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금동신발도 중요하지만 피장자의 머리 부분에서 노출된 금동달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 머리맡에서 노출되는 금동달개는 금동관의 부속일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었다.황남동 120-2호의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고리, 가슴걸이 노출모습. ..
"감히 어전에서 담배를"…야단 맞은 조선 최초의 애연가, "꼴보기 싫다" 이기환의 ‘하이 스토리(Hi-story)’, 이번 주 이야기는 담배입니다. 그것도 ‘감히 어전에서 담배를 뻑뻑 피운 간큰 신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계곡 장유(1587~1638)을 아십니까. 이정구(1564~1635)·신흠(1566~1628)·이식(1584~1647) 등과 함께 조선 중기의 4대 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분입니다. 신윤복의 ‘연소답청’. 철없는 양반들이 기녀들을 말에 태운 채 말에게 담배를 붙여 대령하고 있다.|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그런데 우리나라 담배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계신데 바로 이 장유입니다. 왜냐면 등 각종 문헌을 보면 담배가 들어온 것이 1618년(광해군 10년) 무렵인데, 조선에서 가장 먼저 피운 사람이 바로 장유랍니다. 장유는 자신의 에서 조선에서 담배..
추사에게서 욕 바가지로 먹은 '미친 초서' 이광사 작품이 어땠기에 =보물 제1969호, =보물 제1982호….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한 두 작품은 2018년 나란히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19 재유행’으로 관람할 수 없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준비한 ‘새 보물 납시었네’ 특별전의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매우 어색한 조우다. 왜냐. 은 18세기 대표 서예가인 원교 이광사(1705~1777)가 친필로 쓴 서예이론서이다. 하지만 역시 보물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는 제목이 말해주듯 원교(이광사)의 필결(서결의 다른 표현)을 읽은 후 쓴 비판글이다. 그러니까 원교의 서예이론서와, 그 이론서를 ‘기본이 안됐다’고 비판한 추사의 글도 같은 해 나란히 보물이 되어 한자리에 출품된 것이다. 원교 글씨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초서. ..
빨려 들어가는 저 눈동자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제부터 저도 유튜브를 시작하겠습니다. 제목은 입니다. 고고학과 역사 분야를 이야기로 풀어주는 '흔적의 역사' 이기환 기자의 짧은 콘텐츠 ‘하이-스토리’입니다. 역사를 'history'(히스토리)라 하지만, 본디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친근한 이미지로 역사 이야기를 풀어주는 '하이-스토리'로 정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이 빨려들어가는 눈동자의 주인공, 상남자 은진미륵의 명예회복’ 이야기입니다. 가까이서 찍은 은진미륵의 눈. 밑에서 보기에는 조각해놓은 눈동자를 검은 색으로 채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올라가보니 원판 화강암을 파내고 흑색 점판암으로 조각한 눈동자와 내외안각 주름을 정교하게 끼워넣었다.| 최선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제공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눈은 누구의 눈일까요?충남 관촉사..
"순종은 딴 생각말고 즐기라"며 만든 박물관의 웃픈 탄생 사연 …동물원 식물원도 최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관 15주년을 맞아 조선왕실 문화의 진수가 담긴 ‘대표 소장품 100선’을 선정해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공개된 ‘소장품 100선’은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유물들이라는데요. 그런데 하나 드는 궁금증은 우리나라 박물관의 역사인데요. 100년이 넘은 우리나라에서 박물관이 처음 설립된 이유가 좀 치욕스러운 대목이 있다는데요. 어떤 역사가 숨어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일제강점기 창경궁 모습.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문=동서양을 통틀어 박물관이 세워진 것은 언제인가요? 답=박물관을 영어로는 뮤지엄(museum), 프랑스어로는 뮤제(musee), 독일어는 뮤제움(Museum)인데요, 모두 고대 그리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