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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절대 출입금지 지역”···‘화장실 고고학’의 은밀한 세계 혹시 ‘화장실 고고학’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습니까. 1970년대초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개념인데요. 옛 사람들의 배설물(기생충알 혹은 씨앗)로 당대의 식생활 및 건강상태 등을 복원하는 고고학의 한 방법론이죠.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도 각지에서 확인되는 화장실유적과 기생충알을 활발하게 연구해왔죠. 얼마전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에서도 대형 화장실 유구가 확인됐는데요. 1991년 경복궁의 복원 정비가 시작된 이후 꼭 30년 만에 처음으로 화장실터가 나왔다는 게 좀 재미있습니다. ■경복궁에서 확인된 첫번째 화장실 그럼 화장실이 왜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복원 정비한 곳은 아무래도 궁궐의 중심축, 즉 왕과 왕비가 정사를 돌보고 생활했던 공간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왕과 왕비는 화장실을..
아무도 눈치못챈 세종의 ‘숨겨진 업적’…‘신의 한수’ 될 줄이야 실물로 보이지 않았던 세종대왕 업적의 편린이 얼마전 서울 도심 공평동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금속활자 ‘갑인자’는 물론, 종합 자동 물시계인 옥루(자격루)와 해시계·별시계 겸용인 일성정시의 등 세종이 심혈을 기울인 국책사업의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따지고 보면 세종대왕의 업적이 한둘입니까. 훈민정음 창제와 해시계·물시계·측우기 등 과학기술 장려, 대마도 정벌과 4군6진 개척, 그리고 편찬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죠. 더 있죠. 요즘 주목받고 있는 금속활자(경자자·갑인자)의 개발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그런데 ‘숨겨진 세종대왕의 업적’이 한가지 더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만약 세종의 이 업적이 없었다면 아마 고려·조선의 역사는 송두리째 사라졌을 겁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신의 한수가 ..
2.5g의 작은 공(탁구공)이 큰 공(지구)를 흔들었다…중국 탁구의 비밀 2020 도쿄 올림픽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는데요. 그런데 올림픽 탁구경기를 바라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미국이나 유럽 국적의 선수들인데 동양인 얼굴의 선수들이 많다는 겁니다. 이 선수들이 바로 중국계라는 건데요. 중국이 2.5그램에 불과한 탁구공으로 세계를 제패한 이야기와 함께 핑퐁외교가 상징하듯 미국과의 수교를 끌어낸 역사까지 일러줍니다. 답=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탁구선수가 161명인데 중국계가 20명입니다. 비율로 보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지만 문제는 이 선수들이 실력이 강해서 화면에 자주 비춘다는거죠. 2문=우리 신유빈 선수하고 싸운 룩셈부르크 선수는 58살 중국계 선수잖아요? 답=니시아렌(예하련·倪夏莲) 선수인데요. 1963년생인데 1982년 도쿄세계탁구선수권에서..
그리스제 투구, 동유럽제 칼은 왜 ‘대한민국 보물’로 지정됐나 ‘그리스제 청동투구’, ‘동유럽제 황금보검’, ‘중국제(낙랑) 황금 띠고리’…. 거론한 문화재들은 외국산이 분명하죠. 그런데 셋 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보(띠고리)와 보물(청동투구·황금보검)입니다. 좀 이상하다는 분도 있을 겁니다. 아니 한국의 국보·보물이라면 국내산이거나 한국인이 제작한 문화재라야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이 규정한 ‘국보·유물’의 개념은 그렇지 않습니다. 문화재보호법 23조는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을 보물로 지정할 수 있다’면서 ‘보물 중에서 인류 문화의 관점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한국산’이라는 단서가 없죠. 한마디로 당대의 해외명품이거나, 혹은 그 유물의 특별한 상징성이 인정되면 외제라도..
‘한국 28, 중국 5, 일본 0’…백성 위해 ‘천기누설’한 세종의 성적표 “아니 저건….” 2016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 연구원 등 6개국 공동연구진은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전갈자리의 한 별을 둘러싼 가스 구름을 관측하다가 깜짝 놀랐다. 이 별의 움직인 방향과 속도를 계산하다가 지구 반대편, 그것도 579년 전인 조선의 1437년(세종 19) 2월 5일(음력) 기록을 떠올린 것이다. ■네이처가 주목한 세종의 ‘객성’ 관측 “객성(客星·신성)이 미성(尾星·전갈자리)의 둘째 별과 셋째 별 사이에 나타났는데, 셋째 별에 가깝기가 반 자 간격쯤 되었다.”() 은 “특히 객성이 14일간이나 나타났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579년 후인 2016년 칠레 천문대에서 6개국 연구진이 관측한 별이 바로 조선의 천문관이 1437년 묘사한 바로 그 객성과 동일한 별임을 확인한 것이다..
바둑 간첩에 녹아난 ‘비운의 끝판왕’…개로왕의 가짜묘가 무령왕릉 위에? 일제강점기부터 쭉 ‘송산리고분군’이라 했는데요. 요 며칠전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으로 이름이 바뀐 곳이 있죠. 그러나 이 기사에서는 아직 익숙한 명칭인 송산리고분군이라 하겠습니다. 송산리고분군은 백제가 한성시대(기원전 18~기원후 475)를 마감하고, 쫓겨 내려온 이후 웅진시대(475~538)에 조성된 왕릉묘역입니다. ■정체불명의 유구 일제강점기 자료에는 이곳에 29기 이상의 고분이 존재한 것으로 표시했는데요. 최근에 지하물리탐사 등의 첨단기법으로 분석해보니 자그만치 40여기의 백제고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죠. 웅진시대의 임금이라면 문주왕(재위 475~477)-삼근왕(477~479)-동성왕(479~501)-무령왕(501~523)-성왕(523~554, 538년 사비로 천도) 등 ..
1763년 조선 외교관 오사카 피살사건…고구마 종자에 묻혔다 여러분은 역사 공부할 때 조엄(1719~1777)이라는 분을 배웠죠. 그 분의 혁혁한 공은 조선통신사(사절단)를 이끌고 일본을 다녀오는 길에 고구마 종자를 도입했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고구마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죠. 좋지않은 기상조건에서도 수확할 수 있어서 초근목피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작물이었죠. 바로 이 조엄이라는 분이 계미년인 1763년(영조 39년) 일본을 다녀온 사절단의 명칭을 ‘계미통신사’라고 하는데요. 고구마 종자 도입은 바로 이 ‘계미통신사의 업적’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이 계미통신사의 여정이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죠. 일본이 외교 결례를 반복하고, 고질적인 역사왜곡을 자행하더니 결국 비극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거든요. 방문 중인 조선 ..
87년만에 싹 지워진 국보 ‘1호’ 숭례문 타이틀…일제 잔재 ‘말끔’ 며칠 전 제가 국보 청동거울인 정문경을 지정번호(국보 141호)로 찾으려다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문화재 검색란에서 ‘지정번호’로 찾을 수 있는 항목이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냥 ‘정문경’을 입력했더니 그제서야 ‘국보 141호 였던’ 숭실대박물관 소장 ‘정문경’이 검색되었습니다. ■59년 만인가, 87년 만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지정문화재 검색란을 살펴보니 ‘국보 1호=숭례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물 1호=흥인지문’ ‘사적 1호=포석정’도 없었습니다. 그저 ‘국보 숭례문’, ‘보물 흥인지문’. ‘사적 포석정’으로만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지난 2월에 쓴 기사를 떠올렸습니다. 문화재청이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문화재 지정번호 제도’를 대폭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