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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대롱옥 맞춰보니…백제판 '사랑과 영혼'의 약속이었네 2003년 9월이었습니다. 충남 공주 의당면 수촌리에서 농공단지 조성을 위한 사전 발굴조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조사는 1구역(1000평), 2구역(300평)으로 나누었는데요. 그런데 먼저 발굴한 1지역의 흙무덤에서 뜻밖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국식 세형동검과 꺾창, 창, 도끼, 조각칼 등 청동기 세트가 노출된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실시된 2구역 조사에서는 불과 300평 남짓한 구릉 한편에서 고분 6기가 노출되었는데요. 거기서 금동관 2점과, 금동신발 3켤레, 중국제 흑갈유도자기 3점, 중국제 청자 2점, 금동허리띠 2점, 환두대도 및 대도 2점 등이 출토되었습니다. 언론에서 ‘무령왕릉(1971년) 이후 최대 발굴’이라고 대서특필할 만 했습니다. 농공단지 터는 하룻밤..
소름돋는 '벚꽃엔딩'…사쿠라 꽂고 죽어간 가미카제 특공대 지난 4월 7~8일 답사차 경주에 다녀왔는데요. 깜짝 놀랐습니다. 신라의 천년고도인 경주가 온통 벚꽃천지더군요. 김유신 장군 묘 주변이나 보문단지 같은 곳은 물론이구요. 다른 곳도 온 길가에 벚꽃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비가 장관을 이루더라구요. 서울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국회 윤중로 벚꽃이 탐스럽게 피었더라구요. 제가 사는 파주의 길가 곳곳에도 막 꽃봉우리를 터뜨리기 시작했구요. 요즘 사람들은 반짝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시드는 벚꽃길을 따라 북상(혹은 등산)한다는군요. ‘벚꽃 엔딩’을 즐기며 흐드러지는 봄날을 만끽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벚꽃에 열광하는 요즘 세태에서 한가지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창경궁(원) 벚꽃놀이’ 였습니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닙니다. 1980년대..
1888년 흑단령에 갓쓴 조선외교관들…워싱턴 정가 발칵 뒤집어놓았다. 얼마 전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1850~1927)의 서거 95주기(3월29일)를 맞아 색다른 자료가 공개됐는데요. 선생이 한성감옥에 투옥(1902년)된 뒤 감옥 도서실의 대출내역을 정리한 장부()입니다. 선생의 가문이 올 초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자료인데요. 대출대장에는 선생 뿐 아니라 훗날 독립운동가로 활약할 이승만(1875~1965), 정순만(1873~1928), 박용만(1881~1928), 이준(1859~1907), 이종일(1858~1925), 이동녕(1869~1940) 선생 등의 이름도 보인답니다. ■“저 여인들은 기생들이냐.” 이상재 선생 자료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선생은 초대 주미공사 박정양(1841~1905)을 모시고 워싱턴 외교무대를 개척한 분입니다. 조선의 초창..
'744살 청와대 주목', 가소롭게 바라봤을 영욕의 역사 대통령경호처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의 경호업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틈을 내어 펴낸 책이 두 권이 있으니 그것이 (2007년 초판·2019년 증보판)과 (2019년)이다. 청와대와 그 주변이 어떤 곳인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의 습격사건(1·21사태) 이후 청와대 앞길을 물론 인왕산과 북악산의 통행도 철저히 통제됐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인왕산과 북악산, 청와대 앞길 등의 통행이 허용되고, 개방의 폭도 점차 확대됐다. 요즘은 매주 화요일~금요일, 둘째·넷째 주 토요일(공휴일 제외)에 청와대 내부관람(총 1시간 30분)까지 가능해졌다. 북악산도 2006년 성곽로에 이어, 2020년 북측 둘레길까지 개방되더니 이 기사가 신문지면을 탄 5일 오후 청와대 뒤쪽 북악산 남측..
백제 명품 신발에 새긴 시그니처 ‘용’ 문양…하늘길 신라 귀족도 신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삼국시대 금동신발은 대략 56점(조각 포함)입니다. 그중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금동신발은 딱 2점입니다. 그것이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과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산 금동신발인데요. 무령왕과 왕비의 무덤인 무령왕릉 출토품도 국보나 보물로 대접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지방의 수장 무덤에서 발견된 금동신발이 보물로 지정되었을까요. 5세기 최고의 명품 구두인 백제 금동신발 이야기에 흠뻑 빠져보겠습니다. ■전문가의 탄성을 자아낸 백제산 금동신발 2009년 9월 고창 봉덕리 고분을 조사하던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구덩식 돌방무덤(수혈식석실묘) 1기에서 금동신발을 찾아냈습니다. 무덤의 조성연대는 450~475년 사이로 추정됐습니다. 신발의 사이즈는 324(좌)~327(우)㎜였구..
'불통?' '풍수?…'기피시설'된 청와대를 위한 변명 청와대와 관련해서 한가지 기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청와대 이전을 공약했다는 겁니다. 물론 막상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경호와 비용, 국회승인 문제 등 때문에 공약을 이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공식발표했는데요. 이렇듯 청와대가 오히려 주인들에게 기피 혹은 혐오시설로 꼽힌 이유가 무엇일까요. 청와대가 불통의 상징으로 지목되었는데요. 그러나 저변에 깔려있는 숨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죠. 언젠가부터 풍수지리상 청와대의 입지가 좋지않다는 이야기가 계속 떠돌았죠. ■기피 혐오시설이 된 청와대 대체 청와대가 어떻기에 이런 기피 및 혐오시설로 찍혔을까요. 일부 풍수가들의 주장이 흥미롭습니다. 풍..
"일러줄거야. 네 남편에게"…<청구영언>의 19금 노래가 보물 됐네 “○○○는 노래로 당세에 이름이 났지만 속되지 않았다. 얼굴빛이 희고 수염은 창처럼 뾰족했다. 어릴 때부터 300편을 줄줄 외었다.”() ○○○는 과연 누구이기에 ‘꽃미남’이고, 시 300편을 줄줄 외울 정도로 ‘뇌섹남’이었으며, 수준 높은 노래를 불렀을까. “남파 김백함은 노래로 나라 안에 이름이 났다. 성률(리듬)에 정통하고 문예도 닦아 새로운 노랫말을 지어 여항인(중인)들에게 익히게 했다. (보컬)김백함과 (거문고 연주자) 전만제가 찾아와 음악을 들려주니 내 가슴 속에 맺힌 마음의 병까지 모두 치유됐다. 그 음악은 귀신을 감동시키고 화기(和氣)를 일으킨다.”( ‘서문’) 남파 김백함은 또 누구인가. 이 언급에 따르면 ‘싱어송라이터’이자 ‘국민가수’이면서 ‘힐링뮤지션’이 아닌가. ■꽃미남, 뇌섹남, ..
'베프'를 위한 마지막 선물?…국보 '인왕제색도'를 둘러싼 치명적인 억측 근자에 지난해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유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인왕제색도(국보)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인왕제색도를 소유했던 서예가 소전 손재형(1902~1981)의 장손이 “이 그림이 조부의 뜻과 상관없이 숙부들과 삼성 사이에 담합으로 의심되는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는데요. 이 그림은 지금까지 정치에 뛰어든 소전이 선거자금을 마련하려고 삼성가에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인왕제색도’와 관련해서 소전의 가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경위로 삼성가에 넘어갔는지 뭐라 언급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구요. 다만 이 ‘인왕제색도’가 어떤 작품인지, 그 작품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신미윤월하완(辛未閏月下浣·1751년 윤 5월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