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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다' 물어요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불베이팅(bull baiting)’이라는 오락이 있었다. 이름하여 ‘소 골리기’인데, 경기내용은 자못 잔인하다. 먼저 기운 센 황소를 반경 30피트(9.14m) 정도만 움직일 수 있도록 말뚝에 묶어두고 소의 코에 잔뜩 고춧가루를 묻힌다. 날뛰기 시작한 황소는 달려드는 개들을 뿔로 치받거나 마구 흔들어 내동댕이친다. 이 오락은 개가 소의 코를 꽉 물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된다. 왜 불베이팅에 ‘참전한’ 영국산 개에 ‘불도그(블독·bulldog)’란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단순한 오락은 아니었다. 1908년 오스트리아 자허 호텔을 운영했던 안나 자허 (1859~1930)가 두 마리 프렌치 불독을 애완견으로 키우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당대 영국에서..
"미라는 출산중…" 출산직전 사망한 산모 미라 “저기 무연고 무덤이 하나 있는데, 도굴된 것 같아요. 어느 분 묘인지 한번 확인하고 싶어요.” 2002년 9월 6일 경기 파주시 교하리 야산(장명산)에서 파평 윤씨 문중 묘소의 이장작업이 한창이었다. 흩어져있던 묘역 6기를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었다. 작업에는 김우림씨(당시 고려대박물관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입회하고 있었다. 파평 윤씨의 묘역이 경기도기념물(182호)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전문가 입회는 필수였다. 그때 파평 윤씨 문중 대표가 “이왕 정리하는 김에 무연고 묘를 조사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문가들에게 낸 것이다. 마침 문중사람과 포클레인 장비, 장의업체까지 있었으니 해볼만 한 작업이었다. 무덤을 노출시켜보니 회곽묘였다. 금방 난관에 봉착했다. 돌처럼 굳어진 회곽묘가 너무도 단단했고, 회..
유네스코의 고민, '헤브론이냐 알칼릴이냐' 7월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팔레스타인이 신청한 ‘헤브론(알칼릴) 구 시가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주 유네스코 이스라엘 대사인 카멜 샤마 하코헨은 위원회의장석까지 달려가 휴대폰을 흔들며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파리의 내 아파트에서 ‘화장실 고장났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분이 방금 내린 결정은 우리집 화장실 수리보다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버스 지난 뒤의 때늦은 분풀이였다. 헤브론(아랍어 알칼릴)은 유대인의 성지이다. 유대인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삭·야고보의 부부가 묻혀있다는 파트리아크 동굴이 있다. 그러나 무슬림에게도 경배의 장소다. 역시 이브라힘(아브라함)을 숭배하는 무슬림들은 14세기 이 동굴 위에 ‘이브라힘 모스크’를 지었다. 문제는 유네스코가 헤브론을 ‘팔레스타인의 세계유산..
1만년전 제주도에 정착한 경계인…그들은 누구인가 제주도 하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뭍 사람들에게는 로망이지요. 뭔가 세파에 찌들어 살고 있는 육지 사람들은 한번쯤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도에서의 삶을 상상해보곤 하지요.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씨가 세상 편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껏 부러워하게 되지요. 얼마나 부러우면 제주도 여행가서 굳이 이효리씨의 집을 찾아가는 분들도 있다면서요. 뭐 제주도까지 가서 남의 사생활을 훔쳐볼 필요가 있습니까. 그보다 훨씬 의미있는 곳들도 많은데…. 화산섬 제주도의 풍치는 말하지 않아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을 어떨까요.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의 제주도를 가보는 그런 여행 말입니다. 제주도야 말로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연결하는 이른바 ‘경계인’이 살았던 곳이거든요. 그 이들..
월드컵 로맨스와 출산율 “25~26일 사이 병원 분만실에서 기록적인 수의 경막외 마취제가 사용됐다.” 지난 3월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란드스피탈리 대학병원의 마취과 의사인 아스게이르 페투르 토르발드손이 자신의 트위트 계정에 올린 이 글이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다. 출산 때 임산부들이 사용하는 경막외 마취제의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곧 출산율이 치솟았음을 의미한다. 3월 말은 인구 30여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가 지난해 6월 27일 열린 유로 2016년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은지 딱 9개월이 지난 때였다. ‘맞아.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흥분한 아이슬란드인들이 사랑을 나눈 결과야.’ ‘출산율을 높이려면 역시 월드컵이야.’ 영국의 BBC, 인디펜던트에서부터 러시아의 뉴스채널 RT, 미국의 뉴스위크에 이르기까지 앞다퉈..
한국의 그랜드캐니언…화산이 낳은 한탄강 주상절리 천지가 탄생한 자리에 고·현생 인류가 탄생한 시기, 즉 200만 년~1만 년 전 사이를 뜻한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인류기’라고도 한단다. 바로 그 시기였다. 한반도 중부, 그러니까 평강 서남방 3㎞ 떨어진 오리산(해발 453m)과 검불랑역 북동쪽 약 4㎞ 떨어진 680m 고지에서 용암이 분출된다. 그것도 한 두 번의 분출이 아니었다. 10여 차례나 흘러 나왔다. 철원 동주산성에서 바라본 평강지역. 화산이 폭발했던 오리산이 보인다. 화산폭발로 쌓인 용암 때문에 평강은 광활한 고원지대가 되었다. ■휴전선 너머에서 생긴 일 그런데 오리산과 검불랑에서의 화산 분출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거대한 폭발, 즉 증기와 용암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중심분출’이 아니었다. 벌어진 지각 틈 사이로 용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
왼손경례와 무릎경례 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튀지니와 평가전을 펼칠 때 해프닝이 일어났다. 경기전 국민의례에서 기성용 선수가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올린 ‘왼손 경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기 성용 선수는 “경기에 집중할 생각에 빠져 있다가 실수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경기결과(0-1패)까지 좋지 않았던 탓인지 ‘국기에 대한 선수의 무례’를 꾸짖는 이들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 월드컵 후 대표선수들의 국민의례법을 자체적으로 재정비했다. 즉 일렬로 어깨동무를 한채 서있고, 맨 오른쪽에 서있는 사람이 대표로 경례하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기성용 선수의 예처럼 다양한 동작과 표정이 행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또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애국가와 국기를 향한 예의를 표한다는 취지였다. 축..
카탈루냐 주민투표와 엘 클라시코 ‘엘 클라시코(El Clásico ) 스페인 프로축구(라 리가) 소속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 대결을 일컫는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캄프 누)에서 벌어지는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홈팀 바르셀로나가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상관없다. 경기시작 17분14초만 되면 캄프 누에 모인 9만5000여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in-inde-independencia(독립)!’을 한 목소리로 외친다. 왜 하필 17분 14초인가.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가 스페인의 필립 4세 군대에게 14개월이나 포위당했다가 패한 때가 바로 1714년이었다. 그만큼 1714년은 독립을 염원하는 카탈루냐 주민들에게는 통한의 해였던 것이다. 지금 바르셀로나 축구팀에는 FC(Futbol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