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들에게 젓가락은 생명의 상징이다.
1998년 충북 청주 명암동의 고려시대 석관묘에서 먹(墨)과 철제 젓가락, 중국 동전 등 3종 세트가 발굴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죽어서도 밥은 굶지 말고(젓가락), 공부는 계속해야 하며(먹), 부자가 되라(동전)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중국에서 죽은 이가 사용했던 젓가락을 대문에 걸어두고, 일본에서 1877년 야마가타현(山形縣)에 젓가락무덤(御箸陵)을 세워 제사까지 지내며 신성시한 이치와 다를 바 없다.
젓가락을 부모의 신체와 동일시하는 풍습은 비슷하다.
상 위의 차려진 젓가락의 길이가 다르면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죽는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지금도 식당에서 가장 먼저 상 위에 놓은 젓가락의 키를 재보지 않는가.
또 젓가락이 부러지면 불길한 일의 조짐으로 여긴다. ‘젓가락 전문가’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는 “젓가락 문화에도 나라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젓가락의 길이는 중국-한국-일본 순인데 이것은 세 나라의 상차림과 관련이 있다. 큰 상에서 멀리 있는 음식을 집어야 하는 중국은 길고, 작은 독상을 차리는 일본은 짧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젓가락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크기이다.
한국인들이 나무젓가락을 쓰는 중국·일본과 달리 금속젓가락을 선호하는 이유가 신라시대 때 쇠(金)를 쓰는 김씨가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웃지못할 설도 전해진다.
특별히 중국에서는 젓가락이 남편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부 소수민족 처녀들은 젓가락을 떨어뜨려도 절대로 젓가락을 바꾸지 않는다. 젓가락을 바꾸면 남편을 바꿀 운명이라는 것이다. 또 음식을 집을 때 떨구면 그 모습이 마치 ‘눈물방울 같다’고 해서 불길하게 여긴다.
무엇보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30여개의 관절과 50여개의 근육이 뇌신경을 자극해서 지능촉진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돋보인다.
이제야 우리네 부모가 ‘젓가락질 못하면 시집장가 못간다’고 그토록 닦달하며 가르쳐주었던 까닭을 알 것 같다. 한·중·일 3개국이 참여한 ‘젓가락 페스티벌’이 10일부터 17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열린다.
별 것 아니었던 젓가락이 동양을 관통하는 문화콘텐츠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참에 11월11일을 ‘빼빼로데이’ 아닌 ‘젓가락데이’라 명명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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