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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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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관’ 쓴 아프로시압 사절, “연개소문이 파견한 고구려 밀사가 맞다” “아들을 낳으면 석밀(산 벌꿀)을 입안에 넣어주고 손바닥에 아교를 발라준다. 아이가 성장하면 입은 늘 달콤한 말을 하고 돈이 아교처럼 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전·서융’)예부터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를 중심으로 동서교역을 담당했던 소그드인들의 타고난 장사수완을 가리키는 기사이다. 중국에서는 소그드 연맹체 중 사마르칸트를 기반으로 한 왕국을 강국(康國)이라 했다. 강국의 도읍은 사마르칸트의 북동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아프로시압 도성이었다.조우관을 쓴 사절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궁전벽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우관을 쓴 고구려 사절’. 1965년 이후 아프로시압 궁전유적을 발굴한 우즈베키스탄 고고학자 라자르 알바움은 1958년 북한에서 발견된 쌍영총 벽화의 ‘조우관 쓴 인물상’을 인용, 1975년 ..
‘백제의 미소’ 불상, 아름답지만…40억원↑ 가격은 ‘국제호갱’ 감이다 호암미술관이 6월16일까지 열고 있는 전시회가 있다. ‘진흙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다.한·중·일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 등을 세계 최초로 조망하는 전시회란다.전시회에는 한국·미국·유럽·일본 등에 소장된 92건의 작품이 출품되었다.30억원 이하의 가치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2018년 존재가 드러난 백제 금동관음보살 입상(왼쪽). 문화재 당국(제시금액 42억원)이 소장자(150억원 호가)와 환수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차가 너무 커서 결렬됐다. 그러나 이 보살상은 2022년 매물로 나와 32억원에서 유찰된 ‘계미명’ 금동삼존여래입상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배와 받침대가 사라진 백제 보살상이 ‘명문+광배+받침대’를 모두 갖춘 ‘계미명’ 불..
금동대향로, 구멍 대충 뚫었다…아차 실수? 국보의 흠결 ‘백제판 천존고(天尊庫)?’ 최근 국립부여박물관이 백제 국보관 설립을 위한 착공식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좀 객쩍은 비유이겠지만 신라 신문왕(681~692)이 만파식적(피리)과 거문고를 보관했다는 ‘보물창고’를 떠올렸다. ‘기이·만파식적’조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뭄에 비가 내리고, 비가 오다가 개이고,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졌다”면서 “이것을 월성(도성)의 천존고에 보관했다”고 전했다. ‘신라 천존고와, 이제 세우겠다는 백제 국보관이 무슨 상관이냐, 웬 무리수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금동대향로 12 구멍의 정체 ‘백제예술의 정수’ 금동대향로에는 모두 10개의 향연 구멍이 뚫려있다. 구멍은 맨 위 봉황의 좌우 가슴팍에 2곳, 뚜껑 윗부분에 10곳이다...
660년 백제 최후의 날…1300년 만에 드러난 멸망의 ‘8’ 장면 “칠기 제품은 확실한데….” 2023년 6월이었다. 사비 백제의 왕궁터인 부여 관북리 유적을 발굴하던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조사팀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발굴 지점은 왕궁 내 조정(국사를 논의하고 행사 및 향연를 여는 공간) 시설로 여겨지는 대형건물터가 확인된 곳이었다. 그런데 한 건물터의 30m 범위 안 여러 구덩이에서 거뭇거뭇한 물체가 노출됐다. “칠기인 것 같은데 어떤 제품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죠.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 미늘(갑옷의 개별 조각)과 이 미늘을 연결한 구멍들이 확인됐습니다.”(심상육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 이것들은 ‘옻칠한 갑옷(칠피갑옷)’으로 판명되었다. 갑옷 조각은 모두 6곳이 확인됐다. 그중 한 구덩이에서는 갑옷과 함께 말의 아..
