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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선한 가위일까 악한 가위일끼 2004년 10월 30살에 불과한 브라질 축구선수 세르지뉴가 경기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심장이 정상인의 2배 이상 컸고, 심장벽도 매우 두꺼웠다. 시쳇말로 ‘강심장’이란 얘기인데 왜 사망에 이르렀을까. 심장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좁아진다. 심장은 그 좁은 구멍으로 혈액을 보내려 더 강하게 수축하게 되고 호흡곤란과 흉통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돌연사하고 만다. 비후성심근증이다. 놀랍게도 이 병은 인구 500명당 1명 꼴로 일어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11번째 염색체에 존재하는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천성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사슬을 싹둑 잘라버린다면 어떨까. 기초과학연구원의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팀이 그걸 해냈다...
겸재 정선 답지 않은 졸작, 왜 그렸을까 “겸재는…조선중화사상이 팽배하던 시기에 태어나 조선성리학을 전공한 사대부로…조선고유색을 현양한 진경문화를 주도한…진경산수화법의 창시자요 대성자였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연구자인 최완수는 “민족적 자부심과 자존심을 잃지 않게 한 겸재야말로 마땅히 화성(畵聖)으로 추앙해야 할 인물”로 꼽았다. 왜 이런 평을 내렸을까. 정선이 활약하던 시기, 조선은 한낱 오랑캐로 치부하던 청나라와 군신관계를 맺고 있었다. 정통 주자학을 신봉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은 명나라의 멸망과 함께 사라진 중국 문명의 전통이 조선에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여겼다. 이것이 조선중화주의라는 것이다. 겸재야말로 중국풍을 답습하던 전대 화가들의 관념산수에서 벗어나 금강산과 한양 등 조선의 강산을 직접 답사한 뒤 사실적으로 표현함으..
'군함도', 영화가 실화를 능가할 수 없는 이유 일본 나가사키에서 남서로 20여㎞ 떨어진 곳에 섬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무인도가 있었다. 하시마(端島)였다. 1810년 무렵 부근의 어민이 이 섬의 표면에 노출된 석탄층을 발견했다. 이후 어민들은 석탄캐기를 부업으로 삼았다. 그러다 1869년 나가사키의 업자가 채탄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만에 문을 닫았다. 그후에도 계속해서 3개 회사가 1~3년 정도 탄광을 운용하다가 큰 태풍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1886년 처음으로 36m에 달하는 지하수직갱도를 파고 채굴을 시작했다. 그러다 1890년 ‘전범기업’ 미쓰비시(三菱)가 소유자인 나베시마 손타로(鍋島孫太郞)에게 10만엔을 주고 탄광을 구입한다. 탄광은 곧 ‘노다지’가 되어 일본 제국주의 근대화의 축을 담당하게 된다. 미쓰비시는 6차례에 걸쳐 매립공사로 섬을 ..
"개 혀?" 다산 정약용의 개고기 사랑법 “개 혀?” 충청도 사투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보신탕(개고기) 먹을 줄 아느냐”는 질문이다. ‘개 혀?’의 복수형도 있단다. ‘개들 혀?’란다. 충북 사람들이 딴죽을 건다. ‘개 혀?’는 엄밀히 말해 충청남도 사투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북에서는 뭐라고 하느냐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나온다. “개 햐?” 사실 개고기는 동양만의 식습관은 아니었다. 1926년 1월 8일 동아일보를 보면 흥미롭다. “조선에서는 위생상 해롭다고 떠드는데 독일 작센 지방에서는 매년 평균 5만두의 개가 식용으로 팔리고, 개고기 전매업자까지 있다”는 해외토픽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차츰 ‘개고기는 동양의 야만스런 식습관’이라는 이미지로만 굳어져 갔다. 중국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독일의 빌헬름 2세에게서 사냥개를 선물받은 뒤 보냈..
'주개총' 고고학, '쓰레기' 특별전 1971년 미국의 고고학자 윌리엄 랏제가 애리조나주 투손의 쓰레기 매립지를 발굴했다. 랏제는 출토된 기저귀·신문·플라스틱 등을 분석해서 이 지역의 생활상을 복원했다. ‘쓰레기 고고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6년 전 한국에서 이미 ‘쓰레기 고고학’의 개념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1965년 김원룡 교수가 이끈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업반 학생들의 ‘신앙촌’ 발굴이었다. 1957년 박태선 장로 일파가 설립한 신앙촌에는 65년 당시 1만 6000여명이 집단거주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신앙촌의 쓰레기 더미에서 ‘신앙촌 8년사(1957~65)’를 복원했다. 이들은 발굴결과를 토대로 ‘주개총(廚芥塚) 발굴을 통한 신앙촌의 문화복원’이라는 공동졸업논문을 발표했다. ‘주..
파문 일으킨 일본장관 다나카의 경천사탑 약탈사건 “일본의 특사 다나카 자작(궁내대신)의 흉계로…무기를 가진 일본인들이 경천사탑을 급습해서 탑을 해체하여 실어갔다고 한다.…” 1907년 3월7일 가 해괴망측한 단독보도를 씁니다. 1907년 1월 대한제국을 방문했던 일본의 궁내대신(장관) 다나카 미쓰야키(田中光顯·1843~1939)가 경천사 10층석탑을 무단으로 해체해서 일본으로 반출했다는 충격적인 기사였습니다. 이 대리석 탑은 높이만 13m에 이르는 섬세한 부조의 걸작 석조유물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탑을 송두리째 해체한 뒤 무단반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는 이날의 1보를 시작으로 6월까지 3개월 동안 끈질기게 이 야만적인 약탈행위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이 약탈사건은 지각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손가락질 받았고, 결국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됩니다. 한일병합 ..
노벨의 질투심과 '수학상'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부로 1901년 시작된 노벨상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하나 있다.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같은 기초 분야에 상을 주면서 왜 수학상은 없을까. ‘노벨상은 반드시 발명이나 발견을 통해 실질적으로 인류 복지에 기여한 자’라는 조건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이란 신문들이 16일 요절한 천재 여성 수학자의 소식을 전하며 히잡을 쓰지 않은 그의 얼굴을 크게 실었다. 수학은 당시 실용성과는 관계없는 학문으로 꼽혔기에 노벨상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사가들이 수근거렸다. 소문의 내용은 이렇다. 노벨이 당시 스웨덴의 여성 수학자를 사랑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저명한 수학자인 미타그 레플레르(1848~1927)를 좋아했다. 결국 노벨은 이 삼각관계에서 패배자..
트럼프의 골프와 카터의 집짓기 [여적] 트럼프의 골프와 카터의 집 짓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대회를 즐기는 동안 92살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집을 짓고 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지난주 목요일 US 여자 오픈 골프 대회를 참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하루를 카터 전 대통령의 하루와 비교하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트럼프가 재임 176일 동안 36번이나 자기 소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반면 92살 고령인 카터는 89살의 로잘린 여사와 함께 안전모를 쓰고 34번째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했다.” 지난 2001년 8월 충남 아산에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여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얼핏 트럼프를 폄훼하려는 비아냥 기사로 읽힐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