‘아파트 고분’ 속 ‘모계 근친혼’ 흔적…1500년 전 영산강은 ‘여인천하’ 1996년 5월 어느 날이었다. 영산강 유역인 전남 나주 다시면 복암리 3호분을 발굴 중이던 전남대 조사단이 심상치않은 징후를 발견했다. 굴삭기로 쌓인 소나무를 정리하면서 흙을 걷어내다가 큰 판석(판자 모양의 큰 돌)들이 노출된 것이었다. 판석과 판석 사이에 주먹 크기의 틈새가 보였다. 고분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흥분된 마음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함척(函尺·측량 자)을 넣어 보았다. 하염없이 들어갔다. 180㎝도 넘는 깊이였다. 영산강의 여성파워 영산강 유역인 나주 복암리와 영동리, 정촌 고분 등에서 ‘여성파워’, 즉 모계사회의 흔적을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40대 여성 지도자와 모계가 같은 남매끼리의 근친혼을 짐작할 수 있는 무덤과, 여성들만 보이는 여성전용 무덤의 흔적..
며느리를 ‘개××’라 욕한 임금…‘독 전복구이’ 올가미로 죽였다 ‘구추(狗雛)’라는 말이 있다. ‘개 구(狗)’에 ‘병아리 추(雛)’자인데, ‘개새끼’라는 쌍욕으로 번역된다. 888책 4770만자에 이른다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이 ‘구추’라는 욕이 딱 한 번 나온다. 그렇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절대 지존이라는 임금이, 그것도 남도 아닌 며느리에게 내뱉었다. 1646년(인조24) 2월8·9일이었다. 사간원 헌납 심로(1590~1664) 등이 인조에게 신신당부한다. “강빈이…소현세자의 부인이었으니 전하의 자식이 아닙니까. 그러니 선처를 베푸시어….” 그러자 인조가 “개새끼를 억지로 임금의 자식이라고 칭하다니, 나에게 모욕이 아니고 무엇이냐.(狗雛强稱以君上之子 此非侮辱而何)”고 앙앙불락했다. 인조가 언급한 ‘개새끼’는 다름아닌 자신의 맏며느리인 소현세자빈 강씨(1611..
벽화 속 ‘빨간 립스틱의 화장남과 화장녀’…“고구려인은 패션피플” “지금 그대의 냄새를 맡으니 향기가 범상치 않고 그대의 손을 만져보니 솜처럼 부드럽습니다.” ‘열전 온달’의 한 귀절이다. “온달과 결혼 할래!”를 외치다가 쫓겨난 평강공주가 누추한 온달 집을 찾았다. 온달은 부재중이었다. 시각장애인인 온달의 노모는 공주가 들어서자 몸에서 나는 향을 느꼈다. 노모는 솜처럼 부드러운 공주의 손을 잡고 “그대처럼 천하의 귀한 분이 올 곳이 못된다”고 했다. 고구려벽화분에서 보이는 짙은 화장의 흔적. 연술연지(립스틱)은 물론 볼에도 백분이나 홍분을 발랐고, 곤지까지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전호태 교수 설명 ■평강공주의 몸에서 향기가 났다 하기야 공주로 태어나 ‘불면 날아갈세라, 만지면 터질세라’ 궁궐에서 고이 자란 분이 아니던가. 그런 분이 누추한 온달의 집을 방문했다..
580년 만에 ‘갑툭튀’한 장영실의 ‘신상정보’…새빨간 가짜뉴스일까 80년 만에 ‘갑툭튀’한 장영실의 ‘신상정보’…새빨간 가짜뉴스일까 2022년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현판, 궁중현판’ 특별전에 등장한 ‘활자 주조를 감독한 신하 명단을 새긴 현판’. 그 현판에 천재과학자 ‘장영실’의 직위(호군)과 자(실보), 탄생연도(계유·1393), 본관(경주)가 적혀있었다.|국립고궁박물관·강민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연구사 자료 호군-장영실-실보-계유-경주인’. 2022년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현판, 궁중현판’ 특별전을 둘러보던 강민경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눈이 번쩍 뜨이는 현판 1점을 보았다. ‘활자 주조를 감독한 신하 명단을 새긴 현판’(이하 현판)이었다. 1857년(철종 8) 창경궁 화재로 불탄 주자소를 재건하면서(1858) 내건 현판이었..